내 세계의 기본 설정
디폴트 값이라는 게 있다.
소프트웨어나 게임에서의 기본 설정을 말한다.
나에게 아빠는 디폴트 값이다.
아니 값이 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나’ 라는 자아가
생기기 전 부터 그는 나와 함께했고
내 세계는 아빠가 디폴트 값으로 있는 곳이었다.
혹여나 딸내미 다칠까 닳을까
수건 하나 못 짜게 과일하나 못 깎게 했다.
그렇게 유난스럽고 헌신적인 사람이다.
컵에 든 물을 쏟으면 다시는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 처럼
나의 세계는 다시는 예전과 같아질 수가 없었다.
두려웠다. 사회의 낙인들이.
내가 잘못해서 ?
우리가 잘못해서 ?
내가 좋은 곳에 취직을 못해서?
전화를 자주 안해서?
도와달라는 신호를 내가 인지하지 못해서?
이런 자책을 덜어내기 위해 난 계속 분노했다.
길을 가다 노숙자들을 보면 분노했다.
“저렇게도 살아가는 데 뭐가 아쉬워서 우릴 버린거야?”
티비에 나오는 외국인 노동자를 보며 분노했다.
“자식새끼 밥먹이려고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를 사랑하지 않은거야?”
길을 가다 비슷한 나이 또래의 중년남성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왜 당신은 저렇게 못살아?
왜 먼저갔어?
내가 이뻐죽겠다며
자랑스럽다며
그렇게 말했잖아,,
차라리 때리고 미워하지
나 데리러 나오지 말지
내가 하기싫은 거 부탁해도 해주지 말지”
나는 이제 100프로의 나로 살아갈 수 없음을 안다.
영원히 반쪽 짜리 인생이다.
내 디폴트 값은
다시 돌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