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문제정의력: 속도보다 방향이 먼저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문제를 푸는 데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문제를 정의하는 데 55분을 쓰고,
해결에는 5분만 쓰겠다.”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는 데
시간을 들이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문제를 잘 정의하면,
해결은 절반 이상 끝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문제가 잘못 정의되면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그건 잘못된 방향으로 전력질주일 뿐입니다.
NASA와 전통 항공우주 기업들은 수십 년간
“로켓을 어떻게 더 싸게 만들까?”를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비용은 좀처럼 줄지 않았죠.
Elon Musk는 질문 자체를 바꿨습니다.
“비행기가 한 번 쓰고 버린다면,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지 않나?”
그가 재정의한 문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로켓은 왜 한 번 쓰고 버리는가?”
“어떻게 하면 재사용 가능한 로켓을 만들 수 있을까?”
이 새로운 정의는 완전히 다른 방향의 혁신을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Falcon 9 — 세계 최초의 재사용 로켓입니다.
로켓 비용은 80% 이상 줄었고, 우주 산업의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카세트테이프에서 CD로 넘어가던 시기였습니다.
용돈을 모아 음반 가게에서 CD를 사는 건 당연한 일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MP3가 등장했죠.
CD를 모을 필요가 없어졌고,
파일만 있으면 언제든 음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CD는 멸종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MP3 파일조차 모으지 않습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했기 때문이죠.
파일을 소유할 필요도,
저장할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그럼 질문해 봅시다.
사람들은 처음부터 음악을 ‘소유’하고 싶었던 걸까요?
아니죠.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음악을 듣고 싶었던 것입니다.
문제를 잘못 정의하면,
시간·에너지·예산이 모두 새고 맙니다.
특히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이건 단순한 낭비가 아니라 기회비용의 손실입니다.
우리가 같은 문제를 붙잡고 회의하는 동안,
어딘가의 경쟁자는
이미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문제정의를
제대로 잘 한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세가 테스트를 제안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했을 때,
정말로 우리의 핵심 목표에 가까워지는가?”
2005년의 넷플릭스(Netflix) 는 그야말로 위기였다.
DVD 대여 서비스는 점점 포화 상태였고,
반품 지연과 우편 배송 문제로 고객 불만이 쏟아졌다.
경영진 회의에서 나온 첫 번째 제안은 이랬다.
“우편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자.”
“물류창고를 늘려서 배송 속도를 높이자.”
모두 합리적으로 들렸다.
하지만 그들은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다.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건 DVD가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하루는 CEO가 회의 중에 이런 말을 꺼냈다.
“우리는 영화를 빌려주는 회사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보고 싶은 순간에 영화를 보여주는 회사 아닌가요?”
그 한마디가 회사의 운명을 바꿨다.
그때부터 넷플릭스의 문제정의는 달라졌다.
“어떻게 더 많은 DVD를 빌려줄까?”
→ “어떻게 기다림 없이 볼 수 있게 할까?”
그들이 찾은 해답은 물류가 아닌 기술이었다.
스트리밍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DVD 재고·배송·분실·반품, 그 모든 문제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Lesson:
미션과 연결되지 않은 문제는 아무리 완벽히 해결해도 무의미하다.
진짜 문제정의는 ‘조직의 존재 이유’와 맞닿아 있어야 한다.
“우리는 눈앞의 증상을 고치고 있는가,
아니면 그 증상을 계속 만들어내는 구조를 바꾸고 있는가?”
1986년 1월 28일, 미국 전역이 텔레비전 앞에 모여 있었다.
스페이스 셔틀 챌린저호가 발사되는 날이었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생중계를 보며 환호했다.
하지만 발사 73초 만에,
하늘 위에서 셔틀이 폭발했다.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다.
사고조사위원회는 처음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O-ring이 저온에서 손상되어 연료가 새어나왔다.”
기술적 분석으로는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한 과학자는 그 설명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현장을 찾아가 실제 엔지니어들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한 가지 진실을 발견했다.
발사 전, 엔지니어들은 이미 위험을 알고 있었다.
그 경고는 전달되었지만,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묵살되었다.
왜냐면 일정 지연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문화와 시스템이었다.
이후 NASA는 기술만 고친 것이 아니라
‘엔지니어가 직접 안전을 보고할 수 있는 독립 채널’을 만들었다.
그제야 구조적 재발 방지가 가능해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몇 개나 같이 사라지는가?”
1970년대 말, 미국의 저가 항공사 사우스웨스트 항공(Southwest Airlines) 은
항상 수익 압박에 시달렸다.
비행기는 많지 않은데, 운항 횟수를 늘리려면
회전(착륙 후 다시 출발) 시간을 줄이는 게 관건이었다.
모두가 같은 결론을 냈다.
“승객 탑승 속도를 더 높이자.”
그래서 탑승 게이트를 늘리고,
직원 수를 늘리고,
탑승 순서를 복잡하게 나눴다.
하지만 비행기는 여전히 늦게 출발했다.
그때 한 엔지니어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문제가 정말 ‘탑승’에 있는 걸까?”
“착륙 후에 비행기가 바로 출발하지 못하게 막는 게 뭘까?”
이 질문이 모든 걸 바꿨다.
그들은 문제를 ‘탑승속도’ 가 아니라
‘회전 전체 프로세스’ 로 재정의했다.
그 결과, 항공기 모델을 단일화(보잉 737)했고,
정비·교육·운항 스케줄이 모두 단순해졌다.
비행기의 평균 회전 시간은 15분으로 줄었고,
이는 다른 항공사보다 두 배 이상 빨랐다.
덕분에 항공기 한 대로도 더 많은 비행을 띄울 수 있었다.
문제정의는 사고력의 시작이자, 경쟁력의 본질입니다.
“문제를 잘 정의하면, 해결은 이미 절반 끝난다.”
고성과자는 문제를 푸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올바르게 보는 사람입니다.
문제를 정확히 정의한 순간,
해결책은 이미 그 안에 들어 있습니다.
핵심 요약
방향이 틀리면 속도는 낭비다.
문제정의는 ‘지도’, 문제해결은 ‘엔진’이다.
구조를 바꾸는 문제정의가 진짜 혁신을 만든다.
다음에는 문제해결하는 방법에 관해 논의하여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