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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무드 Feb 19. 2020

늦겨울, 초봄

꽃망울이 나타나기를 준비하는 시기 [글마루, 1]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새로운 계절이 다가오기 전과 후에는 아직 가버리기에는 미련이 남아있는 계절들이 언듯 언듯 보입니다. 마치 날 잊지 말아 달라며 끝까지 속삭이고 가는 것 같이 말이죠. 반대로 새로 돌아오는 계절은 이제 내가 왔다며 자신의 자리를 당신 가슴 한 켠에 마련해주길 바라듯 자신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렇게 늦겨울과 초봄은 같은 계절이 됩니다. 이제 곧 사라질 것과 새롭게 나타나는 것이 하나가 되는 순간입니다.


 저는 겨울을 좋아합니다. 밖에 나가 차갑게 얼어붙은 공기를 들이마실 때면 마치 내 몸이 하늘에서 솜털처럼 날리는 눈이 될 것만 같아서. 그래서 좋아합니다. 날아가고 싶은 걸까, 내려서 눈이 녹듯 빠르지만 또 천천히 사라지고 싶은 걸까. 제 마음의 그림에서는 그 어느 쪽이든 행복하게 그려지기에 무엇 하나를 선택할 순 없습니다. 그런 계절이 끝나갈 즈음, 봄이 곧 우리에게로 올 것이라는 듯 꽃망울을 트려는 듯 움틀거립니다. 아직까지는 차디 찬 공기가 내 몸을 감싸지만 새하얀 세상 안에 피우려는 연두색의 향기는 어디선가 흘러와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가장 좋은 날씨가 오고 있으니 다시 한번 해보자며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듯합니다.


 이때가 오면 저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거나, 다짐했었던 일을 시작합니다. 새해에 새로운 계획과 목표를 세웠다면 지키는 것은 겨울이 나에게서 떠나갈 즈음, 즉 봄이 나에게로 올 즈음이랄까요. 계획을 세운 시기에 비해 조금은 느리지만 그래도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과 아주 미세하게 흐르는 봄내음이 저를 움직이게 합니다. 어쩌면 저에게는 정말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시간이겠지요.


 한 해를 보내면서 제게 스스로 쓰는 편지도 이때 씁니다.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 온전한 마음으로 사랑하고 사랑받을 것, 고요한 숲이 될 것. 매년 내용은 비슷하지만 매년 빠지지 않고 쓰는 이유는 그만큼 살아가면서 잊지 않고 지킬 나의 삶의 태도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그렇게 한 해씩 지나가며 쌓인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사라진 시간과 앞으로의 새로운 내가 하나가 되는 일이 나의 삶을 살아가는 일, 아닐까요. 지나와버려 사라진 시간들이 우리에게 좋은 거름이 돼었기를, 앞으로 새롭게 다가올 시간들이 우리에게 다정하고 따뜻하게 다가올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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