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글을 쓰면 정말 인생이 바뀔까? <27권>
안녕하세요.
최근에 제가 가장 관심 있던 책의 주제는'돈'이었습니다. 최근 부자 되는 방법, 비트코인 투자 등에 대한 관심이 가장 컸기에 읽는 책들도 주로 이와 관련된 책들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종류의 책을 안 읽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잘 읽지 않는 새로운 분야의 책을 읽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어떤 방법이 있을지 고민하다가 독서모임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책을 읽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새로운 자극을 얻고 싶었습니다.
독서모임에서 선정된 책이었는데, 이 책은 작가님만의 시선에서 1년 24절기를 보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다 보니 책을 읽으며 지난 1년을 되돌아보기도, 또 이번 해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기대를 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돈 관련 책 위주로만 읽어 오다가, 오랜만에 이런 에세이를 읽으니 괜히 기분이 몽글몽글해지고, 설렘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 '계절과 날씨를 잘 느끼지 못하면 마음이 늙은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습니다. 사실 최근에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치열하게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 순간에 그저 한 해가 지나가고 계절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작년에는 계절감을 많이 느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여름의 더위가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랐는데, 결국 저는 지금도 겨울이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25년에는 계절을 느끼고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또 제철에 맞는 음식들을 먹고 놀고 마시는, 풍류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곧 돌아오는 봄과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돌아올 겨울을 준비하게 되며 기다려지네요.
지나간 계절을 되돌아보며 그 때 하려고 했지만 못 했던 것들이 많이 생각 났습니다. 작년 여름, 장마가 한창이던 시점에 '꼭 장화를 사야지' 마음을 먹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럽게 까먹었던 게 생각이 났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장화를 사고 싶었는데, 책을 읽으며 눈이 오는 것을 보니 다시 장화를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는 겨울을 좋아하지 않아, 이번 겨울도 그저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랐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며칠 전에 눈이 왔었는데요. 그 눈을 보면서 '오늘 눈이 마지막 눈이 될 것 같은데, 다시 겨울이 올 때까지 눈에 많이 담아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 덕분에 겨울을 대하는 자세가 낭만적으로 바뀐 듯 합니다.
원래는 낭만을 추구하고 지향하는 사람인데, 최근에는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는 여유와 감정이 많이 사라진 듯 하네요.
이 책이 이런 감정을 다시 느끼게 해줬고, 제철에 맞는 낭만을 즐기는 25년이 기대가 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께도, 곧 올 봄과 함게 25년의 계절과 절기들을 즐기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기억에 남는 문장 >
1. <입춘>
내게 입절기는 늘 '배웅'과 '마중'의 시간이다. 입춘은 떠나는 겨울을 시간 들여 배웅하고, 다가오는 봄을 마중 나갈 때라고 알려준다.
절기의 풍속은 겉을 따라 할 때가 아니라 그렇게 행한 마음을 헤아릴 때에 의미 있는 법이니까.
2. <우수>
'기다린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은 봄이다.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기다릴 수 있지만 그 마음은 어쩐지 혼자에 가깝고, 함께 기다리기에 좋은 것은 역시 봄.
3. <경칩>
자목련이 피면 모인다니, 내 삶에 이런 연례행사가 있어서 좋다고. 새겨진 채 나오는 달력 속 기념일이 아니라 꽃이 피는 날을 기념일로 챙길 수 있어서 좋았다.
봄에는 봄꽃과 함께 봄의 술과 봄의 시를. 가을에는 가을꽃과 함께 가을의 술과 가을의 시를.
4. <춘분>
나 역시 봄의 장면을 이루는 일부분이라는 걸, 때에 맞춰 해야 할 일이 있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된다.
더 나아져야 한다고 끊임없이 다그치는 인간 세상과 달리, 자연은 나무라지도 채근하지도 않는다.
나무가 나무로 살고 새가 새로 살듯 나는 나로 살면 된다는 걸 알게 할 뿐, 세상에 풀처럼 돋아났으니 다만 철 따라 한 해를 사는 것.
