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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Oct 14. 2018

#29. 고독하고 우연적인 삶에 대한 고민이 담긴 책.

장 그르니에의 '섬'을 읽고.

추천받아 읽게 된 책이었다. 장 그르니에는 들어보기만 했지, 읽어본 적이 없는 책이었고, 이전에 독서모임에서 다른 친구가 발제를 권유했을 때도 읽어보고 싶어 투표했음에도 선정되지 않았던 책이었다. 그랬던 책을, 이번 기회를 통해 펼쳐보게 되었다. 결론적으로는 책은 꽤 유익했으나, 내가 책을 읽는 건지 책이 나를 읽는건지 모르는 상태로 책을 덮게 되었고, 독서모임 토론을 통해서야 비로소 어느 정도 책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챕터는 총 8개의 챕터로 되어 있고, 연관없는 주제들이 엮여 있다고 생각했으나, 책을 덮고 생각해보니 모두 '섬'이라는 주제와 엮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 토론에서처럼, 책을 읽는 내내 나도 쓸쓸했고 마음이 무거웠다. 문득, 철학 책은 이렇게 무겁고 쓸쓸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라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저마다의 일생에는, 특히 그 일생이 동터 오르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 순간이 있다.
내가 지나온 삶을 돌이켜보면 그것은 다만 저 절묘한 순간들에 이르기 위한 노력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첫 문장에서 굉장한 강렬함을 느꼈다. 보통 책 첫 문장에서 감명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섬'은 달랐다. 철학 책이라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꿋꿋하게 끝까지 읽어낼 수 있게 해준 동기가 된 문장이랄까. 아니면, 나도 나의 일생에서 한 순간 한 순간들을 결정 짓는 일들이 문득 연이어 떠올라서 였을까.


달은 우리에게 늘 똑같은 한 쪽만 보여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 또한 그러하다. 그들의 삶의 가려진 쪽에 대해서 우리는 짐작으로밖에 알지 못하는데 정작 단 하나 중요한 것은 그쪽이다.

읽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지던 부분이었다. 어느 드라마에서나 보면, 늘 부잣집 아들들은 반항적이고 삐뚤어져 있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친 엄마가 아닌 엄마와 살고 있거나, 엄마가 정정당당하지 못한 관계에 있거나, 집에서 버려진 자식처럼 대하거나 중 하나다. 화려하고 멋진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다치고 아픈 속내들이 있다. 아둥바둥 본인이 살겠다고 남들을 짓밟고 올라서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우리가 정작 알지 못하는 아픔이나 썩은 속마음이 있을 것이다. 아니 적어도 난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래서 장 그르니에의 이 문구가 와 닿았고, 그래야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데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다른 한 쪽을 보지 않고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우연을 싫어하며 미래를 설계한다.

이 부분도 참 좋았던 부분인데, 생각해보면 내 마음대로 마냥 된 것만이 있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큰 목표나 방향은 어느 정도 내가 원하는 것에 맞추어 가고 있으나, 아닌 부분들도 많았다. 그러나 장 그르니에 말처럼, 우연들로 이루어진 그것들을 왜 구태여 싫어할까? 이를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전반적인 사고가 아마도 가장 큰 영향일텐데, 꼭 그것이 잘못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물음표가 생겼다. 다른 독서 감상문을 읽어보아도, 대부분 사람들은 좋았던 문구와 인생의 책이라는 호평만을 남겼을 뿐, 크게 책에 대한 감상이 남아있지는 않았다. 독서토론에서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공감했던 부분은, 이 책이 꼭 모두에게 인생 책일 필요는 없다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각자 고독한 삶이 과연 비밀스러운 삶과 이어지는 것이 맞는 것인지, 각자 생각하는 섬 제목에 대한 의미는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나누었다. 그중 인상이 깊었던 것은 '섬'에 대한 제목의 의미를 나눈 부분이었는데, 누군가는 군중 속의 외로움을, 내가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바다에 둘러 쌓인 고독한 존재를 섬으로 표현한 것 같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모두들 책이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지만,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각자 정리가 어느 정도 되었다고 좋아했다. 역시나, 철학 책은 토론하기에 제격이라는 생각을 하며, 어렵고 어려웠던, 나에게는 인생 책이 미처 되지 못한 장 그르니에의 '섬' 감상을 마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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