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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Sep 30. 2018

#28. 당당한 여성이 되어가는 제인에 대한 이야기

'비바, 제인'을 읽고.

초반이 너무 느슨해서 재미를 못느끼다가 흡입력 강한 중반부터는 푹 빠져 읽은 책. 덕분에 추석 연휴 내내 잘 때까지 책을 못 놓아서 누워 읽다가 얼굴에 몇번이나 책을 떨어뜨리며 읽었던 책이었다.


책은 의원과 스캔들이 난 여 인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 주변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주인공인 아비바, 그리고 그녀의 미래인 제인, 제인의 딸 루비, 아비바의 엄마 레이첼, 그리고 의원의 부인 엠베스까지. 책은 불완전한 국가에서 앞뒤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여혐, 그 잣대로 인해 발생하는 2차 가해에 대한 이야기로 볼 수 있다. 그랬기에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고, 나도 모르게 그 소문 속에서 주인공 제인이 버텼으면 하는 바램을 마지막까지 갖고 있었다. 


책 전반적인 내용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에 밑줄칠 만큼 좋은 문구들이 눈에 와 닿았다. 작가 개브리얼 제빈의 소설은 이전에 읽어본 적이 없었지만, 단순한 소설을 쓰는 소설가가 아님을 느끼게 되었다.



아비바는 어릴 때부터 늘 머리좋고 활력 넘치는 아이였고, 그게 종종 햇빛처럼 온갖 방향으로 뻗치거나 바닥에 떨어진 구슬 주머니처럼 사방으로 튀었다. 하지만 젊은이란 게 원래 그렇지 않나?

젊음을 구슬 주머니 속의 구슬이 사방으로 튀는 것에 비유한 부분이 참 참신하다고 느꼈다. 표현하는 방식 하나만으로도, 아비바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행복의 열쇠는 언제 입을 다물어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

아비바의 엄마인 레이철의 속마음을 표현한 문구. 이 문구 만을 통해서도 레이철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 우직하고, 언제 나서야 하고 언제 발을 빼야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현명한 여성. 책을 읽는 내내 아비바를 몰아세우는 엄마, 레이철이 조금 답답하기도 했는데 마지막으로 흐를 수록 결국 레이철에게 기대는 아비바를 보면서, 엄마로서의 역할을 그녀는 충분히 잘 해냈다는 생각을 했다.


갖지 못한 것들은 상상으로만 존재하고, 상상 속에선 모든 게 완벽하니까.

아비바의 딸, 루비에 대한 챕터에서 언급된 부분이었는데, 책에서 결국 말하고자 한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루비가 생사를 모르는 아빠를 이미지화해서그리워하는 것도, 그리고 엄마인 제인이 이전에 의원과 불륜을 저지른 것도. 갖지 못했기에 더욱 상상하게 되었고, 완벽하게 느꼈기에 더 희망적이었을 것이다. 해보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 라는 내 좌우명과도 비슷한데, 그렇다고 불륜을 저지르는 것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삶은 불가피하게 풀려간다. 당신은 계속 다음 쪽으로 책갈피를 넘긴다.

책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혹시라도 제인이 다시 도망을 치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러기에 제인은 딸 루비를 너무 사랑했고, 그랬기에 현실을 체면하지 않고 마주하려 했다. 아마도 그 수많은 세월과 혹독한 시선들이 그녀가 꼿꼿이 설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륜은 명백히 동의하고 싶지 않았고, 이해되지도 않았다. 심지어 본인이 먼저 의원에게 접근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인 것처럼 마냥 행동하는 것도 마음에 들진 않았다. 다만, 도망친 곳에서는 당당하게 본인의 삶을 살고, 똑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 한 그녀, 제인에게는 응원을 남기고 싶었다. 그랬기에 결말이 꽤나 마음에 들었던 소설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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