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성공이 남긴 그림자, 젠트리피케이션 - 프롤로그

성장의 끝자락에서 - 젠트리피케이션과의 불편한 대화

by 마나월드ManaWorld
0-1.849Z.png 2부 성공이 남긴 그림자, 젠트리피케이션 - 프롤로그 [성장의 끝자락에서 - 젠트리피케이션과의 불편한 대화]


2025년 10월, 토요일 오후 3시. 서울 성수동.

인스타그램에서 본 그 거리가 눈앞에 펼쳐졌다.


"여기다! 여기서 찍으면 예쁘게 나온대!"


20대 커플이 카페 앞에서 포즈를 취한다.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2시간 대기는 기본이란다.

거리는 활기로 넘쳐났다. 수제 맥주집, 독특한 인테리어의 카페들, 빈티지 편집숍...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 '핫플레이스의 탄생' '청년들이 만든 기적'

언론이 쏟아낸 찬사들이 거짓은 아니었다.


그런데.


불과 200미터 떨어진 뒷골목.


'임대문의' 스티커가 나란히 붙은 빈 가게들.

셔터 내린 수제화 공방. 40년 된 인쇄소 자리엔 '재개발 예정' 플래카드.


"이제 나갈 때가 됐어요."

10년째 가죽공방을 운영하던 김 사장(48세)이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가 이 동네를 만들었는데, 이제 우리가 있을 자리는 없네요."

같은 공간, 다른 풍경. 이 성공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2부 프롤로그 - 성장의 끝자락에서 - 젠트리피케이션과의 불편한 대화


우리는 틀렸다


지금까지 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이렇게 봤다.


가해자: 욕심 많은 건물주, 대기업 프랜차이즈

피해자: 쫓겨나는 원주민, 문 닫는 개인가게

해법: 가해자를 규제하고 피해자를 보호하자


명확하고 단순했다. 그리고 틀렸다.


성수동의 대기업 프랜차이즈 점장 이 씨(35세)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저희도 힘들어요. 본사에서 요구하는 매출이 있고,

임대료는 월 1,500만원이에요. 못 버티면 저희도 나가야 해요. 저희가 무슨 악마인가요?"


건물주 박 씨(58세)도 할 말이 있다.

"30년 동안 아껴서 산 건물이에요. 은행 대출 이자가 월 800만원인데,

임대료 동결하라고요? 제 노후는 누가 책임지나요?"


메가커피 알바생 김 씨(23세)의 목소리도 들어보자.

"개인카페는 최저시급도 안 지키는 곳이 많아요.

여기는 그래도 4대 보험 되고, 정시 퇴근해요. 프랜차이즈가 없어지면 저는 어디서 일하죠?"


구청 공무원 김 주무관(33세)은 한숨을 쉰다.

"상인들은 '왜 가만있냐'고 하고,

건물주들은 '재산권 침해'라고 하고.

저희가 뭘 할 수 있나요? 법적 권한도 없는데..."


모두가 피해자다. 모두가 가해자다. 아니, 모두가 시스템의 일부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만나는 지점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재산권과 공공성, 자유와 평등이 충돌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스크린쿼터의 교훈 - 같은 구조, 다른 무대

이것은 스크린쿼터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인들은 외쳤다. "한국영화를 지켜야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영화관 입장은?

"한국영화든 외국영화든 관객이 와야 극장이 돌아갑니다.

스크린쿼터로 객석이 텅 비면, 알바생부터 잘립니다. 그 책임은 누가 지나요?"


젠트리피케이션도 마찬가지다.

"개인가게를 지켜야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점주는? 프랜차이즈 직원은?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잘못된 질문을 던져왔다.

'누가 악마인가?'가 아니라 '무엇이 이들을 충돌하게 만드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정답 없는 문제, 젠트리피케이션


이 2부 시리즈는 마법 같은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수 있다'는 달콤한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우리는 이렇게 할 것이다.


첫째, 이해한다.

완벽한 해법은 없을지라도, 서로를 이해하는 것에서 더 나은 길이 시작된다고 믿기에.

임대인의 논리, 임차인의 고통, 프랜차이즈의 현실, 행정의 한계, 시민의 욕망, 도시의 역학.

모든 목소리를 듣는다.


둘째, 직시한다.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젠트리피케이션의 공범임을.

싸구려 감상주의로 문제를 단순화하지 않는다.


셋째, 운영한다.

막을 수 없다면 관리한다. 퇴치가 아닌 조율을 추구한다.

완벽한 해법 대신 더 나은 방법을 찾는다.


앞으로의 여정

우리는 먼저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괴물의 정체를 밝힐 것이다. (1화)

위기가 다가오는 세 번의 경고를 읽는 법을 배우고, (2화)

숫자 뒤에 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주할 것이다. (3화)

보이지 않는 손이 어떻게 동네를 삼키는지 그 메커니즘을 해부하고, (4화)

싸우지 않고 이기는 4가지 도구를 손에 쥘 것이다. (5화)

문제가 생기기 전에 막는 3가지 백신을 준비하고, (6화)

7가지 이해관계자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것이다. (7화)

프랜차이즈는 정말 악마인지 따져보고, (8화)

정의의 비용은 누가 내야 하는지 계산할 것이다. (9화)

마지막으로, 당신의 동네를 위한 운영체제를 함께 만들 것이다. (10화)


당신에게 묻는다

이것은 서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전에서, 부산에서, 광주에서, 그리고 어쩌면 바로 지금, 당신의 동네에서 시작되고 있는 이야기다.


