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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콩 Apr 02. 2022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적인 단편 세 편을 먼저 만나다.

<어셔가의 몰락>, <검은 고양이>, <도둑맞은 편지>

  이제서야 미국문학을 만납니다. 17세기 초반에 유럽에서 미국이주가 시작되었고 150년의 영국 식민지배가 있었죠. 1783년 미국은 독립에 성공합니다. 그 때까지는 유럽이나 영국에 뿌리에 두었지만 독립후 19세기가 되면 이주의 역사를 지닌 미국문학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호평받는 19세기 미국문학의 선두에 에드거 앨런 포우(1809-1849), 너새니얼 호손(1804-1864), 허먼 멜빌(1819-1891)이 있요. 고백클럽 다른 이 완독한 <모비딕>을 도전해볼까 했는데 벽돌책을 두권이나 한달안에 읽을 엄두가 안나(안나카레니나가 다음 책으로 대기하고 있어요) 먼저 포우와 호손작품을 읽어볼려구요.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은 보들레르가 직접 번역해 유럽에 소개해서 유명해졌지요.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의 모티브가 될 정도로 그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작가입니다. 그 중에 <어셔가의 몰락>과 <도둑맞은 편지>가 대표적이라 이 두 편이 들어있는 민음사의 책으로 골랐습니다. 리에게 친숙한 <검은 고양이>까지 읽고 간단히 남깁니다. 나중에 다른 단편들도 천천히 탐독해 보고 싶어요.

 

1. 어셔가의 몰락

이야기는 오래된 저택 어셔가에 사는 마지막 혈통, 로더릭 어셔가 친구를 초대해 함께 머물게 되는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어셔 저택호수에 담겨있는 것 같은 늪을 여상시키는 풍수지리적 악조건에서 쇠약해진 로더릭과 매들라인 남매를 보게 된 친구(화자)는 그 곳의 음울한 분위기에 지쳐갑니다. 고딕소설과 추리소설의 원조로 알려질 만큼 지금 읽어도 아주 세련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구도를 갖고 있어요. 오랫동안 수리하지 않은 저택, 외부와 접촉하지 않고 고립되어 사는 어셔가사람들, 그런 환경은 로더릭 어셔의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고 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전통을 고수하며 변화를 거부하고 들고 나는 바람없이 웅덩이 고인물이 되버린 어셔가의 마지막 자손인 두 남매 중 매들라인이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자 필립은 환청과 악몽에 시달리지요.


(p.70) "아무튼 그의 신념은(내가 앞서 암시했듯이)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저택의 회색 돌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의 상상에 따르면 그의 의식의 조건은 그 저택의 돌들이 연결된 방식, 즉 그것들이 배열된 순서, 그 위를 덮은 이끼의 배치, 그리고 주변에 서있는 죽어가는 나무들의 배치,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배치가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이 유지되어 왔다는 사실과 그것들이 고여 있는 호숫물에 반영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완성된다."


푸젤리의 유명한 이 그림이 <어셔가의 몰락>에서도 언급되네요. 저번달에 봤던 영화 <메리셀리>에도 인상깊게 나와서 기억하고 있었어요. 어둡고 음울한 <어셔가의 몰락>이 연상되는 잘 어울리는 그림입니다. 인이기도 한 저자 포우의 문학적 감각이 어우러져 짧은 단편인데 긴 여운과 함께 반전도 놓치지 않은 단편입니다. 고백클럽에서 포의 단편을 읽으신 분들 가운데 <어셔가의 몰락>이 가장 임팩트가 높았고 인상깊었다고 해요.

2. 검은고양이>

이런 스토리를 언젠가 읽은 기억은 나는데 이렇게 디테일하게 완역본을 읽은건 처음인것 같아요. 이 단편의 화자 또한 독특합니다. 자신의 검은 고양이로 인해 감옥에 갇히게 된 이야기를 과거로부터 끌어 올려 이야기하는 형식이죠.

어릴때부터 동물들을 좋아했던 화자가 결혼 후 다른 반려동물들과 함게 검은고양이를 키우게 되요. 유독 자신을 잘 따랐던 검은고양이에게 알코올 중독으로 포악해진 화자가 약하고 저항할 수 없는 존재인 반려동물에게 끔찍한 악행을 저질러요.



도착3 (倒錯)[명사]
1. 뒤바뀌어 거꾸로 됨.
2. [심리 ] 본능이나 감정 또는 덕성의 이상(異常)으로 사회나 도덕에 어그러진 행동을 나타냄.

비뚤어진 인간속에 있는 인간 본성에 관한 이야기로 읽혀요. 분명 아는 이야긴데, 이 디테일한 인간본성에 대한 성찰을 왜 이제서야 만나게 됐을까요? 정녕 동물보다 더 똑똑하고 큰 뇌를, 더 기능적인 두 손을 가진 것이 축복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고전을 읽을수록 인간은 원래 악하다. 그러기에 평생동안 그것을 다스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해집니다. 좋은 사람이길 기대하는 것으론 부족합니다. 악해지지 않도록 스스로, 공동체에서,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협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간절해요.



3. 마지막으로 <도둑맞은 편지>는 추리물이네요.
중요하지만 들키면 안되는 편지를 자신이 보는 앞에서 대신이 가져가게 둘 수 밖에 없었던 귀부인. 귀부인의 약점인 편지를 손에 쥔 대신에게서 몰래 이 편지를 찾아오라는 특명을 받은 수사관이 해결사 뒤팽을 찾아옵니다. 수학과 과학에 기반한 수사를 펼치며 대신의 집과 주변을 샅샅히 뒤졌는데 찾지 못했다고요.  여기에서 저자는 화자를 뒤팽도 수사관도 아닌 그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손님인 제3자로 설정하네요. <어셔가의 몰락>에서는 손님으로써 어셔가를 관찰하고 개입했고 <검은고양이>에서는 고양이때문에 감옥에 갇히게 된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구요. <도둑맞은 편지>는 추리물이므로 제3자를 화자로 설정해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설득하기에 이릅니다.

(p.259) "수학적 공리는 결코 일반적 진리의 공리가 아닌 것이네. 등식에서 적용되는 진실, 그러니까 형태와 양에 관련해서 적용되는 진실은, 예를 들어 윤리에 적용하면 완전히 틀리는 것이 보통이지. 윤리에서는 부분이 합쳐지만 전체와 같다, 라는 명제는 보통 틀린 것일 경우가 더 많아. 그 공리는 또한 화학에도 적용되지 않지. 동기를 고려할 때도 그것은 들어맞지 않아. 일정한 가치를 지닌 두 동기를 합한다고 해서 필연적으로 그 동기들이 따로 가졌던 가치의 총합에 해당될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 "

그렇죠, 사람이 하는 일은 수학과 과학으로만 풀 수 없어요. 심리적인것이 팔할입니다. 이런 세련된 추리소설이 미국에서 애드거 앨런 포한테서 나왔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려 180년 전에 나온 소설이 이정도라니. 추리소설을 잘 읽지 않는 이유가 인문학적 사유가 부족해서 손이 잘 가지 않았습니다. 포의 단편처럼 인간의 본성, 심리, 철학, 예술까지 총 망라된 이 문학적 풍성함이라면 그의 단편하나 쓱 꺼내어 허기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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