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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o life Feb 15. 2023

제1막 어느 날의 아침, 아직 해는 뜨지 않았다...

일상에서...

 일상의 시작은 늘 무디고 무디다. 무엇을 할지 모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냥 루틴에 따라 몸을 움직인다. 눈을 뜨고, 아침을 먹고, 씻고, 출근하고, 일을 한다. 일상은 아무 의미도 없으며, 무엇도 되지 않는다. 시간은 늘 반복되었던 것에 매몰된다. 


 아침에 눈을 뜨고 생각하는 아침밥. 오늘은 무엇을 만들까. 무엇으로 밥을 밀어 넣을 핑계를 만들어 볼까 생각한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둑한 창밖은 나무들만 바람에 밀려 분주하다. 새근새근 들려오는 숨소리는 그들의 아침은 시작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아침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이지 시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어둑한 풍경은 곧 밝아올 것이다.


 몸을 일으켜 문턱을 지난다. 찬바람이 나를 따라 걷는다. 한 걸음을 옮기면 찬바람은 잠시 앞서갔다가 이내 사라진다. 지나가는 곳마다 불을 켜 시작을 자꾸 몸에 알람처럼 신호를 보낸다. 점점 힘이 들어가는 몸에 약간의 생기가 돈다. 텅 빈 싱크대 앞에 섰다가 이내 냉장고 앞. 열린 문 안으로 무엇이 있나 살핀다. 두부, 김치, 남은 반찬, 버섯, 된장. 냉장고 문을 다시 닫는다. 티비를 켜고, 잠시 핸드폰을 켜본다. 시간이 흐른다. 된장찌개나 해야겠다.


 티비에서 울리는 사건 사고 소식이 자꾸 신경 쓰인다. 꺼버릴까 하다가도, 소음이 필요하다는 걸 잊을 뻔했다. 아무 소리 없는 부엌은 왠지 시무룩하다. 감자를 꺼내 껍데기를 서걱서걱 벗기고는 뭉텅뭉텅 썬다. 어디까지 벗겨야 할지를 생각하게 되는 양파도 댕강댕강 썬다. 16cm 냄비에 감자를, 양파를, 버섯을, 된장을, 마늘을 한꺼번에 쏟아 넣고는 물을 감자의 절반이 잠길 정도만 넣는다. 덩어리로 썰어져 있는 앞다릿살도 넣었다. 뚜껑을 덮고는 강한 불에 올려놓았다.


 티비 앞에 앉았다. 핸드폰도 뒤적거린다. 뉴스에선 연예가 소식도 전해주고, 지난밤 있었던 사건 사고도 전해주고, 경제도, 정치도, 시끌시끌하게 거실을 채워준다. 여전히 핸드폰을 본다. 어젯밤 맞춰둔 시각에 밥솥은 김을 뿜어댄다. 사람이 아닌 기계적인 목소리는 어설프고, 정감이 없다. 된장은 곧 끓어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뽀글뽀글, 그럼 불을 낮춰야지. 다시 핸드폰을 본다.


 아침을 먹으면 아침 1막이 끝이 난다. 곧 있을 2막은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3막을 땅겨 올지, 4막을 땅겨올지, 아니면 그냥 루틴대로 2막으로 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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