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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가 모르는 일류 일잘러의 비밀

Perspective-Taking 능력

by 마찌

지난 글에서 상대의 기대를 뛰어넘는 노력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해야 적용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방법을 다뤄보겠습니다.
제 소견으로는 업무뿐 아니라

인간관계에도 그대로 통하는 강력한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1. 작은 대화 하나가 특별한 순간이 되려면


월요일 아침, 출근 후 옆자리 선배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주말 잘 보내셨어요?”
“응, 그림 그렸어. 이번에 완성했거든.”

선배가 휴대폰을 꺼내 보여줍니다.
산 정상에서 두 팔을 벌리고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는 사람.
웅장한 산맥 속 작은 인물이 희망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보통은 이렇게 반응하겠죠.
“와, 정말 잘 그리셨네요!”
그리고는 곧장 "저는 주말에 OO했는데요,"라며

자기 얘기로 넘어갑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선배의 입장이 되어 그림을 그리는 순간을 따라가본다면 어떨까요?


2. 선배의 입장이 되어보기 (빙의 훈련)


토요일 아침: “오늘은 여유가 있네. 뭘 할까?” 고민하다가 작업실로 향한다.

빈 캔버스 앞: “무엇을 그릴까?” 여러 풍경이 스쳐가다 결국 산을 택한다.

색상 선택: “이번엔 어떤 색으로 할까? 단풍든 가을산? 아니면 생명력이 느껴지는 짙은 녹색?”

구도 고민: 산맥만 두니 밋밋하다. “무언가 활기를 줄 요소가 필요해.”

마지막 디테일: 인물을 추가할까? 크기는 얼마나 줄까? 두 팔을 벌려 대비 효과를 주면 어떨까?


이 과정을 상상한 뒤,

바로 그 고민의 길 위에서 질문을 던지는 겁니다.


3. 선배가 신나서 풀어내는 이야기


“산을 택하신 건 어떤 이유가 있으세요?”
→ “우리 부모님이 산을 무척 좋아하셨어. 나도 산을 보면 마음이 편해져.”


“이 산은 뭔가 모티브가 있는 산인가요?”
→ “사실 해외 유명 산맥을 가보고 싶었는데, 여행이 취소돼서 대신 모티브 삼아봤지.”


“다른 색도 있는데, 왜 이렇게 강렬한 녹색을 쓰셨어요?”
→ “요즘 번아웃이 와서… 생명력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


“여기 작게 그린 인물은 본인이세요?”
→ “응, 사실 나야. 옆은 일부러 비워뒀어. 언젠가 좋은 짝을 만나면 같이 서 있는 모습으로 추가하려고.”


선배는 점점 신나서 목소리가 커지고 표정이 밝아집니다.
그림에 담긴 고민과 추억을 이야기하며 몰입하는 순간,

상대는 이미 당신에게 단순한 호감이 아닌 신뢰를 느낍니다.

그리고 이런 신뢰는 업무 부탁까지 쉽게 풀리게 합니다.
“이 정도로 내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후배라면 부탁은 기꺼이 들어주지.”
바로 이런 심리가 작동하는 것이죠.


핵심 훈련법
상대의 행동 뒤에 숨어 있는 생각과 고민을 따라가며 질문하라.
대화는 단순한 교류를 넘어, 상대가 기분 좋게 마음을 열게 된다.


4. 현장에서의 응용


이 기술은 사적인 대화뿐 아니라, 실무와 다른 영역에서도 그대로 통합니다.


업무에서

이전화에서 나온 예시 실무 상황들을 보자면,

팀장이 회의에서 상황 파악하기 복잡할 것을 상상하며

회의전에 짧게 읽어볼 요약본을 준비하거나,
자료를 전달받은 고객이 출력할 상황을 미리 떠올려

인쇄용 버전을 함께 보내는 것.

이런 작은 준비 하나가 상대에게 “내 상황을 이해해준다”는 감동을 줍니다.


또 다른 예로,

보고서를 올릴 때 상무가 항상

“그래서 우리 회사에 어떤 의미가 있지?”

라고 되묻는 습관이 있다는 걸 안다면,

자료 초입에 미리

“이번 제안은 회사의 연간 원가 절감 목표에 △△만큼 기여합니다”라는

한 줄 오프닝멘트를 넣어두는 겁니다.

보고 받는 사람의 머릿속을 먼저 읽고 채워주는 순간,

보고의 임팩트는 배가됩니다.


