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감정을 지닌 천사
알렉상드르 카바넬의 작품 타락천사이다. 신계로부터 추방당한 루시퍼를 묘사했다. 신에게 막 버림받아 땅에 떨어진 천사가 분노 가득 찬 눈을 치켜뜨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분명 나를 이렇게 만든 자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복수심이 느껴진다.
이 작품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천사임에도 인간의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신의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직후 느낀 극심한 분노와 버림받은 수치심과 모멸감, 비참함을 눈빛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한다. 마치 인간이 가진 감정처럼 말이다. 이 눈빛은 어린 시절 나와 내 또래에게서 본 적 있다. 유치원생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나이대 아이가 원하는 것을 갖지 못했을 때 그리고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치를 알기 전에 부리는 발악과 주체하지 못할 때 분노를 드러내는 아이들이 생각난다. 루시퍼의 눈에 아이들의 꺾인 욕망에 대한 분노가 보인다. 동시에 세상에 어떤 증오를 내뿜을지 몰라 소름이 끼친다. 주변에 분노를 다스려줄 어른이 있다면 세상의 이치를 터득하고 그 감정에 비로소 적응할 것이다. 그러나 주변에 이런 이치를 알려줄 어른들이 없다면 천사였던 루시퍼가 악마로 불리게 되는 것처럼, 그 아이도 결국 세상을 해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신은 수많은 루시퍼를 보아왔다.
인간의 성장을 바라보며 현재보다 더욱 우월한 존재로 만들 수 있다는 오만함을 품은 천사들을 말이다.
신은 자연을 주었고, 그 안에서 공존하는 인간들의 삶을 몸소 느끼고 있다.
신은 루시퍼가 인간 세상에 다시 내려가 느린 속도감을 체득하기를 바란다.
개혁을 통해 완성된 세상은 빠른 성장을 야기하지만 혼돈을 일으키고,
느린 성장과 발전으로 이룩된 세상은 견고한 안정성과 지속력을 준다는 사실을
신은 그가 깨우치기 바란다.
신은 루시퍼가 타락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천사인 루시퍼가 인간의 감정인 욕심, 욕망, 오만함을 가졌다는 것을 안 뒤로 말이다.
__매너티연
출처 : By 알렉상드르 카바넬 - The Fallen Ang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