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함이 좋다고 좋은건 아니야...
매 끼니를 먹고난 뒤 설거지를 한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물론 356일 한결같이 식사를 하고 나면 해야하는 일이다. 하루에 세 번 할 때 도, 혹은 한 번 할 때도 있다. 매일매일 설거지를 한다. 그리고 몇 해 전까지는 찬물로만 했었다. 심지어 겨울에도 그랬다. 차가운 느낌이 좋기도 했지만 그리 불편하지 않아서다.
그런데 해가 가면서 겨울에 설거지를 하는데 찬물이 힘들어진다. 올해는 찬물에 손을 담그고 있기도 힘들었다. 물론 설거지를 할 때만 그런다. 왜 그런지 이유는 알 수 없다. 손이 약해진 것일 수도 있고, 차가움을 이기는 시간이 짧아진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시간이 그렇게 가도록 만들고 있는지도. 한편으로 설거지하면서 온수를 사용하니 기름기가 좀더 잘 씻기는 듯한 느낌이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
사실 설거지를 하는 게 즐거운 일은 아니지 않던가 단지 식사를 마치고 꼭 해야 하는 귀찮은 일. 오죽하면 식세기가 혼수용품의 기본이라고 하지 않던가. 나는 아직 이 귀찮음을 조금은 즐기고 있다.
오늘도 설거지를 하면서 온수를 튼다. 손으로 스며든 온기가 손바닥 전체로 퍼져나간다. 지금이 겨울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모락모락 오르는 연기가 겨울이라는 걸 알린다. 그 느낌이 좋은 걸지도. 그래서 더 온수가 좋아진다.
차가운 물은 워이워이~ 내일 아침에도 설거지를 하겠지만 따뜻한 물에 손을 넣고 미끈한 접시를 만지면 괜찮은 기분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내일 설거지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설거지는 귀찮은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