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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얼 Sep 28. 2020

커피따라 세계일주 - LA&뉴욕, 스텀프타운

LA&New York, Stumptown Coffee Roasters


스텀프타운은 LA에서 한 번 그리고 뉴욕에서 한 번 다녀왔다. 같은 브랜드임에도 두 매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LA의 매장 분위기는 차분했으며 손님들도 조용하게 커피를 마시고 떠나곤 했다. 반면, 뉴욕 매장은 훨씬 더 들뜬 분위기였다. 바리스타와 손님들이 서로 활기찬 모습으로 주문을 하고 커피를 건네면서 웃고 떠드는 모습이 일상인 듯했다. 심지어 촬영팀과 함께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들어온 우리를 경계하기는커녕 매우 반기며 맞아주기까지 했다(물론, 들어가자마자 양해를 구했다!).




(c)만얼 | 스텀프타운 커피 로스터스, LA


스텀프타운은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브랜드 중 하나이다. 커피의 맛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매우 재치 있는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커피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도 개성 넘치는 동영상으로 그런 노력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지는 않지만 한 두 개만 보아도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올 것이다(스텀프타운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StumptownCoffeeRoasters/featured).


1999년에 처음 카페를 시작한 그들은 미국 커피 시장에서 제 3의 물결을 이끈 주역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제 3의 물결은 지난번 인텔리젠시아 에피소드에서도 잠깐 언급했는데, 인텔리젠시아(Intelligentsia)스텀프타운(Stumptown), 그리고 카운터컬쳐(Counter Culture) 이 세 브랜드가 미국 커피 시장에서 소위 '빅 쓰리'라고 불린다. 제 3의 물결에 대해서는 조금 뒤에 설명할 테니, 잠시 기다려주시길 부탁드린다.


스텀프타운을 좋아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인데, 첫 번째는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노력이고, 두 번째는 평등과 다양성에 대한 가치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전에 나온 브랜드처럼 스텀프타운도 농부들과 직접적인 소통과 거래를 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보통 공정거래 가격보다 약 세 배에서 네 배의 가격을 주고 커피를 사 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돈이 넘쳐나서가 아니라, 농부들에게서 가져오는 커피의 가치를 합당하게 계산해서 '지속 가능한' 커피 시장의 순환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c)만얼 | 스텀프타운 커피 로스터스, LA



그리고 스텀프타운은 평등과 다양성에 대한 가치, 그리고 사람에 대한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매장에서, 그리고 각종 SNS 커뮤니티 등에서 소수자에 대한 평등의 가치 그리고 모두가 서로에게 더 나은, 차별 없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늘 이야기하고 있다. 스텀프타운의 창립자인 드웨인(Duane Sorenson)의 인터뷰에서 그들의 가치관을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실업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우리는 오히려 최고 품질의 커피와 서비스에 집중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더 재능 있고 창의적인 사람들을 고용하려고 합니다. 결국 스텀프타운의 성공은 우리가 가진 개개인과 우리 팀의 힘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스텀프타운은 직원, 농부, 고객 및 최고 품질의 커피를 찾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그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입니다."




사실 LA에서는 스텀프타운을 갈 계획이 없었다. 어차피 뉴욕에서 촬영팀과 함께 방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저 운전을 하면서 지나가는 길에 이 매장을 발견하고 이끌려 들어갔다. 하루 종일 커피를 마시지 못했던 그 날, 유난스럽게 커피 향이 유혹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각자가 커피를 주문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바깥 자리에 앉았다. 좋은 날씨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그리고 여유로운 분위기는 바쁜 일정 중에 소소한 이야기꽃을 피워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뉴욕에서 방문했던 스텀프타운에서는 꽤 영양가 있는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c)만얼 | 스텀프타운 커피 로스터스, LA





워싱턴 스퀘어 공원 바로 앞에 있었던 뉴욕 매장엔 사람이 꽤 많았다. 다른 손님들을 방해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일단 일행들을 뒤로한 채 줄을 서서 주문하기를 기다렸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커피를 주문하며 사정을 설명했다. 커피와 관련한 주제의 프로젝트를 위해서 왔으며, 괜찮다면 촬영과 함께 인터뷰가 가능한지를 물어봤다. 바리스타는 불편한 기색 없이 매우 흔쾌히 알겠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한다. 그리고 주문했던 커피를 받아 오면서도 바리스타는 미안하지만 조금만 기다리라며, 조용해질 것이라 이야기해주었다. 


