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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얼 Jul 06. 2020

커피따라 세계일주 - 프라하, 슈퍼 트램프 커피

Prague, Super Tramp Coffee


글 쓰는 것이 가장 기다려졌던 카페인 Super Tramp Coffee이다. 혼자 카페 여행을 다니던 날 마지막을 장식해주었던 곳인데, 추천을 부탁했던 바리스타 중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던 곳이다. 궁금증과 기대를 안고 찾아가는 길이 정말 쉽지 않았다. 구글 지도를 계속 들여다보면서 이리저리 확대해도 가는 길이 애매하게만 나와있었다. 결국은 발견해내고 말았고, 고생 끝에 찾은 열매는 달콤했다. 





(c)만얼 | 고생 끝에 찾은 도시 속의 환상과도 같은 카페


주로 유럽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건축 양식으로, 빙 둘러싸인 건물 안쪽으로 공용 마당 같은 공간이 있다. '파티오(Patio)'라고 부르는 양식이며, 여러 통로를 두고 건물 내에 위가 뚫린 공간이 있는 게 특징이다. 이 카페가 바로 이런 곳에 있었기 때문에 구글 맵에는 건물 안에 있는 것으로만 나오고 바깥과 통해있는 입구가 보이지 않아서 찾기가 매우 힘들었던 것이다. 



(c)만얼 | 카페 입구


(c)만얼 | 가득 차 있던 야외 테이블



건물을 통하는 작은 길을 지나 찾은 이 곳은 첫인상부터 신비로웠다. 둘러싸인 건물 안으로 밝게 내리쬐는 햇빛과 통로를 통해 들어오는 바람, 적당하게 햇빛을 가려주는 그늘에 대비되는 초록색의 식물은 동화 속에서 방금 튀어나와, 금방이라도 토끼 한 마리가 말을 건넬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좋은 날씨에 야외 테이블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어른들은 각자의 일을 하고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c)만얼 | 카페 입구



입구에서부터 좋은 기운을 안고 들어간 카페에서는 두 명의 바리스타가 일하고 있었다. 꽤 바빠 보여서 에스프레소 한 잔만 주문하고 넓은 공용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카페 바깥만큼 안쪽도 매력적이었다. 바리스타의 감각이 묻어나는 스타일과 LP로 재생되는 음악은 그 매력을 더해주었다. 


파란색 그라데이션이 있는 바 앞쪽을 따라 에스프레소 머신과 계산대가 함께 있었고, 옆쪽으로는 통유리로 된 디저트 매대가 있었다. 조금은 복잡해 보였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흰색 벽에는 카페를 보여주는 즉석 사진들이 붙어있었다.



(c)만얼 | 설탕 하나도 이쁘게 담아둔 벽면과 에스프레소, LP를 갈고 있던 바리스타분



LP 특유의 음색을 즐기며 둘러보던 중에 커피가 나왔다. 사실은 커피보다도 검은색 도자기잔에 먼저 눈이 갔는데, 살 수만 있다면 사가고 싶을 정도로 이쁘다고 생각했다. 트레이에 올라와 있는 흰색 종이, 도자기 잔, 작은 스푼 단 세 가지의 심플한 구성도 마음에 쏙 들어서 카메라를 먼저 들이댔다. 


그리고 커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훌륭했는데, 달달하고 상큼한 과일 사탕을 녹여 먹는 것처럼 입에서 계속 맴돌았다. 다 마시고 난 후에 입속에 남는 여운이 길고 깔끔해서 '맛있다.....'라는 말이 육성으로 나올 정도였다. 바리스타에게 어떤 커피인지 물어봤는데, 르완다 커피였다. 르완다가 이렇게 좋은 커피를 생산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c)만얼 | 원두 사진, 날씨가 덥고 여행 초반이라 원두는 되도록이면 사지 않으려고 했는데 여기선 그냥 샀다



혹시 한국인이세요?



아직까지 이곳에서의 기억은 여행 중 에피소드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이야기한다. 커피를 너무나도 맛있게 마시며 감탄하던 중, 넓은 테이블의 옆자리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혹시 한국인이세요?"


