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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Jul 08. 2016

#16. 노을 보기 좋은 여행지들2

지난번 노을보기 좋은 여행지들 1편(https://brunch.co.kr/@mandoonim/12)에 대한 반응이 생각보다 뜨거워서 조금 놀랬던. 역시나 여행지에서 맞이하는 노을, 석양이 다르게 느껴지고 더 색다르게 느껴지는건 나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간의 끈끈한 연결고리를 느꼈다. 저번에 추천한 곳에 이어, 노을보기 좋은 여행지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프라하 숙소에서 맞이한 노을

프라하를 겨울에 갔더니, 역시 겨울의 동유럽은 정말 춥다, 라는 말이 잘 어울릴 정도로 종일 여행을 할 수가 없었다. 여유있게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 조차도 중간중간 카페에 들려 시간을 때우거나 했어도, 따끈한 라면국물이 생각날만큼 겨울의 동유럽 여행에서 지칠 때가 있었다. 그래도 민박 청소 시간인 오후 4시까지는 입실 불가였기 때문에,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고 4시경에 들어와 조금 쉬다 나가자, 하고 급하게 들어온 민박집. 숙소 창에서 바라본 노을에 나도 모르게, '헐' 했다. 이렇게나 예쁜 노을을, 우연치않게 마주한다니. 게다가 민박집은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어 그곳에서 뻥 뚫린 프라하 시를 볼 수 있었다. 덕분에 예쁜 노을을 배경으로 한 프라하 시내의 예쁜 컷도 담아낼 수 있었다. 가끔도 이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예상치 못했던,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왔을때 마주했던 이 노을을 말이다.


리스본 조르즈성에 내리앉은 석양

겨울 유럽여행의 첫 여행지였던 리스본. 그리고 리스본의 조르즈성에서 맞이하는 석양이 정말 예쁘다고 했다. 조금 이른 시각에 이곳에 올랐는데 너무 예쁜 뷰에 한참을 그곳에서 음악을 들으며 앉아있었다. 일부러 해질 때 모습을 보려고 세시에 올라 이곳에서 약 두시간 가량을 앉아있었는데, 서서히 주황색 지붕을 물드는 석양에 할말을 잃어버렸다. 리스본에 대한 환상이 없었는데, 이곳에 있다보니 리스본이 정말 예쁜 도시이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관광객이 너무 넘치지도 않는 이곳에서, 여유롭게 앉아있는 그 순간을 마주하니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치열하게 삶을 내달리던 내 모습에서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리스본에 간다면 반드시, 조르즈성에서 석양을 꼭. 맞이해볼 것을 추천한다.


냉정과 열정사이의 배경지, 피렌체 두오모에서 맞이한 노을

피렌체는 정말 유럽 여행 중에 기억에 남는 곳 중 한곳이다. 낭만이 가득했고, 냉정과 열정사이의 배경지인만큼 피렌체에 대한 로망이 가득한 상태에서 이곳을 마주했다. 한참을 올라간 두오모에서 마주한 풍경은 정말 예뻤고, 날씨가 살짝 흐린탓에 뿌얀 하늘 사이로 보이는 석양마저도 황홀하기 그지 없었다. 이곳에서 냉정과 열정사이 O.S.T를 들으며 한참 서있었고, 낭만적인 뷰 탓에 여기저기 들끓는 커플 사이에서도 부러움도 없어져버리게 만들만큼 풍경은 너무나 예뻤다. 그리고... 한번도 써보지 않은 파노라마를 찍어보겠다고, 아이폰으로 열심히 이리저리 하고 있는데 뒤에서 어떤 한국분이 '파노라마는 그렇게 찍으시면 안되요.'라는 말과 사용법을 알려주셨다. 얼마나 부끄럽던지. 여하튼 피렌체에 간다면 종탑과 두오모, 두곳 모두 올라볼 것을 권장한다. 두오모에서는 아름다운 피렌체 시내를, 그리고 종탑에서는 그런 시내와 어우러진 두오모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영국의 소도시, 라이에서 마주한 노을

