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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Nov 24. 2019

#41. 습관이 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

무카라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고


올해의 서른세번째 책,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은 것은 아마 처음인 듯 싶다. 예전 독서모임 발제 책이었을 때도 건너뛰었다가 정인성님의 ‘밤에 일하고 낮에 쉽니다’에서 여러번 언급된 책이길래 이번엔 읽어봐야지 하고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가로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느낀 감정들이 엮여있는 여러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회고록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올해 읽었던 책 중 베스트로 꼽을 만큼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매일매일 계속하고 있으면, 
거기에 뭔가 관조와 같은 것이 우러난다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에 이러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문득 나도 매일 하고 있는 행동들 중 하찮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에게 크게 남아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하고 떠올려보았다. 출퇴근 시간의 짤막한 독서, 그리고 그 독서를 위해 만원 지하철이 아닌 버스를 이용해서 출근했을 때의 상쾌함, 30분 일찍 일어나 출근했을 때의 뿌듯함, 잘하지는 못해도 꾸준히 일주일에 두어번 발레핏 운동과 볼링을 통해 이어온 운동.. 소소하지만 그러한 요소들이 하루키의 달리기와 같은 요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장기적인 작업을 하는 데에는 그것이 중요하다. 일단 리듬이 설정되어지기만 하면, 그 뒤는 어떻게든 풀려 나간다.
그러나 탄력을 받은 바퀴가 일정한 속도로 확실하게 돌아가기 시작할 때까지는 계속 가속하는 힘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얼마전, 스트레스를 받았던 내게 새겨두라고 말하고 싶은 말이었다. 며칠 전 볼링을 친 지 1년이 되었는데 볼링 동호회에서 거의 꼴찌를 유지하고 있는 내 점수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소질이 없는데 무조건 붙잡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스트레스였다. 주변에서는 예전보다 확실히 자세가 좋아졌다고, 조금만 더 연습하면 금새 늘 것 같다고 말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는 점수에 나는 망연자실해지면서 얼마전엔 볼링을 치기 싫어질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운동 신경이 낮다는 것을 한동안 잊고 지냈나보다. 발레핏도 그래서 잘하기까지 남들보다 꽤 오래 걸렸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자세를 잘 잡아가고 체중 유지가 되고 있는 것을 보면 운동에 있어 남들보다 오래 걸린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보다는 좀 느리더라도 차분히 해나가봐야겠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에 집중해서 해보다 보면, 리듬이 설정되어지게 되면 그 뒤는 하루키 말대로 어떻게든 풀려갈테니 말이다.


하루에 1시간쯤 달리며 나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나의 정신 위생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업이었다. 그저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응시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같은 10년이라고 해도, 멍하게 사는 10년보다는 확실한 목적을 지니고 생동감 있게 사는 10년 쪽이, 당연한 일이지만 훨씬 바람직하고, 달리는 것은 확실히 그러한 목적을 도와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책 곳곳에서 달리기를 통해 그가 얻은 깨달음들을 보면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꾸준하게 소설가로서의 직업을 삼고, 그 나이까지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습관이 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남과의 비교와 경쟁보단 본인의 목표를 일순위로 삼는 것이 동기부여가 훨씬 잘된다고 말하는 하루키의 모습이 멋지고 박수쳐줄 만큼 보기 좋았다. 그런 점에 있어 최근의 내 상황에 더 와닿고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 너무 좋았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532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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