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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얼 Jun 15. 2020

커피따라 세계일주 - 프라하, 원십 커피

Prague, Onesip Coffee


네가 가봤던 카페 중에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야?


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1초의 망설임 없이 바로 이야기하는 곳이 Onesip Coffee이다. 프라하 여행을 가는 친구들에게 꼭 추천해주며 실제로 추천을 받고 이 곳을 갔던 친구의 반응은 너무나 좋았다. 나도 지금까지 이곳에서의 느낌이 생생할 정도이니, 당연하다. 





(c)만얼 | 카페 입구



오후에는 동네 아이들이 시끌벅적 뛰놀 것만 같은 작은 골목길이었다. 따뜻한 햇빛이 부드럽게 감싸 오는 아침시간이었기에, 조용하기만 했던 그곳에서 이 카페를 만났다. 작은 골목길에 어울리는 듯, 카페가 크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좁은 느낌은 없었고, 오히려 밝고 아늑했다. 마침 그날따라 날씨도 선선하니 딱 좋았다. 


4평 남짓 되어 보이는 작은 크기의 카페라 몇 명의 손님만으로 가득 차있는 느낌이었다. 동네 주민들이 양 손에 커피 한 잔과 빵 하나를 들고, 으레 늘 그래 왔던 것처럼 바리스타와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장면이 펼쳐진다. 여유로운 대화 속에서 편안함이 밀려왔다.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낯설지만 부러운 그런 장면이었다. 

 


(c)만얼 | 카페 내부, 계속해서 들어오는 손님들과 기다리는 손님들


카페는 구석구석 빈틈없이 잘 꾸며져 있었다. 누구의 인테리어 감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내 취향과 딱 맞아떨어져서 그 사람에게 내 집을 맡겨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둥근 느낌의 천장을 타고 내려오는 민트색 줄의 전구, 그리고 뒷 벽 전체를 이루고 있는 나무로 된 페그보드 덕에 굳이 자리를 차지하는 선반도 필요 없었다. 계산대와 매대, 그리고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는 앞쪽 바는 답답해 보이지 않을 만큼만 물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순서를 기다리다 주문하려고 앞에 서자 인상 좋은 바리스타가 주문을 받아주었다. 


(c)만얼 | 잊을 수 없는 장면


잠깐의 기다림 후에 커피를 받아서 창가 자리에 앉는데, 순간 영화 같은 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활짝 열린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화사한 햇빛과 선선한 바람. 그 햇빛과 바람을 안으며 활짝 피어있는 꽃, 그리고 함께 그것을 즐기는 듯 창가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커플. 이 정도면 커피 따위. 맛없어도 만족이었다. 


그런데, 웬걸 커피도 훌륭했다. 그 아름다운 장면과 어우러지는 커피의 단맛과 산미는 이 세상 그 어떤 음료보다 달콤하고 상큼했다. 커피는 과테말라와 코스타리카 싱글 오리진 커피 중에서 고를 수 있었는데, 산미가 조금 더 좋다는 과테말라 커피를 선택했다. 




어디 커피 좋아해요?


가끔 커피를 좋아하는 지인들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는다. '어디 커피 좋아해요?'


음... 참 대답하기 난감하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지? 조금은 복잡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대충 대답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옛날에는 브라질 커피는 쓰고 진하고, 에티오피아 커피는 시고, 과테말라 커피는 탄맛이 나고, 블루마운틴 커피는 너무 맛있더라와 같은 얘기들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커피 시장에서는 그런 트렌드가 사라지고 있다. 


브라질이나 인도 등 예전엔 평균 품질이 좋지 않았던 원산지의 커피는 조금 진하게 볶아서 안 좋은 느낌을 가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평균 품질 자체가 많이 상향된 지금은 브라질 커피도 훨씬 가볍게 볶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위에서 이야기했던 탄맛 나는 과테말라 커피는 요즘엔 찾아보기도 힘들다. 커피 품질의 상향 평준화로 인해서 조금 더 선택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쓴맛밖에 안나는 에스프레소를 왜 마시냐는 질문도 꽤 많이 받는데, 한 번 자신의 미각을 믿고 도전해보기를 추천한다. 생각보다 우리는 맛과 농도의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에스프레소의 농도가 진하기 때문에 맛이 쓰거나 짜다고 느껴질 수 있다. 





(c)만얼 | 커피를 한잔 더 주문해서 자리로 돌아왔다


커피의 맛과 분위기 모두가 완벽했다. 이 기분을 조금 더 즐기고 싶어서 필터 커피를 한잔 더 주문했다. 주문하고 오니, 어느새 커플은 자리를 떴고, 조금은 차분해진 마음으로 다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지난번의 카페에서 맛봤던 것처럼 차를 마시는 것 같은 은은한 느낌으로 마무리하기에 딱 알맞았다. 




당신이 편안함을 느끼는 곳은 어디인가요?


이 카페는 가득 차있다는 느낌을 주는 카페였다. 작지만 좁게 느껴지지 않았으며, 시원하게 흘러가는 강물 같은 느낌이었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바리스타 한 명이 그 공간을 그렇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단 한 사람의 분위기로 특별한 것 없이도 편안했고,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카페를 가면 딱히 바리스타와 한두 마디 대화하지 않아도 친숙하고 편하다. 반면, 어떤 카페를 가면 왜인지 모르게 불편하고 눈치 보이고, 친구와 대화 나누는 것조차 불편하다. 나는 그런 느낌들이 그 공간을 지키고 있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카페의 넓이와 자리의 편안함과 관계없이, '당신이 커피를 마시는 것 외에는 모두 저에게 맡겨주세요. 다른 걱정 없이 편안히 계세요'라는 메시지는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서울 상수동에 있는 듁스 커피 쇼룸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이다음날에도 카페에 한번 더 들렀는데, 다른 바리스타가 있었고 그 사람과 인사하면서도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친구들과 프라하 시내를 걷던 중에 혼자 갔을 때 만났던 바리스타와 마주쳤다. 자연스럽게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내라는 인사를 하며 지나쳤다. 


또 하나의 기억을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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