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는 당신을 위하여
어린 시절부터 불안했다.
진도 2 정도의 지진이 삶에서 잦은 빈도로 일어났다.
늘 불안해서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대지진을 예비하고 살았다.
태어나고 28년 만에 안식을 찾았다.
나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은 곳으로 갔다.
자연재해라는 불안한 조건이 없는 곳에서 1년을 지냈다.
그러나 세상이 나를 엿먹이는 것만 같은 일이 일어났다.
살만하니 다시 지진이 일어나는 곳으로 가야 했다.
얕은 지진이 일어나던 곳 말이다.
나를 끝없이 불안케하고 해도 모자라지 않은 불안을 주는 곳
태어나 처음으로 그곳을 박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불안하게 하고 고통을 주는 이곳을 끝내버리고 안식을 느끼고 싶었다.
비로소 얕고 긴 불안 속에서 악귀가 되었다.
행운을 느끼면 다시 불행을 주는 이 세상을 모조리 파괴해야겠다느 생각을 품은
악마와 물아일체가 되었다.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목이 찢어질 정도로 발악을 했다.
신이 가장 아끼는 것을 파괴하겠다고
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부숴버리겠다고 말했다.
나는 진정한 분노를 보았다.
세상이 나를 버렸다고 느끼는 순간 내 안에 잠자던 악마가 춤추었다.
나는 비로소 악마가 되었다.
그 순간, 나는 나를 잃었다.
고통스러운 미래를 봤기에 겁에 질렸다.
나를 잃은 순간,
나를 버릴 세상에 증오심을 품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 박살 내버리려던 마음을 온전히 느끼고
다시 나로 되돌아오고 나서
자존심에 하지도 않던 도움을 요청했다.
연락도 하지 않던 친인척에게
친구의 부모님에게
연고도 없는 사람에게
분노는 사람으로부터 생겨났지만
사람으로부터 구원받았다.
신이 여기저기 심어놓은 천사에게 말이다.
오늘도 한국에선 어쩌면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악마를 위해 춤을 춘다.
악마의 복수를 위해 혼연일체가 된다.
분노에 압도당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홧김에 상처 주고
분노에 압도당해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분노에 압도당해 본연의 성질을 잃어버린다.
__매너티연
Unsplash의 Rishabh Dharm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