5. <청명>
벚꽃 앞에서 나는 늘 그런 생각을 한다. 지금를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만날 수 있는 풍경이라고. 꽃은 내년에도 다시 필 테지만 올해는 올해 뿐이니까. 올해의 나에게 추억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만개한 꽃 아래 우리의 즐거움도 만개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6. <곡우>
제철 행복을 미리 심어두는 건, 시간이 나면 행복해지려 했던 과거의 나와 작별하고 생긴 습관이다. 그때 나는 '나중'을 믿었만 그런 식으로는 바쁜 오늘과 바쁜 내일밖에 살 수 없었다.
무얼 하든 무엇을 '하는 데'에는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내가 원하는 시간의 자리를 마련해줄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7. <입하>
매년 입하가 되면 오늘부터 초여름이라 불러도 된다고 허락을 받는 기분이다. '아, 보리가 익는 계절이니 보리로 만든 맥주를 마시라는 뜻이군' 하고 멋대로 짐작하며 선조들의 뜻에 따르기 위해 야외에서 맥주 마실 자리를 찾아 헤맨다.
8. <소만>
안 하던 일을 하기가 어려울 땐 작게 해본다. 그중 가장 쉬운 안부의 규칙은 '이름으로 된 간판을 발견하면 연락하기'다. 싱겁기로는 국내 최고인, 저염식 안부라 할 수 있다.
제대로 할 게 아니면 아예 안 할 거라 마음먹는 것보다야 가볍게라도 하는 게 낫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안부'라는 게 있나? 안부는 짧아도 가벼워도 먼저 건네면 무조건 좋은 것이다.
9. <망종>
산책하기, 자전거 타기, 카페테라스 앉기 등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혼자서 하고 함께하면 더 즐거운 것은 함께한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나가보면 반드시 좋은 계절이니까. 1년 중 가장 부지런하게 '바깥양반'이 되어 움직이는 망종.
10. <하지>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껴지는 건 행복한 일을 하고 있을 때라 하던가. 그건 하지의 우리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더라.
하지를 지나면 낮의 길이는 매일 1분 남짓 짧아지기 시작한다. 내일로 미루지 말고 오늘 딱 1분씩만 더 즐겁게 보내라는 것처럼.
11. <소서>
절에서 돌보는 백구 한 마리가 의젓한 뒷모습으로 앉아 '비멍'을 하고 있었다. 그 곁에서 툇마루에 좀 떨어져 앉아 우리도 비멍을 했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다 가끔씩 귀를 쫑긋하는 백구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려나.
12. <대서>
겨울 속에 있을 때 내가 여름의 무엇을 그리워하곤 했는가를 떠올리면, 눈앞의 여름을 좀 더 기운내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조상들로부터 풍류를 배울수록 여름의 숙제가 분명해진다. 한량 되기. 더위에 지쳐 쓰러지듯 쉬는 것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한량 되기!
13. <입추>
구름을 관찰하고 기록할 시간, 노을을 감상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실제로 근사한 구름만 찍어서 기록해두는 나의 '구름 수집' 계정은 이 무렵에 가장 바빠진다. 기록에도 제철이 있는 셈이다.
14. <처서>
한지로 만들어진 듯 습기에 약한 마음은 햇빛과 바람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 옷과 책 뿐만 아니라 마음도 햇볕 좋은 시기에 정기적으로 말릴 일이다.
15. <백로>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다람쥐,청설모,어치 등이 도토리를 땅속 여기저기에 숨겨두지만 곧잘 숨긴 곳을 잊어버리기도 해서, 그렇게 '잊힌 도토리'가 다음 해 싹을 틔운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16. <추분>
노을은 참 신기하다.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살아서 이런 걸 보니 좋다는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하게 만드니.
불을 피우듯, 음악을 고르듯, 좋은 기분도 결국 내가 만드는 거라 생각. 1년 중 가장 사랑하는 온도를 찾아내어 초여름엔 싱그러운 숲으로, 더위가 한풀 꺾인 초가을엔 노을 지는 바다로 떠나는 건 내 기분을 위한 작은 노력이다.
