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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Dyspn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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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Ah Sep 03. 2022

그 잠꼬대 안에서도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Dyspnea#222



0628

이제는 선풍기를 끄는 게 아니라 창문을 닫아야 되네. 춥다 추워. 



0635

오늘부터는 추석 전까지 새로운 단기 일을 한다. 



0659 

그렇게 본다 해도 어쩔 수 없어요. 지금의 나는 이런걸요. 



0748 

내가 생각했던 긱워커는 디지털 노마드 형태였는데- 재밌는 형태로 육체적 긱워커가 되었군. 



0952

첫 번째 쉬는 시간. 일단 소회를 간단히 적어보자면- 과일 박스를 내리고.. 까고.. 다시 택 작업을 하는 건데 음. 확실히 단순노동은 생각할 게 별로 없어서 좋다. 그리고 정치나 경쟁적인 부분도 없으니까 좋고 -물론 이런 공장에서도 벌어지는 정치나 이야기들로 만들어진 영화들도 생각이 나기는 하지만 적어도 여기는-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고. 서로들 으쌰 으쌰 해서 빨리 끝내자 이런 분위기라. 좋은 의미의 공산주의의 발현이랄까. 그리고 대부분의 작업들이 이미 효율적으로 체계가 많이 잡혀있어서- 컬리도 그렇지만-  내가 생각보다 거기서 엄청 편함을 느끼는 것 같다. 체계적으로나 프로세스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이 있으면 그 지점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인데 내가 신경 쓸 것도 크게 있지 않고, 신경 쓰이는 부분도 별로 없어서- 그런 부분에서는 좋긴 하네. 그리고 단순 반복 노동 업무다 보니까 개인적으로 생각을 할 시간이 많다는 것도 좋고. 아쉬운 건 그 생각들을 바로바로 적을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겠지만.



1002

노동 강도로 따져보면 편의점보다 확실히 힘들고, 힘쓰는 일이다 보니 허리나 손목에 부담이 가는 것은 사실이기는 하지만, 편의점보다 시급이 3천 원은 더 세니. 



1203

나 이제 집 가고 싶다.. 사과만 농담 안 하고 한 오천 개 본 거 같은데



1209

점심시간. 밥이 진짜 꿀맛이네.



1551

쉬는 시간은 정말 칼같이 지켜줘서 좋네. 



1554

남자는 허리가 생명이라는데 왜 남자한테는 허리가 망가질 일들만 시키는 걸까. 



1558

내가 이런 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 이 일의 높고 낮음이나 근무 강도를 말하기를 떠나서, 끊임없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업무라는 점에서, 과연 내가 버틸 수 있을까. 이 일의 재미를 찾을 수 있을까. 다들 그렇게 사는데 나만 욕심을 부리는 걸까. 



1658

시급 9200원의 일에서 시급 12000원의 일로. 그만큼의 내 값어치는 상승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1929

와 집에 오자마자 뻗어부릿다가 이제 일어났네. 역시 몸을 쓰는 일은 진짜 피곤이 밀려오는 일이야. 



0123

아까 잠을 잔 탓인지 잠이 안 와 자지는 않고 내 방 안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져 조용히 문을 열었다. 볼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엄마가 나를 불렀다. 엄마는 잠귀가 어두워 한번 잠들면 어떤 일이 있다 해도 잘 깨지 않는다. 시간은 이미 엄마가 곤히 잠들었을 시간인데. 내가 문을 연 소리로 깨지는 않았을 것이다. 엄마는 날이 추우니 전기장판을 키고 자라고 했다. 전기장판을 아직 깔지도 않았는데. 엄마는 잠꼬대를 하는 것 같았다. 그 잠꼬대 안에서도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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