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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련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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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RI Oct 02. 2019

미세먼지와 달리기

2019.09.30 / 2.13km

달리기를 하다 보면 날씨에 민감해진다. 비가 오면 달릴 수 없으니까. 21세기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날씨 말고도 하나 더 걱정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미세먼지. 미세먼지가 심하면 호흡기에 무리가 오니까 달리기를 주저하게 된다.

퍼블리셔스를 마치고 데이 오프를 써서 회사도 가지 않은 날, 이틀간 짐을 많이 들어서 뻐근해지고 처진 몸을 깨우고 싶어 저녁 달리기를 하려는데 오랜만에 미세먼지가 좋지 않다. 집에만 있어 몰랐는데 나와보니 건물 윤곽선이 흐릿하다. 그만둘까 싶었다가도, 미세먼지로 나쁜 정도보다 운동해서 몸에 좋은 정도가 더 크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아 뛰어보기로 한다. 홍제천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걷기며, 라이딩이며 운동 중인걸 보니 괜찮은 것도 같다.

미세먼지로 희뿌연 하늘 때문에 해가 지는 풍경이 좀 더 몽환적으로 보인다. 홍제천과 불광천이 만나는 어귀에서는 아직은 회색빛이었던 하늘이, 한강을 만나니 분홍색으로 바뀐다. 성산대교도 멀게 보이고,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머리만 살짝 보일 정도로 시야가 좋지 않다. 오늘은 혼자 뛰기도 하고, 오래 뛰면 안 좋을 것 같아 3k만 뛰기로 마음먹고 마지막 1k를 좀 더 속력을 내 보기로 했다. 목표한 지점인 것 같아 멈추고 확인해보니 마지막 1k는 위치 기록이 되지 않았다. 위치는 기록 안되고 시간은 가고 있는 버그를 처음 발견하고 허탈하게 달리기를 종료한다. 총 거리 2.13k. 1k당 페이스는 11분 05초. 왠지 억울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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