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Ownership
첫째로 **오너십(Ownership)**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너십에는 사실 두 가지 단계(Level) 가 있습니다.
이 단계의 사람은 자신이 맡은 업무를 잘 해내고,
문제 발생 시 책임을 지겠다는 마음으로 일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레벨에서 멈춥니다.
즉, “내가 맡은 일은 잘 해야지.”라는 태도로 시작하는 것이죠.
하지만 더 높은 단계의 사람은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건 내 일이 아니라, 내 작품이다.”
그때부터 그는 결과뿐 아니라
결과의 질감을 신경 쓰기 시작합니다.
지시된 수준을 넘어서
‘더 완벽하게 만드는 과정’ 자체에 몰입하게 되죠.
이 단계의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건 내 영역이고,
이 부분만큼은 내가 제일 전문가여야 한다.”
그들에게 일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파고들고 싶은 것입니다.
그래서 Mastery Ownership은
단순한 책임감의 연장선이 아니라
장인정신(Craftsmanship) 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혼다 소이치로(Soichiro Honda) 는
엔진의 미세한 불균형을 ‘소리’로 구별했습니다.
그는 엔지니어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엔진을 자식처럼 사랑하라. 그 소리를 들어라.”
그것은 단순한 책임이 아니라 애정이었습니다.
그의 엔지니어들은 이 정신을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 — 장인의 영혼이라 불렀습니다.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가 처음 만든 애플 컴퓨터의 회로 기판은
아무도 보지 못할 내부에 숨겨져 있었지만,
그는 밤새도록 그것을 ‘예술처럼’ 정리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훌륭한 엔지니어는 아무도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신경 쓴다.”
이것이 단순한 ‘Owner’가 아닌, 진정한 ‘Master’로 진화한 사람의 흔적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Mastery Ownership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의무감에서 오지 않습니다.
그것은 일과 나 사이의 감정적 유대에서 비롯됩니다.
Mastery Ownership은 이 세 감정선 위에서 자랍니다.
감사는 겸손을 낳고,
사랑은 몰입을 낳으며,
자부심은 완성도를 낳습니다.
이 단계의 사람은 월요일 아침이 두렵지 않습니다.
퇴근 후에도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를 메모합니다.
그들의 동기는 KPI나 보너스가 아닙니다.
“이걸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의 불편함.”
그 불편함은 의무가 아니라
애정의 다른 표현입니다.
그래서 진짜 오너십은 결국
감정의 형태입니다.
감사는 일을 존중하게 만들고,
사랑은 일을 즐겁게 만들며,
자부심은 그 일을 나 자신으로 만듭니다.
Mastery Ownership을 가진 사람은
일에서 해방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 속에서 자유를 얻습니다.
전자과를 나왔지만,
사실 저는 ‘전자기계치’에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2024년 초, 팀장이 말했습니다.
“옆팀 M에게 한번 배워봐. 사내용 Co-pilot이 코딩을 도와주는 AI래.
써보고 도움이 되는지 판단해봐.”
M은 흔쾌히 설치와 사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GPT를 닮은 이 친구는 제가 설명만 잘 해주면
원하는 코드를 짜주는 보조 프로그래머 같았죠.
그전까지 저는 엑셀 함수들을
네이버 블로그에서 하나하나 찾아보며
원가 계산용 시트를 반자동화 수준으로 만들어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계가 뚜렷했죠.
대학교 때 잠깐 다뤄본
VBA(엑셀 내 코딩 언어) 를 다시 열면서
저는 원가 엔지니어가 아니라
‘원가 툴 제작자’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Co-pilot이 코드를 써주고,
저는 그에게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우선순위로 구현할지”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사람이 되었죠.
툴의 구조를 설계하고,
기능을 모듈별로 나누고,
서로 연동시키는 작업은
마치 퍼즐을 맞추는 일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논리적으로 풀리지 않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며칠 동안 진전이 없었고,
퇴근길마다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밤, 잠자리에 들려던 순간 —
번개처럼 아이디어가 스쳤습니다.
‘이렇게 구조를 바꾸면 된다!’
침대맡의 메모지에 급히 적고 누웠지만,
가슴이 두근거려
도저히 깊은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새벽 세 시,
결국 더는 버틸 수 없어 회사로 향했습니다.
네 시부터 일곱 시까지 작업한 끝에,
마침내 그 기능이 완벽히 작동하는 순간을 맞았습니다.
그날은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평생 잊지 못할 정도로 충만했습니다.
저는 그때 알았습니다.
“일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느끼는 몰입의 기쁨”이 이런 것이구나.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Ownership의 완성 —
책임이 아니라
애정, 의무가 아니라 창작의 즐거움이라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