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계획이 뭔가요?
연초가 되자 이곳저곳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올해 계획은 뭐냐? 어떤 계획이 있냐? 올해 계획 세우는 방법!, 신년 계획 잘 세워 1년을 알차게. 신년 구호처럼 계속해서 울린다. 마치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뭔가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그런데 사실 나는 계획은 없다. 꼭 말을 해야 한다면 '매년 하던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면 되겠지만 뭐랄까. 자격지심이랄까.... 그렇게만 말하면 없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그게 무슨 계획이냐며 핀잔을 받는 건 아닌지 걱정한다. 그런 생각에 빠지면 입이 열리지 않는다. 꿀 먹은 사람처럼 입술이 딱 붙어서는 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안에서 우물우물한다.
물론 한 해, 한 해 새로운 계획들을 생각한다. 거창한 일도 꾸며보고, 소박한 일도 챙겨보고, 그런데 정작 늘 하던 일에서 벗어나는 법이 잘 없다. 꾸준히 하던 것에 열심히를 더할 뿐이다. 그것만으로 한 해는 휘리릭 지나간다. 그런데도 그 괜한 자격지심이 나를 그렇게 만든다.
누구나 계획을 세운다. 기생충이란 영화에서 유행어가 된 "야~ 역시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란 답을 듣게 될 수도 있고, 그럼 누구는 넌 계획도 없냐? 란 핀잔을 들을 수도 있다. 과연 어느 쪽에 서 있고 싶을까.
나는 뭔가 대단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되고 싶은 마음이 있나 보다. 하지만 그게 정말 나인가? 란 물음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건강하게 올해처럼 꾸준히 사는 것'을 올해 계획으로 삼았다고 말한다. 거기에 '그렇게 사는 것도 어렵다고!' 정도만 덧붙이려 한다.
올해 누군가가 올해 계획을 세웠냐고 물어온다면 꼭 이야기해야겠다. 지난해처럼 꾸준히 살 거라고, 아니 지난해보다 조금은 더 꾸준히 살 거라고 말이다.
"올해 계획은 뭔가요?"
"올해 계획은 지난해 보다 조금은 더 꾸준해지려고 계획 중입니다. 그렇게 사는 것도 어렵습니다."
당신의 올해 계획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