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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RI Oct 10. 2019

날씨가 등 떠밀어준 오늘의 달리기. 5k 기록 갱신하다

2019.10.09 / 7.33k

아직 10월 초인데 한파가 몰려온다며 난리다. 트렌치코트를 입을 시간을 일주일만 달라며 우는 사람들을 트위터에서 보았다. 그런 찬 기운의 한글날이다.

아침 기온은 낮았지만 낮의 공기를 보니 날씨 좋은 완연한 가을날일 것 같다.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맑고, 이런 날은 달리기 정말 좋은 날이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날씨가 좋은 날이 되면 언제부턴가 ‘오늘은 달리기 하기 딱 좋은 날이네.’라고 주변에 말하고 다닌다. 달리기라도 하지 않으면 아까운 그런 날씨들.

오늘은 합정에서 이진희 작가의 작은 전시를 보고 달리기로 해서 출발은 합정이 되었다. 남들은 차려입고 합정역 7번 출구를 오르는데, 나는 운동복 입고 빈손으로 건들건들 합정역에 도착했다. 출발부터 셋이 하는 달리기는 참으로 오랜만인 데다가, (아마 지난 5월 마라톤 이후 처음이 아닐는지) 날이 좋은 덕에 해 지는 풍경이 좋을 것 같아 한강으로 내려가는 계단길이 왠지 설렜다.

내가 좋아하는 리치골드의 태양빛이 한강 위로 넘실대고 있다. 서쪽으로 달려가는 태양을 따라 우리도 서쪽으로 달려간다. 달리다 보니 내려가는 태양의 속도를 잡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 난 한낱 지구의 미물이라 태양을 아니 지구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공기와 태양빛이 좋으니 (사실은 휴일이니깐) 한강에도 사람들이 많다. 다들 좋은 날씨에 얼굴에 기분 좋음이 한껏 차 있는 게 보인다. 그걸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 좋아지고. 다들 주황빛 태양빛을 얼굴에 반쯤 담고는 걸어가다가, 한강 사진을 찍었다가, 셀카를 찍었다가 한다.

오늘은 주인의 발걸음이 빠르다. 나도 사진을 몇 장 찍었더니 나보다 앞서서 저 멀리서 주인이 달리고 있다. 내 속도를 유지하며 조금씩 따라가 본다. 그랬더니 평소와는 다르게 페이스가 쭉쭉 오르더니(페이스는 오르는 건가 내려가는 건가) 6분대에 진입했다. 주인이 오늘 분명히 컨디션이 썩 좋지는 않다고 했었는데, 다 뛰고 아픈 거 아닌지 걱정하며 뛰다 보니 불광천과 홍제천 삼거리에서 만나 졌다.

날씨가 좋으니까 달리기도 잘되는 것 같다며, 뛰는 와중에 대화도 나눴다. 확실히 날씨가 밀어주는 날이 있는 것 같다. 5킬로가 넘도록 6분대가 나오니까 왠지 기록을 유지하고 싶어서 뒤에 오는 이소가 어디 있는지 보지 못했다. 이소는 오늘 자기 혼자 뛰는지 알았다고. 오늘은 이소가 다 뛰고 밥까지 해준다고 했는데. 주인과 다 뛰고 몇 분이나 기다렸더니 마지막은 걸어오고 있었다. 그렇게 7k를 채웠더니 불광천엔 가로등이 켜졌고, 앞에 보이던 북한산은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이소가 해주는 맛있는 잡곡밥+들깨 버섯요리와 막걸리를 마시며 핑크런 달리기 전 마지막 달리기를 완료. 밥 다 먹고 맥주 하러 이차까지 간 것은 안 비밀. 정말 오랜만에 5k 기록을 갱신했으니까 축하주! 요즘 매번 기록 갱신중인 주인도 축하주! 이소는 생일 주간이니까 축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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