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30대 여자의 첫 글쓰기 모임 이야기
[글쓰기 모임하는 법]
00. 들어가는 글
금요일 저녁, 지하철에서 내리기 직전 서둘러 작은 거울을 꺼내 얼굴 상태를 점검했습니다. 오늘따라 유독 더 피곤해 보이는 것 같아 영 우울하네요. “지하철 조명 아래에 서 있으면 늙은 사람은 더 늙어 보이고, 슬픈 사람은 더 슬퍼 보이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 보인다” 라던 소설 구절이 ‘뼈 때리는’ 팩트였네요. 앗, 늦었습니다. 오늘은 글쓰기 모임 첫 날이거든요. 자기소개 겸 해서 처음으로 글을 한 편씩 써 오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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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1 (글 낭독 후, 주뼛거리며) 이런 게 글이 될까요?
회원2 (말없이 짐 캐리 같은 표정을 지으며 응원의 박수를 친다. 응원단장 출신인가?)
회원3 저도 엄마랑 이렇게 대판 싸운 적 있어요. 백수 때 고향에 갔는데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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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2 이 글, 제 남편에 대해 너무 안 좋게만 일방적으로 표현한 건 아닐까요.
회원2,4 (동시에, 소프라노 이중창하듯) 전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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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3 전 몰랐는데, 이상하게 글 쓰려고 앉으면 꼭 어릴 적 생각이 나요.
회원5 계속 써 주세요. 재밌어요!
2시간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냥 평범하게 살고 있는데,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쑥쓰러워하며 꺼낸 이 물음에 다른 사람들이 해준 얘기들이 자꾸만 생각났습니다. 다들 그렇다고. 그래도 계속 같이 써 보자던 말이요. 이런저런 생각들을 알사탕 굴리듯이 머릿속에 머금고 밤거리를 걸었습니다. 왠지…… 아까보다 훨씬 덜 피곤하고, 훨씬 덜 슬프고, 무엇보다 제가 아직은 꽤 젊다는 생각이 들어요. 벤자민 버튼도 아닌데……. 그나저나 이 모임, 괜찮은데요?
(이야기는 다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