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상담 목표는 사소할 수록 좋다

매우매우 작은 목표가 가지는 힘

by 만남

상담은 목표를 가지고 진행되는 활동이다.

친구와 떠는 수다와 상담이 전혀 다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상담은 내담자가 어려운 지점, 변화하고 싶은 지점에 대해 상담자와 함께 합의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상담의 기본은 내담자와 상담자가 함께 상담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상담을 받고 있는데 상담자와 명확한 목표를 이야기 한 적이 없다면 그 상담은 뭔가 알맹이가 없을 수도 있다. 다음 회기 때 먼저 상담 목표 이야기를 꼭 꺼내보자!)

그런데 이 목표와 관련하여 대단한 오해가 있는 듯하다.


만약을 가정해 보자.

대학생이 된 이후로도 계속 간섭하는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고민이 있어 상담을 받으러 갔다고 생각해보자.

여기 A, B 두 상담자가 있다. 내 얘기를 한창 듣던 상담자, 둘은 이 상담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A : 자기 이해와 인격 성장을 통해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한다.

B : 아빠가 같이 저녁 먹자고 할 때 거절할 수 있다.


당신이라면 어떤 상담자에게 가겠는가?

똑같은 돈을 내고 똑같은 시간을 쓴다면 뭔가 거창한 A가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가?

심리적 독립을 멋지게 해내고 싶은 마음에 A가 더 끌릴 수도 있을 거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A의 상담 목표는 그 누구에게 갖다 붙여도 말이 된다.

즉 특정 내담자만을 위한 맞춤 목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성인이라면 누구라도 달성해 봄직한 목표이다.


1:1로 진행되는 고도의 개별화된 개입, 그래서 한 시간에 10만원을 넘나드는 가격을 지불하고

맞춤형이 아닌 기성품을 구매하는 형국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A의 상담 목표는 그 달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며, 그 목표를 향해 가기 위해 상담에서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없다.


이 상담이 목표를 이뤄가고 있는지, 종국에는 그 목표를 달성했는지 어떻게 알까?

자기 이해와 인격 성장은 언제 달성되나? 내담자가 원하는 자기 이해와 상담자가 원하는 자기 이해는 동일한 지점인가? 인격 성장은 뭘 보면 알 수 있나? 심리적 독립은 무엇이며 그것을 했는지 안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언제쯤 내담자가 심리적 독립을 하게 되고 상담을 종결해도 되는 걸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담자의 주관적 세계이다.

내담자가 (이전에 못하던 것 중) 무엇을 하게 되면, 혹은 지금 하는 것 중 무엇을 안하게 되면 심리적 독립을 한 것일지에 대한 지표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심리검사도 척도도 아닌, 내담자의 현상학적 세계 안에 존재한다.


이 지점에서 B는 명확하다. 상담이 효과적이었는지, 목표를 달성했는지 보려면 내담자가 아빠의 제안을 (필요에 따라) 거절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보면 된다.

내담자의 심리적 독립 또한 추상적이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독립된 개인으로써 누군가의 제안을 (필요에 따라) 거절하거나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그리고 사실 이 목표 안에는

내담자가 심리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요인들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내담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지점이 무엇인지를 헤아리고 있는 상담자의 노련함이 숨어있다.


즉, 아빠의 제안을 거절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내담자의 현상학적 세계 안에서는 그것이 곧 독립이자 성공인 것이다.


아래의 목표들도 같은 맥락이다.



연인관계에서 집착을 줄인다 -> (계속 장문의 카톡을 보내지 않고) 답장이 올 때 까지 기다릴 수 있다.

우울감을 없앤다. -> 기분이 다운될 때 산책, 음악 감상 등 기분이 좋아지는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심리상담이 대중화 되면서 너무 대단한 목표들이 난무하는 것 같다.

자기 이해, 인격 성숙... 정서 이해, 감정 탐색..

다 너무 거창하다.


아주 작고, 사소한, 나의 일상에서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그런 매우 소심하고 작은 목표가 소중하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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