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일반 - 연습문제: 조율
실무일반편 목차
1. 거절법
2. 프로젝트리딩
3. 협의1: 사전 시뮬레이션
4. 협의2: 진짜 욕구를 찾아라
5. 회의리딩
6. 회의록과 시스템
7. 자료 중간리뷰
8. 조직도와 개인의 커리어
9. 마감관리
->이번글: 10. 연습문제
한 가지 일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면,
일이 꼬일 일도, 마감을 못 지킬 일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실무는 항상
우리가 가장 바쁠 때, 가장 피곤할 때,
가장 조율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다가옵니다.
고객이 한 명만 있어도 얼마나 좋을까요?
그마저도, 요청이 차례차례
컨베이어벨트처럼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업무는 겹치고, 마감은 한날이고,
조율은 늘 우리의 몫입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기술보다 태도의 정교함입니다.
누구 탓도 하지 않으면서,
상황을 풀어내는 자세.
이제, 그런 감각이 필요한 실전 연습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동시에 마감을 요구하는 두 고객, 누구를 먼저?”
당신은 제조업체의 원가 분석 담당자입니다.
월요일 오전, 고객 A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견적 자료 좀 부탁드립니다.”
당신은 A 건을 우선순위에 올리고 작업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화요일 오후, 고객 B에게서도 연락이 옵니다.
“우리도 금요일까지 자료가 꼭 필요합니다.
내부 결재 일정이 걸려 있어서 꼭 부탁드려요.”
둘 다 중요한 고객.
둘 다 금요일 마감.
둘 다 양보할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현재 리소스를 고려했을 때,
두 건을 모두 마감하기는 불가능한 상황.
이럴 때,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A. “먼저 요청한 A 건부터 처리하고, B에게는 이번 주는 어렵다고 말한다.”
B. “두 고객 모두에게 상사 판단을 받은 후 알려드리겠다고 한다.”
C. “각 고객에게 메일로 양해를 구하고, 일정을 조율해본다.”
D. “A, B, 나. 셋이 함께 짧은 미팅을 제안하여 현실적인 조율을 시도한다.”
A는 ‘선착순’이라는 공정함은 있으나,
양측 모두 중요한 고객이라는
비즈니스 현실을 외면한 선택입니다.
B는 판단을 위로 올려 책임을 피하는 방식.
실수는 줄일 수 있지만,
고객들은 다음에 상사를 직접 컨택하거나,
당신의 상사는 '내가 이런건도 조율해줘야되나'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마감을 요구하는 두 고객.
누구를 먼저 할지 정하는 건,
단순히 '공정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라는
‘협상의 무대’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실무자는 이런 상황에서 각자에게 메일을 보냅니다(보기C).
“혹시 마감일을 조금 미룰 수 있을까요?”
“자료가 겹쳐서 순서를 조율하려 합니다.”
이 방식은 한 가지 큰 한계를 가집니다.
각 고객이 '상대의 사정'을 모른다는 점입니다.
즉, 고객 A는
“우리가 먼저 요청했는데 왜 우리가 양보해야 하죠?”
고객 B는
“이쪽은 결재 일정이라 급한데, 다른 팀 일이 왜 문제인가요?”
라는 식으로, 각자의 입장에서만 판단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양보’는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상대의 상황을 모르니, 고집을 꺾을 이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셋이 함께 있는 미팅 상황에서는,
자신이 고집을 부릴수록 다른 고객에게 부담이 간다는 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즉,
“내가 강하게 요구하면 저 고객이 양보해야 하네…?”
이 구조가 보이기 때문에,
고객들도 자연스럽게 타협과 조정의 태도로 전환됩니다.
게다가 직접 대화 중엔
감정의 뉘앙스와 말투, 표정이 전달됩니다.
"혹시 B 고객님 일정이 급하신 것 같으면,
제가 중간 버전이라도 먼저 드려볼게요."
"A 건도 중요하니 저희가 다음 주 초까지 마무리하는 걸 목표로 해보겠습니다."
이처럼,
누가 ‘설득을 잘했냐’보다도
어떻게 '양보의 분위기'를 만들었느냐가 핵심입니다.
“선행 부서가 늦게 줄 때, 당신의 한마디는?
당신은 마케팅 전략 보고서를 작성 중입니다.
하지만 이 보고서의 기반이 되는
‘시장 조사 요약본’은 A 부서에서 주어야 합니다.
보고 마감일은 일주일 남짓.
자료는 다른 B 부서에도 공유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A 부서 담당자가 말합니다.
“아직 자료 정리가 덜 돼서 좀 더 걸릴 것 같아요…”
당신은 더는 늦출 수 없습니다.
이때, 아래 중 어떤 이메일 회신이 가장 효과적일까요?
