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사람이 돌아오는 도시를 만드는 법
2019년 8월 17일 토요일 저녁 7시. 청주 성안길.
"다음은 성안중학교 댄스동아리 '플라잉'의 공연입니다!"
무대 앞에 3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아이돌도 아니고, 유명인도 아닌 중학생들의 공연에 왜 이렇게 많이 모였을까?
답은 관객들의 대화에 있었다.
"저기 우리 딸이야!"
"어머, 정민이 엄마세요? 반가워요!"
"아유, 애들이 연습 많이 했대요"
"끝나고 같이 저녁 먹어요"
그렇다. 이들은 단순한 관객이 아니었다.
가족이고, 이웃이고, 친구였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 이들은 흩어지지 않았다.
근처 식당으로, 카페로, 상점으로 퍼져나갔다.
이것이 성안길의 비밀이다.
(일부 상황·인물·대사는 재구성되었습니다.)
2022년, 양산 물금읍. '월드 힙합 어벤져스' 페스티벌.
투입 비용:
• 전체 예산: 2억 9천만원
• 협회 자비: 8천만원 (이례적 투자)
• 총 3억 7천만원
당일 성과 (이동통신 빅데이터 분석):
• 방문객: 약 2만 3천명
• 대상지역(50603) 매출: 29.23% 증가
• 인근지역 평균 매출: 30~50% 증가
• 젊은 층 유입: 전체의 68.1% (10~40대)
• 타 지역 참가자: 전국에서 대회 참가
• 젊은층 지표: “젊은층(10대이하·20대·30대·40대) 비중은 68.1%다.”
• 가족형 지표: “가족형 추정(10대이하·30대·40대 기준) 비중은 58.5%다.”
(17개 시도, 158개 시군구 - 10,491명 / 양산 - 12,639명)
(145개 시군구 - 2,896명 , 부산 울산 양산 김해 제외)
수치를 보면 전국에서 찾아오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
세대혼합형(가족형) 페스티벌’의 면모가 뚜렷하다.
양산시 내에서도 전국 단위로 관객이 모이는 페스티벌은 드문 편이다.”
경제효과가 명확했다. 경상남도는 이를 인정했다.
경남도의 판단:
• 3억 넘는 예산: 도 심사 대상
• 결과: "지역경제 활성화" 이유로 이례적 통과
• 기대: 양산의 새로운 정체성 '힙합 도시'
그러나...
양산시장(70대)의 결정: 예산 삭감.
"젊은이들 행사에 그렇게 많은 돈을..."
협회의 절박함:
• 자비 8천만원 추가 투입
• 2회차 준비: 지역 상권 연계 프로그램
• 목표: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 축제
결과: 1회로 종료
양산 힙합 협회 관계자:
"시민들은 원했고, 상인들도 환영했고, 도에서도 인정했는데... 시장님이 젊은 문화를 이해 못하신 거죠.
우리가 8천만원 자비를 들인 이유는 이게 양산의 미래라고 봤거든요. 2-3회만 지속했어도 한국의 대표 힙합 축제가 됐을 텐데..."
교훈: 시민 의지 + 경제 효과 ≠ 성공
정치적 리더십과 정책 지속성이 없으면 무너진다.
같은 시기, 청주 성안길. 시민 거리공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시작 (2015년 5월):
• 메르스로 침체된 상권
• 롯데시네마의 제안: "우리가 뭐라도 해보자"
• 상인회 동참: "그래, 해보자"
• 초기 예산: 0원 (재능기부)
자발적 지속 (1-10회):
• 연출팀: 재능기부
• 공연팀: 재능기부
• 영화관: 관람권 협찬
• 상인회: 장소 제공
• 10회까지 민간 자비로 진행
전환점 (11회 이후):
• 청주시: "이거 괜찮네" → 예산 지원
• 한국관광공사: 우수사례 선정 → 추가 지원
결과 (2015-2019):
• 공연 참가 팀: 연 156개
• 누적 관객: 연 15만 명
• 상권 정상화 (상인회 평가)
• 문화공간 이미지 정착
양산의 3억 7천 vs 성안길의 0원 시작. 왜 무료가 더 큰 효과를 냈을까?
(일부 상황·인물·대사는 재구성되었습니다.)
성안길 성공의 핵심은 '지속성'이었다.
성안길의 지속성 전략:
1회: 관객 50명 → "실망하지 말자"
2회: 관객 80명 → "조금 늘었네"
3회: 관객 150명 → "입소문이 나나?"...
10회: 관객 500명 → "이제 자리 잡았다"
상인회 유모모 (가명) 기획이사:
"처음엔 썰렁했어요. 그런데 포기하지 않았죠.