운동복 차림으로, 운동을 끝낸 후 간단하게 커피를 마시러 온 듯한 그분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말을 건넸다. 나도 그분들을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봤는데, 한국인임에도 누가 봐도 편한 현지 사람 느낌이 났기 때문이다. 짧은 순간,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인 건지, 어떤 일을 하길래 이곳에서 살 수 있는 건지, 근데 왜 나한테 말을 걸었지 등등.. 일단 궁금증은 뒤로한 채 대답부터 했다. 



"네! 한국인이에요. 혹시 여기 살고 계시는 거예요?"


"네 저희는 여기 살고 있어요, 그런데 여긴 어떻게 왔어요? 여기 온 한국인은 처음 봐요. 여긴 관광객이 찾아오기 힘든 곳이거든요"


"커피를 좋아해서 카페 투어를 하다 보니 다른 카페에서 전부 여기를 추천해주더라고요. 와서 보니 커피가 너무 맛있네요"


"우와! 카페 투어라니 신기하네요.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여기 커피는 어때요? 근데 학생이에요?"


"네, 지금까지는 여기가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찾기 힘들었는데 분위기도 좋고 커피도 맛있네요. 지금은 대학생인데, 친구들끼리 왔다가 오늘은 혼자 다니기로 했어요. 근데 프라하는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내일은 비엔나에 갔다가 그다음 스페인을 마지막으로 한 달 여행이 끝이네요"



이렇게 시작해서 꽤 많은 대화를 나눴다. 알고 보니 대화를 많이 나눴던 아내분은 체코 여행기를 네이버 블로그에서 연재를 하고 계셨고, 남편분은 대사관에서 일을 하신단다.. 이런 영광이!


*네이버 [여행+]에서 에우다 라는 이름으로 포스팅을 하셨고, TRIPFUL이라는 여행 가이드북의 체코 편을 담당하셨다. 이 책은 서점에 가면 찾아볼 수 있다. 체코 여행을 계획한다면 참고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실제로 거주하면서 구석구석 숨은 팁들을 많이 적어놓으셨기 때문에, 조금은 색다른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http://post.naver.com/lady_dada715



(c)만얼 | 새로 주문한 필터 커피와 까눌레 하나



여기서 먹었던 까눌레는 먹었던 것 중에 최고였다. 아직까지도 이 이상의 까눌레를 먹어본 적이 없는데, 다시 프라하에 간다면 꼭 다시 가서 먹을 것이라 다짐해본다. 말을 걸어주셨던 분이 추천해주셔서 커피를 새로 주문하는 김에 같이 주문한 건데, 먹어보길 참 잘했다. 커피를 받아와서 대화를 조금 더 나누고 SNS를 교환하고, 해가 지기 전에 꼭 한 곳을 가보라며 추천도 해주셨다. 





(c)만얼 | Vyšehrad 라는 곳이다, 올라가면 프라하 시내 전경을 다 볼 수 있다, 아래는 가면서 본 볼타바 강의 멋진 풍경



날씨가 갑자기 흐릿해졌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운 모습들이 끝없이 펼쳐지는 곳이었다. 볼타바 강가를 따라 쭉 걸어가다 보면 비셰라드 라는 언덕으로 올라가 볼 수 있다. 가벼운 오르막의 숲길을 올라가면 탁 트인 프라하의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c)만얼 | 다양한 프라하의 모습들


프라하는 지금까지도 동화 속 환상의 나라에 다녀온 것만 같은 생생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신기한 경험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들은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이다. 언제나 여행에서 오래 남는 기억은 사람에 대한 기억인 것 같다. 단 몇 분의 대화만으로 오래도록 남아있는 사람에 대한 기억은 그 여행 자체를 의미 있게 만들어 준다. 


거리에 꽃향기가 가득한 도시, 맛있는 음식과 훌륭한 카페가 있는 도시, 밤에는 분위기 좋은 재즈바에서 칵테일 한 잔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도시. 프라하의 마지막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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