17. <한로>
결국 제철 행복은 '이때다 싶어' 하는 일들로 이루어진다.
더워서, 추워서, 비가 와서, 눈이 와서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하는 것도 모두 제철 행복의 목록.
18. <상강>
성수기가 성수기인 이유는 그 때가 가장 아름답기 때문이라는 당연한 사실과 함께. 우리는 저마다의 제철 숙제를 열심히 하고 있다.
흔히 가을에는 낙엽이 진다고 말한다. 물론 사실이다.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보다 깊은 의미에서 가을은 새잎이 싹트는 철이라고 할 수 있다. 잎이 지는 것은 겨울이 찾아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미 봄이 시작되어 새로운 싹이 만들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 카렐 차페크
19. <입동>
내 사정을 봐주지 않는 건 세상으로 충분하다. 연말엔 나라도 나를 좀 봐줘야지. 해내지 못한 일들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나무라는 방식으로 연말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럼에도 해낸 일들을 되짚어보며 스스로를 격려하는 마음으로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선택할 수 있다면, 내게 달린 일이라면 언제라도 후자를 택하고 싶다.
20. <소설>
'겨울엔 텀블러에 따뜻한 술 담아서 걷기'라고 노트에 적어두었다.
발견하고, 주문하고, 기다리고, 계산하고, 잰걸음으로 돌아와 따끈함을 한 입 베어 무는 그 모든 과정이 겨울 간식의 기쁨이다.
낭만을 찾으려면 귀찮음을 감수해야 한다고. 제철 음식 찾아 굳이 거기까지 가서, 굳이 줄을 서고, 마침내 고대해온 음식을 앞에 두고 이 계절을 기념하듯 잔을 부딪치는 그런 거지.
'산지가 바로 맛집'인 제철 음식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귀찮음의 여정에 몸을 싣는 사람만이 제철 낭만을 누릴 자격을 얻는 법.
효율 같은 것만 따져서는 한 번뿐인 인생이 팍팍해진다. '언제까지 낭만 타령이나 할 거냐'는 말에는 '평생'이라는 답을 미리 준비해둔다.
21. <대설>
나의 바람 중 하나는, 언제까지라도 눈을 반가워하는 사람이고 싶다는 것.
함께 있는 이가 뜨악한 얼굴로 "눈사람?"하고 되묻는다 해도, 목마르니 물 찾는다는 표정으로 "눈 내렸으니까 눈사람 만들어야지" 답해야지.
22. <동지>
연말은 그러라고 오는 거니까. 보고 싶었던 얼굴들 보며 한 해의 좋았던 일들을 떠올리고 새로운 해를 응원해주라고.
'김칫국 토크', 포인트는 동치미 국물처럼 시원하게 말하는 데 있다. 절대 겸손하지 말 것,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지도 말 것. 이미 이루어지기라도 한 듯 약간의 쑥스러움과 설레발을 고명처럼 올려주는 게 좋다.
23. <소한>
이 무렵의 자연을 두고 흔히 스산하고 볼 것이 없다고들 하지만 채워져 있지 않아서, 여백이 생겨서 비로소 볼 수 있게 되는 것들도 많다.
24. <대한>
여름을 마음껏, 간절함의 끝에 닿을 때까지 그리워할 수 있는 것도 겨울의 한가운데 있을 때만 가능한 일. 겨울이 있어 여름을 그리워할 수 있다.
여름이 발산의 계절이라면 겨울은 수렴의 계절. 자기만의 공간에서 자기 안의 목소리를 들으며 삶을 생각하는 겨울은, 지난 세 계절 동안 썼던 에너지를 다시금 충전하는 일이다.
자연스럽게 산다는 건 결국 계절의 흐름을 알고, 계절이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놓는지도 알고, '제때'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했던 옛사람들과 동식물처럼 사는 것.
25.
봄이 오는 한 우리는 매번 기화를 얻는다. 동시에 이번 봄은 다음 봄이 아니기에 유일한 기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