A. “A팀이 아직 자료를 안 줘서 작업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참조: 상사, A팀, B팀 모두 포함)
B. “혹시 초안이라도 주실 수 있을까요? B팀 일정도 있어서요.”
C. “A, B, 제가 짧게 15분만 미팅하면 좋겠습니다.
현실적인 대안을 같이 논의해보고 싶습니다.”
D. “자료 제공 일정이 조금 늦어지는 것 같아,
저희도 내부적으로 전략안 일정을 조정해보겠습니다.”
지금 당신은 마케팅 전략 보고서를 작성 중입니다.
그런데 핵심 기반인 ‘시장조사 요약본’이 A팀에서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보고 마감일은 다가오고, 자료는 다른 부서에도 공유돼야 합니다.
이 상황에서 제일 하고 싶은 말은 사실 이거죠.
“A팀이 안 줘서 늦어지는 겁니다.”
이 문장 하나면 상황은 ‘정리’됩니다.
그런데 실무는 ‘정리’가 목적이 아니라 ‘해결’이 목적입니다.
사실 A팀 입장에서도
일을 일부러 미루는 건 아닐 겁니다.
이미 일이 많거나,
리소스가 부족하거나,
우선순위가 다를 수도 있죠.
그런데 당신이 “A팀이 늦었습니다”라는 메일을
상사와 B팀까지 참조에 넣어서 보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A팀은 방어적으로 반응합니다.
→ “왜 우리 탓을 하지?”
B팀은 기다려야 하니 불편해집니다.
→ “이 팀은 왜 자료도 안 받고 있지?”
상사는 피로해집니다.
→ “이건 왜 나한테 올라와?”
결과적으로
신은 아무도 해결할 수 없는
‘불편한 삼각관계’의 한가운데 서게 됩니다.
바로 C처럼,
“셋이 함께 현실적 대안을 찾아보자”는
조율의 장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이 방식은 단순히 책임을 피하는 게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이면
각자의 사정을 눈앞에서
공유할 수 있다는 구조적 장점이 있습니다.
A팀도 사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A팀 입장을 존중하며 말문을 엽니다:
“A팀 일정이 전체 일정을 좌우할 수 있어서,
A, B, 저 셋이 15분만 시간 내서 대안을 논의해보면 좋겠습니다.”
이 말에는 ‘배려’와 ‘솔루션 제안’이 동시에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회의 안에서는
당신이 중재자 역할을 하며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혹시 중간버전이라도 미리 받을 수 있을까요?”
“B팀에 가장 중요한 항목은 무엇이고, 이것들 먼저 A팀이 전달 주시는 방식은 어떨까요?”
“B팀은 일정 조율가능성이 없나요?”
이렇게 정리해주면
A팀도 자율성을 지키면서 협조할 수 있고,
B팀도 상황을 이해하고 현실적 스케줄을 조율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두 연습문제는
‘어떻게 상황을 조율할 것인가’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 흐르는 본질은 하나입니다:
책임을 묻느냐, 함께 해법을 찾느냐.
우리가 상대에게 "왜 늦으셨나요?"
"그쪽 때문에 일정이 밀렸습니다" 라고 말하는 순간,
대화의 포커스는 앞으로가 아니라
과거의 잘잘못으로 옮겨갑니다.
그 결과,
상대는 방어적으로 굳고,
진짜 해야 할 조율은 멈춰버립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책임을 묻지 않고 상황만 같이 보고,
“어떻게 앞으로 풀어나갈지”에만 집중하면
회의 말미에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저희 팀이 자료가 늦어져서 혼선 드린 점은 송구스럽습니다.”
아이러니하죠.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는 배려를 했을 때,
사과가 오히려 돌아오는 구조.
이건 실무에서 우리가 자주 경험하게 되는 장면입니다.
배려는 약함이 아니라,
상대가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힘입니다.
그리고 그 공간이,
좋은 관계와 실질적인 실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가능하게 만들어줍니다.
스티브 잡스는 말이 거칠기로 유명했지만,
실제로는 언제나
‘실행에 포커스를 맞추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강조한 회의 문화 중 하나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우리는 어떤 일을 누구 탓으로 돌리기 전에,
해결할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
(Apple 내부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된 회의 원칙)
실무는 늘 꼬입니다.
내가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불려가고,
서로 일정이 안 맞는데도 누군가는 양보해야 하죠.
이럴 때,
가장 먼저 드러나는 건 우리의 ‘태도’입니다.
“이 사람은 책임을 던지는가,
아니면 해결책을 설계하는가.”
저도 한때는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일은 사람이 움직여야 움직이더군요.
여러분은 저보다 훨씬 더 지혜롭게,
사람을 설득하고, 함께 길을 여는
큰 사람으로 성장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