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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Apr 05. 2020

#44. 아름다운 사람과 애정을 갖는 삶

장수연의 '내가 사랑하는 지겨움'을 읽고.

특유의 따스한 분위기 때문에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가벼운 에세이였지만, 라디오 방송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고민부터 일반 직장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고민까지 담겨 있어 재밌게 읽었던 책이었다.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왜 사랑하는 지겨움이라는 말을 붙인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지겨울 때까지 좋아해보고 그 지겨움까지 좋아한다는 작가의 말이 참 와닿아서 책을 덮을 때에는 더 좋았던 책이었고, 책 제목 정말 센스있게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삶과 복잡한 삶

복잡함을 끌어안는 결정을 존경한다. 나도 그렇게 살아내고 싶다. 무엇하나 놓지 못하고 몽땅 끌어안은 채 뒤뚱거리는 내 삶이.
어째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넘어갈 작정이었던 걸까. 아마도 그렇게 하면 진짜 아무 일도 없던 게 될 것 같았나보다. '암 수술'같은 무거운 단어가 내 인생에 들어온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떤 것 같다. 그만큼 내 마음의 지축이 흔들렸다는 뜻일 게다, 역설적으로.
살면서 생기는 여러 불행은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 살아야 할 삶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게 생산적이다. ‘자, 이렇게 됐으니, 이런 이유가 생겼으니 이제부터는 다르게 살아야겠군!’하고 말이다.

얼마 전에 읽었던 더글라스 케네디의 '오로르'에도 비슷한 문구가 있다. 햇빛이 가득한 좋은 날만 가득하면, 그 날의 소중함을 모르게 되서 흐린 날들도 내 인생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브런치를 뒤적이다가 읽었던 코로나 판정을 받은 경험자의 후기에서도 '이러한 경험마저 나의 삶이니 모른척 하기 보다는 껴안고 가야겠다.'라고 말한 문구도 비슷한 맥락이었는데, 이 책에서도 언급이 되고 있었다. 복잡한 상황 속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머리아픔. 그러나 그렇게 뒤뚱거리는 본인의 삶마저도 끌어안고 싶다는 말이.

생각해보면 나도 살면서 굴곡이 있었고, 남들이 쉽게 경험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있기도 했다. 당연히 마주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순간들이지만 생각해보면 그 기회들로 인해 다른 것들도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도 생겼고, 한편으로는 건강의 소중함도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 기회들을 싫어하고 외면하기보다는 나의 일상으로 보듬어주고 이를 기회삼아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의 삶의 원인이라 생각하고 자세로 삼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에, 피할 수 없다면 복잡하지만 그 복잡함을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과 함께.



좋은 아름다움이란.

예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건 ‘서사가 있는 아름다움’이다.
잘한다는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겉모습, 서열이 아닌 그것을 잔잔하게 매번 열심히 대하는 태도가 빛날 수 있는 아름다움. 하루하루를 열심히,내 기준에서 열심히 살아낸다는 것.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다.
갈수록 빠르고 복잡하게 변하는 세상에서는 지속해서 업데이트를 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도태된다.
나를 포함한 누구도, ‘나빠질 가능성’으로부터 안전한 사람은 없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라디오 PD라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작가의 삶을 대하는 태도 또한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작가가 라디오 PD를 하면서 만난 좋은 사람들을 언급하면서,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아름다움에 대해 예쁨만으로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잔잔하게 흔들 수 있는 진심어린 태도를 지닌 사람이 아름답다고 말하고 있다. 나 또한 그러한 태도 때문에 특정한 사람들이 아름다워보이고 멋져보였던 순간들이 있었기에 좋은 대목이었다. 책에서는 끊임없이 말한다. 좋은 아름다움이란, 그러한 태도를 지닌 사람들, 나빠질 가능성은 모두가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가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 무엇보다 빠르고 복잡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이를 자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그리고 나 또한 아름다움을 지닌 사람이 되어야 겠다 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애정에 대해

나이가 들수록 하고 싶은 게 점점 줄어드는 걸 느껴서, 요즘엔 하고 싶은 일이 생길 때 나의 그 마음이 너무 소중하다. 간만에 찾아온 이 소중한 욕구를 잘 키워야지. 이번엔 꼭 결과물로 만들어내야지 다짐한다.
지겨움을 보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거든요. 무언가를 사랑하는 건, 그것이 주는 지겨움을 사랑하는 거더라고요.

작가는 책을 통해 말한다. 이러한 복잡한 삶 속에서 내가 취해야할 태도와 마음에 대해. 작가의 말처럼 나이가 들면서 하고 싶은 것이 정말 줄어들고 있어서 가끔은 그러한 걸 마주해서 생기는 두근거림이 너무 소중할 때가 있다. 그러한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지 말고 애정해야지, 라는 다짐과 함께, 무엇보다 지겨울 정도로 애정을 갖고 바라보면서 그 지겨움까지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걸까. 그것이 문득 궁금해져서, 책을 덮으면서 나도 그러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2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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