(c)만얼 | 스텀프타운 커피 로스터스, 뉴욕



커피를 마시면서 인터뷰를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중, 조금 조용해진 틈을 타서 바리스타가 자리로 왔다. 어떻게 도와주면 될지를 물어보는 목소리가 매우 의욕적이었다.




"자, 어떻게 하면 되나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저희는 커피 찌꺼기로 친환경 잉크를 만들어보려고 해요. 커피 찌꺼기에도 풍부한 기름이 있다는 걸 발견했고, 그것으로 잉크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알았어요! 그러려면, 커피 찌꺼기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역 카페의 협조도 필수이기 때문에, 필드의 바리스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려고 왔어요"


"정말 좋은 생각인데요? 우리도 커피 찌꺼기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뉴욕시에서 커피 찌꺼기를 전부 수거해가고 있어요. 전부 수거한 다음 발효해서 농장으로 보낸다고 하네요"




이미 뉴욕시에서 커피 찌꺼기를 수거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웠다. 조사할 때는 나와있지 않았던 정보라 이야기하니, 여기서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바리스타는 우리가 그 시스템을 잘 연구하면 한국에서도 효율적으로 찌꺼기를 수거해서 사용할 수 있지 않겠냐며, 커피 찌꺼기로 만든 잉크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몇 마디 더 나누고 성공적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이번에도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을 건네며 고맙다 하니, 환한 미소와 함께 본인이 인터뷰하러 나오길 잘했다며 생각보다 더 좋아하는 모습에 한껏 기분이 고조되며 가슴이 뛰었다.





제 3의 물결


커피의 역사를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커피의 물결이다. 제 1차 산업혁명부터 제 4차 산업혁명까지 있는 것처럼 커피 역사에도 제 1의 물결, 2의 물결 그리고 제 3의 물결이 있다. 제 1의 물결은 인스턴트커피의 시대, 그리고 커피의 대량 생산 시작이 시작된 때를 이야기한다.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이 있던 당시, 전장에서도 많은 커피가 소비되었다. 하지만 급한 전시상황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내리고 있을 겨를이 없었기 때문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커피가 개발되었고, 전쟁이 끝난 후에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이 때는 Folgers라는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유명했다.


제 2의 물결스타벅스의 시대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카페라는 공간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수많은 카페가 생겨났고, 비로소 커피가 기호식품으로써 자리 잡게 된 시기이다. 커피를 빠르게 추출할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개발되고,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다양한 음료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커피'하면 쓰고 진하다는 일반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꿔놓음과 동시에 커피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져가며, 일반 소비자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제 3의 물결은 바로 높은 품질의 커피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특성들에 대해 집중하게 되는 시대를 말한다. 그리고,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3의 물결로 인해서 커피가 최종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났고, 모든 과정을 소비자들이 간접적으로 경험할 있게 되었다. 그리고 바리스타의 제대로 서비스를 통해서 소비자들에게 지식과 경험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c)만얼 | 스텀프타운 커피 로스터스, LA



이렇게 커피는 우리가 아는 역사들과 함께 시대를 흘러왔다. 지금 우리는 당장 집 앞에 있는 카페에 가서 로스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선한 커피를 마시고, 그 커피가 생산된 스토리와 그 커피가 어떻게 추출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바리스타에게 들을 수 있게 된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문화가 일상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수많은 사람들과 브랜드의 노력이 동반되었던 것이다. 알고 보면 참으로 재미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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