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spnea#218
0600
또 안 좋은 꿈. 트라우마의 복합체. 열등감이라는 것에 휩싸이고 가로막힌 채. 그 상대는 누구인가. 고등학교 야자 시간에 책을 집어던진 이제는 교장이 된 선생 K. 우리는 친구가 아니라고 했던 Y, 내게 창의성이 없다던 J. 나에게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던 U, 운전을 못한다던 M, 사진을 못 찍는다던 T, 나의 공백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던 면접관, 그 모든 것을 합친 나 S.
0607
머릿속의 과부하.
0608
내가 가진 열등감을 마주하고 그 두려움에서 극복하는 순간이 해방되는 순간이겠지.
0611
가족의 기대 혹은 타인의 이해?
0612
갑자기 너무 많은 생각들이 순식간에 몰아쳐서 숨을 쉬기가 조금 힘들다.
0615
무수히 많은 자아의 분열과 스스로에 대한 복잡성의 이해.
0619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
0623
떨어진 담배와 오랜 시간 해소되지 못한 성적인 욕구들.
0627
받아들이라고 끝없이 소리치는 나의 열등과 긍지. 나의 자존감. 나의 정체성.
0630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과 태어나고 자란 것.
0632
이루지 못한 꿈들과 이루려고 하는 꿈들.
0635
예술은 태어나는가 혹은 만들어지는가, 예술가는 태어나는가 혹은 만들어지는가.
0649
빛과 어둠 긍정과 부정 기쁨과 슬픔 그 모든 것의 기조.
0713
휘몰아치던 소리가 잠잠해졌다.
0904
벌초를 하러 시골에 왔다. 할머니 할아버지 산소가 있는 쪽에 산업단지가 들어온다고 근처 모든 땅을 뒤집어엎었다. 51만 평 부지. 우리 산소는 산꼭대기에 있는데 그래서 바로 밑에 있는 산소들까지는 모두 이장 작업이 완료되었는데 우리 산소만 살아남았다. 듣기로는 이 산도 뒤집어버리면 바로 너머에 있는 꽃동네가 보여서 이 산을 내버려 두기로 했단다.
0913
산소가 살아남았다는 표현이 재밌게 느껴지네.
0927
댐 직업으로 마을이 수장된 것도 아니고 시골에 살았던 것도 아닌데 왜인지 실향민이 된 것 같다
1118
예초기에 문제가 있어서 수리하러 갔다가 이제서야 제대로 벌초 시작. 올 때마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요즘은 벌초도 9만 원? 이면 깨끗하게 해준다는데 그냥 돈 주고 하면 안 되나 싶으면서도- 아버지의 마음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마음이시겠지.
1314
벌초가 끝나간다. 송장 귀뚜라미를 너무 많이 봐서 이미 송장이 먹혀버린 게 아닐까 싶어 무서웠다.
1317
할매 할배 우리 이제 가. 조상 덕이라고는 아직까지는 독도에 들어간 것 밖에 없는 것 같은데 큰 거는 안 바랄게. 울 아부지나 어무니좀 잘 보살펴줘. 어차피 나는 얼굴도 못 봤잖아? 그러니 나까지는 안 바랄 테니까.
1711
세상이 효율로만 살아지는 것은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