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그 시절을 후회하고 있을까? 나는?

Dyspnea#115

by ManAh



0830

아침부터 비가 왔나 보다. 비 냄새가 너무 좋다.



1102

저질러놓은 것이 없으니 정리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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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 01번 버스가 먼저 들어오고, 그다음 신호를 받은 후 성북 02번 버스가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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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감정 정리가 잘 안 됐나 봐. 걸으면서 참으려고 해도 계속 눈물이 난다. 사는 거야 못 살겠어? 그렇지만 내게는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너무 중요한 문제라. 앞으로도 똑같이 상처받고 똑같이 좌절할 텐데 그걸 반복하기가 싫은 게 문제겠지. 그거에 대한 답이 잘 안 보이니까 힘든 거고. 더 무서운 건 이 고민은 분명 삶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안고 갈 것이라는 거다. 나는 그게 너무 무섭고,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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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취향은 더욱 깊어져 갔지만 그 취향은 점점 더 쓸데없어졌네. 똑같은 고민만 십이 년째 반복 중인 이런 나도 지겹지만 어쩌겠어 이게 나의 고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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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는 도처에 피어나고 흩어지기만을 기다린다.



1712

너를 여기서 만날 줄이야? 사진이 우리의 꿈이었고, 사진이 우리의 길인 줄 알고 매진하던 시절이 있었지.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나도 일반 회사에 다니고, 너도 일반 회사에 다니고 있구나. 그 시절을 서로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뭔가.. 나는 참 애잔했어. 좋아하는 것에 매진하던 그 시절에 대한 기억 때문이기도 했지만, 또 그 시절은 그 시절대로 놓아두고 언제 사진을 했던 사람들인 것 마냥 이야기를 주고받았으니. 너는 그 시절을 후회하고 있을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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