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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련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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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RI Oct 06. 2019

홍제천에서 불광천으로 그리고 한강으로 이어지는.

2019.10.03 / 7.05k


오랜만에 합정까지 달렸다. 홍제천에서 시작해서 불광천으로 올라가 친구를 만나면 2.5k. 거기서부터 한강을 향해 달려 양화대교까지 달리면 7k가 된다.

천과 천이 만나고 천과 강이 만나는 곳의 풍경을 좋아한다. 비슷한 위치의 두 곳이지만 천마다 옆에 붙은 동네가 다르고 관리하는 곳의 주체가 달라서인지 분위기가 미묘하게 다르다. 홍제천은 늘 한산한 느낌이고 고가도로 밑이라서 그런지 도회적인 느낌인데 말이 도회적인 거지 사실은 시멘트와 콘크리트가 위아래로 잔뜩 있는 천변이다. 자전거도로와 보행자도로 분리가 넓게 잘 되어있어 달리기엔 편하긴 하다.

그에 반해 불광천은 정말 사람이 많다. 산책 나온 아주머니 아저씨들도 많고 주인들을 따라 나온 강아지들도 많다. 다리 밑마다 바둑 두는 할아버지 코너가 있기도 하고 에어로빅을 하는 아주머니 코너가 있기도 하다. 바글바글한 사람들 사이를 쇽쇽 비켜 다니며 달려야 하는 곳이 불광천 코너이다.

이 두 곳의 천을 따라 달리다 보면 한강을 만난다. 일단 한강으로 나가면 시야가 트인다. 얕은 물이 졸졸거리는 천, 수풀이 가득한 천, 오리와 왜가리가 보이는 천도 좋지만 탁 트인 한강이 주는 해방감은 따라갈 수 없다. 해가 질 무렵 한강에 당도하면 서쪽은 아직 많이 붉다. 미묘한 하늘의 색을 구경하며 한강을 따라 달리는 합정까지의 마지막 구간을 좋아한다. 한강 쪽엔 자전거족이 훨씬 많아서 더 조심해야 하고, 보행자도로가 있다가 없다가 해서 이리저리 길을 옮겨야 하지만. 그래도 양화대교가 보이면 오늘의 목적지에 다 왔다는 생각에 지쳐 느려졌던 다리가 조금은 빨라지는 구간이기도 하다.

지난 월요일 머리만 보이던 국회의사당이 오늘은 코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다. 오랜만에 오래 달려서 뻐근해진 다리를 스트레칭을 잠깐 하면서 풀어주고, 10년 단골 카페에 들러 바나나 스무디를 마신다. 2년 전 달리기를 시작했을 땐 매번 합정까지 달려와 이 카페에서 당근주스를 마셨다. 달리기 후 마시는 당근주스가 꿀맛이었는데, 이젠 메뉴가 단종되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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