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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얼 Jun 29. 2020

커피따라 세계일주 - 프라하, 오리지널 커피

Prague, Original Coffee


Original Coffee는 리퍼블리카에서 나와 조금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장난스러운 낙서와 가로등이 붙어 있는, 창문에 반사된 햇빛이 고즈넉하게 비치는 노란 벽으로 둘러싸인 골목길을 지나서 천천히 걸어가다 보니 어느새 도착했다. 



(c)만얼 | 고즈넉한 골목길


낙서로 가득한 벽들 사이에 있는 카페는 빨간색의 간판과 로고가 눈에 띄는 곳이었다. 밖에서 풍기는 분위기처럼 카페도 개성 가득한 느낌이었다. 사진을 한 장 찍고 들어가니, 자유롭고 독특한 분위기의 두 명의 바리스타가 반겨주었다. 



(c)만얼 | Original Coffee, 입구


얼굴과 귀에 많은 피어싱이 있었던 바리스타 앞에 서있으니 뭔가 신기하기도 부럽기도 했다. 아마 나는 절대로 가져볼 수 없을 것만 같은, 그 사람들만이 낼 수 있는 분위기에 대한 것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겉모습만 보고 살짝 긴장감을 가지고 건넸던 첫인사에 생각지도 못한 따뜻함으로 답해주었던 그녀들에게 어느새 편안함을 느꼈다. 



(c)만얼 | 주문을 위해 들어간 카페 바의 정면 모습


밖에서 봤던 간판과 로고처럼 군데군데에 빨간 포인트가 놓여 있었다. 에스프레소 머신 위에 놓여 있는 빨간색의 라떼 잔이나 접시, 머신 옆으로 있었던 빨간색 모카 마스터, 그리고 뒤쪽 싱크대에 있던 세제 뚜껑마저 빨간색이었다. 일부러 저런 걸 샀나? 싶어서 뭐가 더 있나 찾아보기도 했다.


시원한 바람이 간격을 두고 들어왔지만, 금방 더워진 탓에 시원한 물 한잔부터 마시고 싶었다. 그래서 얼른 주문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커피가 있는지 물어봤더니, 오리지널 블렌드와 니카라과 싱글 오리진 중에 선택하면 된다고 한다. 나는 니카라과 싱글 오리진으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주문했다. 




싱글 오리진(Single Origin)과 블렌드(Blend) 커피


여러분은 백미밥과 잡곡밥 중 어떤 것을 더 좋아하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부드럽고 단맛이 더 좋은 백미밥을 좋아한다.  


싱글 오리진은 말 그대로 한 종류로 구성된 커피이다. 하나의 산지 또는 하나의 농장에서 나온 커피를 말하는데, 예를 들어서 '브라질 커피, 인도네시아 커피, 과테말라 커피, 예가체프 커피' 등등 이렇게 하나의 산지 이름만 붙은 것들을 보통 싱글 오리진 커피라고 한다. 


블렌드는 말 그대로 섞였다는 뜻이다. 각종 산지의 싱글 오리진 커피가 최소 두 가지 이상 섞여 있으면, 블렌드 커피라고 한다. 위에서 백미밥과 잡곡밥을 예를 들었는데, 백미밥, 흑미밥, 현미밥 등 한 가지 종류로만 만든 모든 밥은 싱글 오리진, 최소 두 가지 이상의 쌀이 섞인 잡곡밥은 블렌드라고 이해하면 쉽다. 


난 커피도 백미밥 같은 싱글 오리진을 더 좋아한다. 그 커피가 가지고 있는 개성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오렌지 향이 강렬했던 과테말라 커피처럼, 꽃향이나 과일향, 초콜릿 같은 단맛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이 좋다. 반면, 블렌드 커피는 조금 더 보편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백미를 베이스로 각종 잡곡을 넣어서 다양한 씹는 맛을 즐길 수 있는 잡곡밥처럼, 블렌드도 그러하다. 많은 사람이 커피를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다양한 싱글 오리진을 부드럽게 조합한다. 


 보통 블렌드 커피의 이름은 붙이는 사람 마음대로다. 카페가 있는 동네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자기 카페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또는 계절별로 다른 특성과 이름을 가진 블렌드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2019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의 우승자인 전주연 바리스타가 있는 모모스 커피의 블렌드 커피 중에 '오시게 블렌드'라고 있는데, 모모스 커피 본점 매장의 주소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주문을 하고 자리에 가는데, 내 또래로 보이는 한국인 남자 세 명이 뒤따라 들어왔다. 보자마자 '한국인이구나'하고 생각했는데, 마침 한국말도 들려왔다. 어려 보이는 세 남자의 대화는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A. 더워 죽겠네, 빨리 주문해라 니 영어 잘하잖아


B. 그래 좋다 여기. 와 근데 여긴 물도 그냥 주네.. 한잔씩 마셔라. 원래 유럽은 카페에서도 돈 주고 물 마셔야 한다. 


A. 근데 우리 돈 얼마나 남았는데? 뭐 먹지?


C. 그래도 꽤 남았다. 저녁에 밥 먹고 맥주까지 마실 수 있겠다.



누가 봐도 학생이었던 그들은 자리에 앉은 후에도 한참을 여행 경비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 내일은 어디 박물관을 가야 하니 얼마짜리 밥을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 차라리 걸어 다니면서 밥을 좋은걸 먹자는 이야기 등등. 사실 나도 이전에 여행을 다닐 때는 경비가 부족해서 차트를 하나하나 다 짜서 다닌 적도 있었다. 그때 생각이 나면서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c)만얼 | 주문했던 에스프레소 한 잔



몰래 이야기를 들으며 모른 척하고 있던 중, 커피가 나왔다. 역시나 빨간색의 강렬한 잔에 나왔던 에스프레소는 색감만큼 강렬했다. 더운 날씨에 힘내라는 응원을 건네듯, 달달한 향과 깔끔한 뒷맛이 목을 타고 넘어왔다. 


맛있게 커피를 마시고 나가는 길에 추천해줄 카페가 있는지 물었다. 한 곳을 알려주었는데, 그 카페는 신기하게도 다른 모든 바리스타들이 하나같이 추천해준 카페였다. 직접 가보니 왜 추천했는지 알 만큼 만족했고, 잊을 수 없는 경험과 신기한 인연을 만들게 된 곳이기도 했다. 


외국에 있는 카페라도 늘 나서는 길에 그다음을 기약하게 된다. 내년이 될지 내후년이 될지, 아니면 10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 다시 이 도시에 왔을 때 그 자리에 있기를 바란다. 실제로 대만에서 갔던 카페 중 한 곳은 2년이 지난 후에 거의 똑같은 날과 시간대에 다시 방문했는데 감회가 정말 새로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카페는 지금은 폐업상태라고 나와있다.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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