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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Ah Aug 29. 2022

그들의 기대와 응원이 무위로 돌아가지 않게 하는 것

Dyspnea#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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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너한테 80억이 있으면 뭐 할 거야?” “나? 나는 바로 서점 차리지.” 애초에 말도 안 되는 금액으로 주어지는 상상이었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아무런 제약도, 제한도 없을 때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내 꿈이 아닐까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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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내가 무엇이라고 이렇게 무엇들을 까대는가 하고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느껴지는 것을 어떻게 하겠어. 내가 아직 성숙하지 못해서 그런 것도 있을 테고, 내 글들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예전에 비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친구에게 물은 적이 있다. 그 친구는 나도 식인을 하는 외계인이 나타나면 그들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말로 답한 적이 있다. 나도 필드에 나가는 순간, 내가 그동안 썼던 말들처럼 언젠가 공격받고, 상처받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때의 나도 그 이야기들을 겸허히 수용하는 것밖에는 답이 없겠지. 모든 시작들을 응원한다고 하면서도, 비판하기 바쁜 나를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그것이 복잡한 나이니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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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의 스크린도어 안에 사람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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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동안 똑같은 간격으로 출근했는데 오늘 왜 이렇게 오랜만에 나가는 것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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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랜만에 만나고 돌아온 친구에게도 서점을 하고 싶어 계정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했고, 팔로우 +1이 되었다. 나를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서점 주인과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게 어떤 이미지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 서점의 당위성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 당위성이 내 턱 끝까지 차올라 숨쉬기가 힘들어지게 만들어야 한다. 그때도 네가 안 움직일 수 있나 한번 보자고.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기 위하여 언제 행동으로 나설 수 있나 보자고. 그들의 기대와 응원이 무위로 돌아가지 않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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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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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동안 그래도 정이 들었나? 내일 이후로는 이 사람들을 못 볼 거라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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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카드를 놓고 간다. 근데 핸드폰으로 결제하고 핸드폰을 안 가져가는 경우는 한 번도 못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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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출근 왓츠인마이백을 해볼까. 우선 책 한 권. 두께가 얇거나 곧 다 읽을 것 같으면 두 권을 챙긴다. 텀블러에 담은 물 하나. 오백 미리 물을 하나 마시라고 주지만, 정수기가 따로 없어서 내 거를 안 가져가면 부족할 때가 있다. 보조배터리는 매번 챙겨가다가 충전선을 발견한 이후로는 굳이 가져가지 않고 있다. 에어팟은 편의점이 아니라 어디를 가도 필수적이고. 그리고 블루투스 스피커를 하나 챙긴다. 물론 편의점의 기본적인 배경음악이 틀어져있지만 초창기에 말했던 것처럼 도저히 못듣겠어서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틀고 싶어 가져간다. 이제 끝나가니 말해도 되겠지. 이 정도가 내 편의점 출근 왓츠인마이백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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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물 새는 소리가 들려서 뭐야 하고 밖에 보니 비가 미친 듯이 쏟아지네 이게 대체 뭔 일이여? 아니 한 5분 전까지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이게 대체 뭔 일이래? 와따 쏟아진다 쏟아져. 소나기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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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때 이야기를 출근까지만 마무리를 지었던 근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11시 15분 즈음에 물량이 들어온다. 물량은 대략 60~70개. 솔직히 많은 양은 아니다. 가끔 오전 타임 물량이 일찍 와서 맞을 때가 있는데 그때 물량이 검수기에 150개 찍히는 걸 보고 가만있기로 했다. 물량을 검수하면서 손님들을 맞으면 대략 12시가 넘는다. 그때부터는 손님들이 몰리지 않는다. 이때 뉴스레터를 읽는다. 내가 요즘 뉴스레터를 정리해서 안 올리고 있기는 하지만 안 읽고 있는 것은 아니다.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하루에 대략 이틀 정도를 해치운다. 하루치를 읽으면 1시 반쯤 되는데- 이때 유통기한을 체크하고, 눈을 환기할 겸, 가지고 간 책을 읽는다. 보통 한 시간 정도 독서를 하고 2시 반부터는 매일 해야 하는 업무 중 하나인 담배 시재 체크를 한다. 이 작업이 30분 정도 소요가 된다. 이후 다시 뉴스레터를 읽는다. 한 시간 정도 읽은 후, 일주일 동안 핸드폰에 디깅해놨던 정보들 (맛집이라던가, 전시라던가, 공연 정보라던가)을 정리한다. 그 후 다시 책을 읽는다. 다섯시 이십분 정도부터 청소를 시작한다. 청소가 끝나면 5시 45분 정도. 내 다음 타임 근무자가 5시 55분 정도에 오기 때문에 10분 정도는 핸드폰을 끼적이며 근무를 마무리한다.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근무는 조금 다른데 과자 재고 체크와 라면 재고 체라는 업무가 추가적으로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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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언제 쏟아졌냐는 듯 그쳤네. 이 시간에 자고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비가 쏟아진 걸 아침에 그저 아스팔트가 젖어있는 흔적만으로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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