매주 하니까 사람들이 '아, 토요일엔 성안길 가면 뭔가 있구나' 하고 기억하기 시작했어요."
반면 천안은?
천안 크리스마스 축제 (2017-2018):
• 연 1회, 한 달간 진행
• 평일: 트리만 설치 (행사 없음)
• 주말: 몇 시간 반짝 행사
• 결과: "축제하는지도 몰랐다"
천안 상인 조사 결과:
• "프로그램이 단조롭고 형식적" (4.00/5.00)
• "일회성 반짝 이벤트"
• "상인과 협조 부족"
• "홍보 미흡으로 인지도 부족"
(일부 상황·인물·대사는 재구성되었습니다.)
콘텐츠에는 두 가지 다른 힘이 존재한다.
1) 인지도의 중력
• 유명인이 만드는 일시적 흡인력
• 특징: 강하지만 짧다
• 반감기: 평균 1주일
2) 공명의 중력
• 개인적 관계가 만드는 지속적 흡인력
• 특징: 약하지만 길다
• 반감기: 측정 불가(계속 축적됨)
성안길은 후자를 선택했다.
성안길 공연 참가자 분석 (2019년):
• 초중고 동아리: 45%
• 대학 동아리: 20%
• 직장인 밴드: 15%
• 주민 모임: 20%
각 공연당 평균 관계 관객:
• 가족: 15명
• 친구: 25명
• 지인: 20명
• 총 60명
156개 팀 × 60명 = 9,360명의 '관계 관객'
이들은 단순 관객이 아니다. 그들은:
• 반복 방문한다 (평균 월 2.3회)
• 체류 시간이 길다 (평균 3.5시간)
• 소비가 많다 (인당 평균 소비)
경제학에 '승수효과'라는 개념이 있다.
1원을 투자하면 몇 원의 경제효과가 생기는가?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
일반 상권 이벤트의 승수: 1.2~1.5
성안길 시민참여 모델의 승수: 추정 5~8배
왜?
1차 효과: 직접 참여
공연자 156팀 × 평균 5명 = 780명
2차 효과: 관계 동원
780명 × 평균 관계자 20명 = 15,600명
3차 효과: 입소문
SNS 게시물 분석 결과
• 인스타그램 #성안길: 연간 수만 건
• 지속적 노출과 확산
4차 효과: 정체성 형성
"우리 동네" 의식 형성
• 성안길 = 문화공간 이미지 정착
• 주민 자부심 향상
같은 시기, 천안은 왜 실패했나?
천안 크리스마스 축제 구조:
행정·종교단체 주도 → 일방적 진행 → 시민은 관객 → 일회성 소비 → 끝
문제점 분석:
1) 주체의 문제
• 기획: 시와 종교단체 주도
• 진행: 형식적 프로그램
• 시민: 수동적 관람객
• 상인: 소외됨
2) 공간의 문제
• 좁은 도로 (차량 통제 불가)
• 지하상가 접근성 불량
• 축제 공간 협소
3) 지속성의 문제
• 연 1회 행사
• 평일엔 트리만 설치
• 일상과 분리된 이벤트
천안 상인들의 목소리:
"트리만 세워놓고 축제라고 하니..."
"우리랑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홍보도 안 해서 사람들이 모르잖아"
(일부 상황·인물·대사는 재구성되었습니다.)
(한국철도학회 2019 - 이재용, 이광옥
천안 구도심 도시재생을 위한 축제행사가 천안역 주변 지역상권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
성안길이 성공한 진짜 이유는 뭘까?
핵심 성공 요인 5가지:
1) 진입장벽을 낮춰라
• 누구나 신청 가능
• 오디션 없음
• 장르 제한 없음
"실력이 아니라 용기만 있으면 됩니다"
2) 정기성을 확보하라
• 매주 토요일 7시
• 비가 와도 진행
• 예측 가능한 일정
"약속이 있어야 기대가 생깁니다"
3) 주인의식을 만들어라
• 시민 기획단 운영
• 공연자가 다음 기획자로
• 수익의 재투자
"내가 만드는 우리 동네 무대"
4) 작게 시작하되 꾸준히 하라
• 초기 예산: 0원 (재능기부)
• 초기 관객: 50명
• 하지만 10회까지 지속
"작은 성공이 큰 성공을 만듭니다"
5) 행정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마라
• 청주시: 10회 후 지원 시작
• 운영: 시민 자율 유지
• 간섭: 최소화
"믿고 맡기니 알아서 잘합니다"
성안길 거리문화공연 효과 (논문 분석):
경제·문화이미지 효과:
• "성안길이 문화공간 이미지로 변신" (1순위)
• "거리문화공연의 양적 증가" (2순위)
•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 (3순위)
• "인근 식당가 매출 증대" (4순위)
사회·교육적 효과:
• 청소년 예술정신 함양
• 시민 공연 참여 욕구 증대
• 지역 공동체 의식 형성
세대별 참여 현황:
• 10대: 댄스, K-POP 커버
• 20-30대: 인디밴드, 버스킹
• 40-50대: 통기타, 7080 음악
• 60대 이상: 전통 공연, 합창
(일부 상황·인물·대사는 재구성되었습니다.)
