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Dyspnea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nAh Aug 06. 2022

우리들의 방황은 찬란하다

Dyspnea#198



1119

책방 일일 지기를 하러 출근하는 길. 딱히 챙긴 것도 없는데 가방이 무겁다. 무거운 가방만큼 마음도 무겁고. 비가 예정되어 있어 우산도 챙기기는 했는데 아직 비가 오지는 않는다. 아마도 오늘도 살짝살짝 소나기 정도로 내리지 않을까 싶네. 



1132

나오는 길에 아, 머리 만져야겠다 하고 머리를 만지고 나왔다. 이 말인즉슨 이제는 머리가 무엇을 만질 만큼 길어졌다는 이야기인데- 아직은 형태만 잡을 수 있는 정도기는 하지만 어쨌든 반삭하고 3달 만에 머리의 90% 정도가 회복된 듯. 머리를 손질하러 세 번 정도 갔는데 갈 때마다 미용사분인 머리가 왜 이렇게 빨리 자라냐고 놀랐다. 고작 3 달이면 회복할 것 때문에 그렇게들 조심하고 그 선택에 놀란 건가 싶으면서도, 괜히 스스로에게 사회에서 볼 때의 핸디캡을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했지. 핸디캡을 껴안지 않고도 이미 언더독이니까. 



1146

블로그에 대한 단상. 요즘 계속 1일 방문자가 300을 넘고 있다. 드디어 200의 벽을 넘어 300의 사나이가 된 건가- 싶지만 애드 포스트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여전히 10원 언저리.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이라는 웹드라마로 유입이 엄청 늘었다.(무려 저 검색어로 유입되는 사람이 총방문자의 3-40퍼센트에 육박함) 왜인지 저 드라마로 검색 양이 많아진 건 그만큼 회사를 관두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고. 



1225

우리들의 방황은 찬란하다. 



1913

일일 책방 지기를 무사히(?) 마치고 의성님을 보러 가는 길. 



2317

원래는 글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만났던 건데 정작 글을 보여드리진 못했다. 근데 글을 보여드렸어도 그 후 진행은 쉽지 않았을 것 같아. 워낙 요즘에 바쁘셔서 그전에 기획하고 예정해놓았던 책 작업들도 못하고 계신다고. 근데 단순 책 작업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또 여러 이야기를 들으면서 최근에 하던 생각들에 대해서도 정리를 조금 했다. 스타필드 앞의 공간을 보고 있다고 이야기했던 것- 오히려 스타필드라는 뚜렷한 목적성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도로 하나 넘어서의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굳이 서점을 찾아갈까요? 그러니까, 스타필드에 오는 사람 중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 관심 있어하는 사람, 그리고 새로운 서점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 이 말은 예전에 내가 블로그에 독서모임을 모집한다고 글을 올렸다가 무참히 모객에 실패했을 때- 그때 해 주셨던 이야기랑 비슷했는데- 애초에 내 블로그가 데일리 200 정도로 오니까- 그중에서 책에 관심 있는 사람, 그리고 또 그중에서 독서 모임을 하고 싶은 사람, 또 그중에서 지역과 시간이 맞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냐, 애초에 모객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라는 분석을 하셔서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나도 마냥 어쨌든 하남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서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게 너무 안이했던 생각이었나?라고 다시 한번 자문하게 되었지. 그리고, 또 여전히 나의 글을 기대한다고 이야기를 해주셔서- 그때 한창 안티에그의 이야기를 내게 해주셨을 때 많은 고민을 했고, 결국 글을 쓰지 않고 연락을 드리지 않아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러니까 사람마다 무언가가 깨져야 하는 시기가 있다고. 본인은 그 깨지는 게 35살에 왔다고. 승욱 님은 아직 그게 안 온 것 같다고. 그래서 또 인스타그램에 서점 가상 계정을 만들어서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용기 내서 했다. 오, 승욱 님이 만드셨다고 이야기를 하실 정도면..! 이래서 괜히 쑥스러웠네. 6월 말, 7월 초 정도에 만들었다고 하니까 그럼 피드를 지금쯤이면 최소 20개 이상은 올리셨어야..? 그때 겨우 5개밖에 안 올렸던 상태였고, 내가 이거 조금 더 진심과 진정으로 올려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도 해주셨다.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요를 최소 100개도 받지 못한다면, 오프라인에서의 활동은 솔직히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좋아요는 돈이 들지 않는 건데도 그 정도의 반응도 받지 못한다면- 그리고 그건 정말 최소의 이야기이고요. 이런 확고한 기준 같은 걸 세워두는 것도 좋겠다 싶었지. 그리고 승욱 님이 지금 서점을 하는 걸 추천을 크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또 서점을 통해서 길이 열리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라 그런 하나의 매개로 서점을 쓰신다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도 주셨는데 그 말도 정확히 무엇을 이야기 주시는지 알겠더라고. 그러니까 서점 그 자체가 최종 목적이 아니라, 서점을 통하여 열리는 새로운 길들을 바라보고 움직이라고.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활용해라-. 어떤 씬이든 특출난 사람들은 튀어나오기 마련이고, 그 씬 안의 모든 사람들이 그 존재를 알게 된다고. 그러면서 또 그런 몇몇의 이야기들을 듣게 되었지. 그런 사람이 내가 될 수 있을까? 도 생각했고. 의성님은 가능성을 높게 봐주신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누군가가 나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힘이 되기는 하더라- 특히 나같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잘 가지지 못하는 성격에게는 더욱- 그 후도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헤어졌는데- 오늘 이 타이밍에 만나게 되었던 것은 되게 적절했던 것 같아. 특히나 서점 지기를 체험하고 온 오늘은 더욱. 스스로를 조금 더 깨고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은 내가 돌멩이를 던진 딱 그만큼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