당신은 어떤 입장인가?

임대료에 시달리는 자영업자?

노후 자산이 필요한 건물주?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해야 하는 임대인?

안정적 일자리를 원하는 직장인?

독특한 가게를 좋아하는 소비자?

조용한 동네를 원하는 주민?


누구든 상관없다. 당신도 이 시스템의 일부다.


그래서 묻는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이 복잡한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조율하며,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정답은 없다. 하지만 더 나은 답은 있다.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 당신을 초대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괴물과 싸우기 전에,

먼저 그 괴물을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어쩌면, 그 괴물도 결국 우리 자신의 또 다른 얼굴일지도 모른다.




마나월드 코멘트 : 이 여정의 나침반이 되어준 지식들


A. 2부 시리즈 배경 문헌 저자 정보

1. 서울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요인 연구

• 저자: 김걸

• 논문: 「서울시 젠트리피케이션의 발생원인과 설명요인」 (2007)


2. 공간의 금융화와 젠트리피케이션 연구

• 저자: 강내희

• 논문: 「공간의 금융화와 한국의 도시 젠트리피케이션: 문화정치경제적 접근」 (2017)


3. 한국 젠트리피케이션 연구 체계적 문헌 고찰

• 저자: 인경환, 전보강, 전성제, 최서희

• 논문: 「한국의 젠트리피케이션 연구에 대한 SQLR」 (2024)


4. 서울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지수 연구

• 저자: 김종성, 김걸

• 보고서: 「서울시 젠트리피케이션의 발생 특성과 지수 분석」 (2020)


5. 인사동 소유자 변화 패턴 연구

• 저자: 이재홍, 홍성조

• 논문: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발생지역에서 소유자 변화의 공간적 분포 -인사동을 중심으로-」 (2020)


6. 성수동 젠트리피케이션 과정 연구

• 저자: 김상현, 이한나

• 논문: 「성수동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과정 및 특성 연구」 (2016)


7.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진단체계 연구

• 저자: 심경미, 이상민, 차주영

• 기관: 건축공간연구원(AURI)

• 보고서: 「근린재생형 도시재생사업의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진단체계 구축 및 활용방안 연구」 (2018)


8. 대전 원도심 젠트리피케이션 특성 연구

• 저자: 송복섭

• 논문: 「지방 광역시 도시재생사업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특성에 관한 연구」 (2023)


B. 필자가 제시하는 독창적 개념 및 프레임워크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통합·전환하여 실행 가능한 도시 운영의 새로운 관점과 도구


1. '운영 프레임' (Operational Frame)

젠트리피케이션'퇴치'해야 할 악으로 보는 기존의 시각을 폐기하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사회의 필연적 현상으로 인정하되,

측정하고 조정하고 분배해야 할 '관리 가능한 시스템'으로 봐야 한다는 핵심 관점입니다.


2. '3가지 경보 신호' (3 Warning Signals)

• 복잡한 데이터를 단순화하여, 현장에서 즉시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실용적인 조기 경보 체계입니다.

• 신호 1: 프랜차이즈 연접 (Contiguity)

• 신호 2: 외지/법인 소유 전환 (Ownership Change)

• 신호 3: 공실기간 급락 (Vacancy Period Drop)


3. '4가지 정책 도구' 패키지 (4-Part Policy Toolkit)

• 기존의 단편적인 규제를 넘어, '질 관리 + 보상'이라는 원칙 아래 묶인 구체적인 정책 꾸러미입니다.

• 도구 1: 연접/밀도 룰 (Contiguity/Density Rules)

• 도구 2: CBA (지역기여협약)

• 도구 3: 매출연동 임대 (Revenue-Linked Rent)

• 도구 4: 공공 리스백 (Public Lease-back)


4. '선제적 예방' 시스템 (Proactive Prevention System)

• 문제가 터진 뒤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재생 초기 단계부터 젠트리피케이션을 예방하는 '백신'을 설계해야 한다는 관점입니다.

• 예방 1: LBP (지역기여계획)

• 예방 2: 세이프존 (Safe Zone)

• 예방 3: 게이트 (Gate System)


5. '정의의 비용'과 '보상 시스템' (Cost of Justice &Compensation System)

• 스크린쿼터 비유를 통해, 상생협약과 같은 '착한 정책'누군가(주로 임대인)에게 지우는 비용

사회가 '보상(세제 혜택, 인센티브 등)'을 통해 공정하게 분담해야만

정책이 지속 가능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핵심 원리입니다.




이 글은 실제 사실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내러티브 논픽션입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대화와 상황은 서사적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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