이런 Perspective-Taking은 사실

분야, 상황을 막론하고 맥을 같이 합니다.


스포츠에서
일류 선수들은 단순히 자기 플레이만 하지 않습니다.

테니스 선수는

“상대가 저 각도로 몸을 틀었으니 다음 샷은 백핸드 쪽”을 예측하고 미리 움직입니다.
축구 미드필더는

“저 선수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걸 보니 곧 측면으로 패스하겠구나”를 읽고 먼저 차단합니다.
농구 가드는

“수비수가 오른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습관”을 간파하고 왼쪽 돌파를 준비합니다.


그런데 진짜 일류는 여기서 한 수 더 나아갑니다.
상대가 이미 내 습관과 패턴을 읽고 있다고 가정하고,

일부러 거짓 신호(fake move)를 보내 속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농구에서 공격수가 슛 페이크를 넣습니다.

상대 수비는

“이 선수는 슛 모션 후 곧장 드리블로 파고든다”는 습관을 알고 있으니,

드리블을 막기 위해 몸을 기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실제로 슛을 던져 버립니다.

상대는 두 번 읽었지만,

세 번째 수까지는 따라오지 못해 버립니다.


축구에서도 비슷합니다.

프리킥 상황에서

키커가 평소 즐겨 차는 코스를 상대 골키퍼가 알고 있다는 걸 고려해,

일부러 시선은 그쪽으로 두고 반대편으로 찹니다.

상대가 나를 읽고 있다는 사실까지 읽어낸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고수의 플레이죠.


전혀다른 분야에서도 널리 통용됩니다.

유명 로펌이나 대형 법률팀에서는

실제로 “모의 법정(Mock Trial)” 혹은

“데빌스 어드보킷(Devil’s Advocate)” 기법을 활용합니다.


중요한 재판이나 협상 전에

자기편끼리만 논리와 자료를 다지는 게 아니라,

일부 인원을 아예 상대방 변호사 팀처럼 행동하게 배정합니다.


그들이 하는 역할은 단순히

“반대 주장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낼 수 있는 전략·패턴·약점 공략 포인트까지

철저히 시뮬레이션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증인을 세웠을 때 상대가 어떤 질문으로 신빙성을 공격할지,

판사의 성향을 파악해 어떤 논리 구조가 더 먹힐지,

배심원이 감정적으로 흔들릴 만한 포인트는 무엇일지,


까지 가정해 보고 대비책을 세웁니다.

이건 스포츠에서 한 수 더 읽는 플레이와 비슷합니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공략할지를 미리 상대 입장에서 경험해보고,

그 위에 다시 내 전략을 얹는 것”이죠.


결국 여기서도 핵심은 Perspective-taking(입장 전환 능력)입니다.
상대방의 머릿속에 들어가 예측하고,

그 예측마저도 다시 역이용하는 훈련을 하는 셈이니까요.


5. 왜 이 능력이 특별한가


케이스 A) 영업 잘하는 명품 매장은

고객의 눈길이 머무는 곳과 옷차림의 디테일을 보고 관심사를 읽어냅니다.

고객은 “내 취향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알지?”라며 감탄합니다.


케이스 B) 유능한 세일즈맨은

우리가 막 질문하려는 순간을 포착하고,

마치 내 마음을 읽은 듯 고민을 먼저 짚어줍니다.

신뢰는 자연스럽게 쌓입니다.


케이스 C) 제가 본 통역사 출신 부장님은

상사의 제스처와 말투 뉘앙스를 즉각 캐치해

상사가 원하는 포인트를 먼저 준비했습니다.

전공 지식보다 중요한 건

바로 상대의 생각을 앞질러 읽는 능력이었습니다.


이건 단순한 센스가 아니라,

상대의 머릿속으로 먼저 걸어 들어가는 습관에서 비롯됩니다.


마무리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원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무슨 일 하셨어요?”가 아니라,
“그때 어떤 고민을 하셨나요?”,
또는 “지금 이 상황이면 이런 생각을 하겠지?”라고 예측하며 준비할 때,

상대는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그것이 바로 상대의 생각을 읽는 힘입니다.
이 능력을 가진 순간,

당신은 단순히 일을 처리하는 동료가 아니라,

기억되는 동료이자 신뢰받는 파트너가 됩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글에서는 이 능력이

학문적으로 어떻게 정의되고,

실제로 어떻게 측정되고 기를수 있는지 다루겠습니다.

단순한 처세술이 아닌,

연구와 데이터로 검증된 능력임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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