(상품학연구 2016년6월 - 도심 축제의 거리문화공연이 지역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
‘청주시 성안길 거리문화공연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중심으로 - 박하늘, 남문희, 김주호, 정강환)
앞서 말한 레일리의 소매인력 법칙을 기억하는가?
"큰 도시가 작은 도시의 구매력을 흡수한다"
성안길은 이 법칙을 뒤집었다.
새로운 공식:
상권 생존력 = (콘텐츠의 공명력 × 시민 참여도 × 지속성) ÷ (심리적 거리 × 익명성)
청주(84만) vs 대전(146만):
• 물리적 거리: 45km
• 인구 차이: 1.7배
• 그러나 성안길은 독자적 번성
성안길 단골 박모 씨(32세, 직장인):
"서울 홍대도 가봤어요. 재밌죠. 그런데 거긴 제가 없어도 되는 곳이에요.
여긴 달라요. 제가 없으면 뭔가 빠진 것 같대요. 그게 좋아요."
모든 시민참여가 경제효과를 만드는 건 아니다.
돈이 안 되는 참여:
• 일회성 자원봉사
• 형식적 공청회
• 동원된 행사
돈이 되는 참여:
• 지속적 활동
• 자발적 기획
• 네트워크 형성
핵심 차이: 소유감(Ownership) + 지속성(Continuity)
성안길 거리공연 기획자 이모 씨(28세):
"처음엔 그냥 구경만 했어요. 그러다 '나도 해볼까?' 했죠.
이제는 제가 만드는 거예요. 제 무대, 제 거리, 제 동네.
10회, 20회 계속하니까 이제는 없으면 이상해요."
2025년 현재, 성안길 모델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벤치마킹 사례:
• 전주 남부시장: 전통시장 기반, 야시장·청년몰로 활성화 (전주시, 2017/2023)
• 부산 전포동: 청년 카페·창업 중심 거리, 연례 거리축제도 운영. (부산광역시, 2024).
• 대구 김광석길: 시장 뒷골목 벽화거리·상시 공연/행사 운영 (대구광역시, 2024).
• 광주 양림동: 주민 참여 축제(굿모닝! 양림 등)로 마을 활력 (광주 남구, 2024)
공통 성공 요인:
1. 시민 주도
1. 작은 시작
1. 지속성 (핵심!)
1. 관계 중심
공통 실패 요인:
1. 행정 주도
1. 큰 예산, 큰 행사
1. 일회성
1. 정책 지속성 부재
"우리 동네는 너무 작아서..." "돈이 없어서..." "사람이 없어서..."
다 핑계다.
성안길도 처음엔:
• 2015년 시작 (메르스 직후)
• 예산: 0원 (재능기부)
• 소수 팀·관객으로 출발
지금은:
• 운영: 시민 주도의 자립 운영
• 참가자: 연 수백 팀
• 관객: 연 수만 명
• 공공지원: 한국관광공사 등 공공기관 지원 라인 확보
(세종경제뉴스, 2025.04)
시작하는 법:
Step 1: 동료를 찾아라 최소 3명이면 시작할 수 있다.
Step 2: 장소를 정하라 거창할 필요 없다. 골목 어귀도 좋다.
Step 3: 정기성을 만들어라 매주가 어려우면 매월이라도.
Step 4: 작게 시작하라 돈 없으면 재능기부로.
Step 5: 절대 포기하지 마라 최소 10회는 해봐라. 그래야 안다.
Step 6: 데이터를 모아라 사진, 영상, 참가자 수. 작은 성공의 증거들.
유명인은 하루를 바꾸지만, 시민참여는 도시를 바꾼다.
큰 예산은 한 번 쓰지만, 작은 열정은 계속된다.
정치는 변하지만, 시민은 남는다.
그리고 그 변화는 측정 가능하고, 지속 가능하며, 확산 가능하다.
하지만 양산과 천안의 사례가 보여주듯, 시민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리더십의 이해와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정책의 지속성이 필요하다.
다음 장에서는 이런 시민참여가 꽃피울 수 있는 물리적 공간,
즉 '걷고 싶은 거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