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얼 Oct 18. 2021

라떼 왜 이렇게 미지근해요? 좀 더 뜨겁게 해 주세요!

바리스타, 커피에 진심인 사람들 | 우유

커피를 즐기는 많은 분들은 커피 원두에 많은 신경을 쏟고는 합니다. 어떤 원산지의 어떤 원두는 어떤 맛이며 어떤 걸로 내리면 어떤 느낌이 좋다더라 하는 등의 것이지요. 원두에 따라서 커피 맛이 천차만별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간과하시는 것이 있습니다. 아메리카노의 90% 이상은 '물'입니다. 실제 커피 원두에서 추출되어 사람이 마시게 되는 성분은 비율로 따지자면 극히 일부입니다. 마찬가지로 라떼의 90%은 '우유'이며 그에 대한 중요성을 대다수의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습니다. 




우유는 여러 가지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에 커피의 맛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성분이 젖당 지방, 그리고 단백질입니다. 




젖당이라고 하는 것은 여러분들이 초등학생 시절, 가정 시간에 어렴풋이 배웠을 것입니다. '당'이 붙어 있는 것에서 추측할 수 있는 것처럼 우유의 단맛을 좌지우지하는 가장 중요한 성분입니다. 이 젖당에 열이 가해지면 이 성분이 화학적으로 잘게 쪼개지면서 사람이 단맛을 훨씬 더 잘 느낄 수 있게 되는데, 열을 가한 우유가 여러분들에게 더 달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우유의 질감이나 무게감, 그리고 단맛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우유의 지방입니다. 지방이라는 말을 들으면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 수 있지만,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이 더 맛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즉, 우유에 지방 함량이 높을수록 더 달고 진하며 무게감이 있다고 느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유에 들어있는 단백질 성분은 커피의 맛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영양학적인 요소와 다른 성분들과의 변형 성질 때문에 중요합니다. 가끔 우유를 너무 뜨겁게 데울 때 위에 막이 생기는 것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바로 우유의 단백질 성분에 열이 가해지면 다른 성분들과 쉽게 결합하여 엉키기 때문입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우유의 지방 함량에 따라서 그 맛의 차이가 가장 많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우유의 지방 함량에 따라서 라떼에서도 얼마나 많은 맛의 차이가 나는지 실험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 가서도 다양한 카페에서 음료를 만드는 모습을 보며 어떤 우유를 사용하는지 유심히 살펴보기도 합니다. 



이 라떼 왜 이렇게 미지근해요? 좀 더 뜨겁게 해 주세요



제가 일하면서 라떼를 제공했을 때 가장 자주 들었던 컴플레인 중 하나입니다. 물론, 손님의 취향에 맞춰 드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라떼를 뜨겁게 제공하지 않는 이유를 한 번 정도 설명하고, 그럼에도 뜨거운 라떼를 요구한다면 다시 만들어드리거나 양해를 구하고 다시 데워드리곤 했습니다. 


위에서 우유의 성질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상 다른 성분들을 차치하고, 우유의 지방 함량이 높으면 높을수록 맛있는 라떼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유의 온도에 대해서도 몇 번 실험을 해봤는데 약 50도에서 60도 사이에 있었을 때 가장 맛이 좋고 부드러웠습니다. 우유의 지방성분은 사실 바리스타가 어떠한 한계치 이상 또는 이하로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바리스타가 가장 쉽게 조절할 수 있는 우유의 온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음료를 마실 때 따뜻하다고 느끼는 온도는 60~70도 정도입니다. 약 75도 정도가 넘어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뜨겁다고 느낍니다. 라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유가 가장 맛있었다고 했던, 그리고 라떼를 만들었을 때 가장 맛이 좋고 부드럽게 느껴졌던 50도에서 60도 사이는 꽤나 미지근합니다. 60도를 넘어갈 때부터 사람들은 라떼가 따뜻하다고 느끼며 75도 정도 넘어가게 되면 조금 뜨겁다고 느낄 것입니다. 그러나, 그정도의 뜨거운 온도까지 도달한 우유는 표면에 막이 생기면서 단백질이 엉겨 붙고 특유의 우유 비린내가 나기 시작합니다. 그런 결과로 부드러운 우유 거품이 만들어지기 어려우며, 라떼 아트를 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c)만얼 | 가장 완벽했던 라떼아트 (Rome, Faro)


그 라떼아트 못하는 게 뭔 그리 대수냐 라고 하실 수 있지만, 라떼아트가 이쁘게 잘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우유 거품이 조밀하고 안정적이며 우유 온도가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유 거품이 너무 적거나 너무 많으면 라떼아트가 잘 나오지 않을뿐더러 라떼의 맛이 너무 단조로워지거나 거칠고 건조해집니다. 


때문에 바리스타들은 완벽한 거품을 위해서 수없이 연습하고 수많은 우유를 찾아보고 맛을 봅니다. 집에서 커피를 마시는 홈 바리스타 여러분들도 집 앞 마트에 가시면 수많은 우유를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여러 가지를 고민해보고 도전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요즘엔 유당불내증이라고 하는 증상을 가진, 위에서 이야기한 '젖당'을 몸에서 분해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귀리로 만든 우유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 중입니다. 국내 카페에서도 그런 우유를 사용한 라떼를 판매하는 곳이 많으니, 혹시 맛이나 그 느낌이 궁금하시다면 한 번 찾아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출처: oatly.com |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귀리우유


오늘도 감사합니다. 


이전 03화 바리스타와 원두, 지독한 놈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