영국 런던에서 머물던 6일 중 하루동안 방문했던 근교 라이. 아기자기한 동네가 참 마음에 들던 곳이었는데, 일정을 끝내고 기차역에서 기차를 한참 기다리는데 기차가 잘 오질 않았다. 심지어 한참 기다렸다가 탄 기차는 반대방향의 기차였고, 덕분에 다시 라이로 돌아와 런던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지친 상태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마주친 노을. 비가 올듯말듯 구름이 잔뜩 낀 하늘과, 아기자기한 건물들 사이로 비춰지는 그 오묘한 빛깔의 석양을 마주하고 있자니 하루동안의 고생이 싹 사라지는듯한 기분이었다. 라이에 가게 된다면, 기차역에 있는 육교에서 바라보는 석양을 마주해볼 것을 추천한다. 동화속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 남부 투어, 포지타노 해변에서의 석양

이탈리아 남부투어를 할 때였다. 포지타노 해변에서 배를 타고 약 한시간 가량 섬 주변을 도는 투어가 있다고 했는데, 해질때 타면 풍경이 정말 예쁘다고 했다. 겨울이었고, 때문에 파도때문에 배가 뜰수 있는지는 당일날 되봐야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운이 좋았던 탓에 무사히 배를 탈 수 있었다. 그리고 섬을 반바퀴쯤 돌았을 때 해가 지기 시작했다. 시원한 바다바람을 가르며 보이는 석양, 그리고 귀에 꽂힌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김동률의 음악은 행복한 세조합을 이루며 기분을 업시켜주었다. 포지타노 해변에 간다면, 배를 타고 한바퀴 돌아보는 것도, 특히 해가 질 때 탄다면 바다위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드넓은 갈대밭, 순천만 끝으로 펼쳐진 석양

2011년, 저렴한 금액에 기차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게끔 해주는 내일로를 친구와 함께 떠났었다. 당시 만 25세 이하인 친구들에게만 제공되는 기회였기에, 친구와 마지막으로 나이가 가능한 해에 남원을 시작으로 하여 경주까지 해서 약 일주일간 국내 투어를 떠났다. 그중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면, 바로 이곳 순천만이다. 순천에 처음 도착했을 때 사실 너무 시골인 느낌이었고, 맛집이라고 해서 찾아간 음식점 또한 실망이 컸고, 숙소로 잡은 모텔 또한 낡은 느낌에 큰 기대가 없었는데 순천만 입구의 갈대밭을 마주한 순간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갈대밭 끝에 오른 언덕에서 지는 해를 보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순간이었고, 그곳에서 내려오면서 들은 메이트의 '난 너를 사랑해'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지는데 다시 꼭 와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행복했다. 한참을 친구와 그 음악을 무한반복으로 들으며 갈대밭을 나오는 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을 정도로 각자의 시간에 푹 빠져있었던 순천만에서의 기억. 국내도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다니, 당시 너무 알려지지 않았던 점이 아쉬웠을 따름이다. 가을에 다시 와야지 했는데 그 이후로 한번도 가지 못했던 순천만. 여름도 나름의 매력이 있으니, 여름이든 가을이든 국내 여행지를 찾는다면 한번쯤 들려볼 것을 강력 추천한다.


**

사실 여행지에서 맞이한 노을과 그 순간이 다르게 와닿는 것은, 예상치 못하게 마주한 순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디에서 노을을 봐야지! 했을 때보다도, 예상치 못하게 해가 질 때, 또는 건물밖으로 나왔을 때 마침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주변 건물들과 어우러지는 풍경이 너무 황홀할 때의 기쁨은 더욱 배가 되는 듯 싶다. 해외여행지뿐만 아니라 국내여행지까지, 내가 마주했던 노을이 정말 아름다웠던 곳들과 시간을 공유해보았다. 혹 위 여행지를 가시는 분들이 있다면, 그 순간을 저처럼 맞이해보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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