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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Apr 25. 2020

싱가포르 코로나에 대해 대.단.히. 잘못 알려진 사실들

요즘 싱가포르의 코로나 상황이 만만치 않다. 외국인 노동사 기숙 시설에서 집단 감염의 사례가 나타나고, 이 작은 나라에서 하루 1000명씩 발병이 되니 세계의 이목을 받을만 하다. 하지만 한국 언론을 보면 '싱가포르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라는 주제로 완전히 틀린 사실을 가지고 이것이 마치 한국에 시사하는 바는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해대니, 여기 살고 있는 사람으로써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이 반복되는 가짜 근거에 너무나 피로감을 느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 가짜 근거는 무엇인지 하나하나 설명을 해 보겠다.



상황이 좋아져서 개학을 했다고??


싱가포르의 학제 과정을 전혀 잘못 알고 하는 말이다. 

Source: 싱가포르 교육부

https://www.moe.gov.sg/education/school-terms-and-important-dates#pri-sec-sch-term-2020( accessed on 25 April, 2020)


싱가포르는 한국과 같이 3월 개학, 7월 방학 하는 나라가 아니다. 나라마다 Academic year를 시작하는 시기는 모두 다른데 3월 2일에 일년 학제를 시작하는 우리 나라를 기준으로 싱가포르가 고민하다가 개학을 '결정'했다, 안 했다는 전혀 어불성설이다. 싱가포르 학제는 조금 복잡한데, 초-고등학교는 1월에서 11월까지이고, 대학교는 8월에서 다음 해 5월, 전문 대학 (Poly)은 또 다르다고 한다 (정확히 모른다). 다만 3월에 중간 방학이 일주일간 있었고, 이것도 정상적인 스케줄에 따른 것이지 코로나의 영향으로 갑자기 잡힌 것이 아니다. 따라서 마치 개학을 할까 말까 하다가 개학을 어렵게 결정했더니 바이러스가 확산되었다는 결론은, 기초한 사실이 맞지 않음으로 틀린 결론이다.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섣부른 개학이 실패로 돌아가면서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강행했다. 옹 예 쿵 싱가포르 교육부 장관은 “학교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장소”라고 개학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불과 2주일 만에 개학 결정을 철회했다. 개학 후 이틀이 지난 지난달 25일 한 유치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싱가포르 정부는 개학 결정을 원점으로 되돌려 다시 재택학습으로 전환했다.


[출처: 중앙일보] 섣부른 개학이 화 불렀다···'코로나 방역 모범국' 싱가포르 추락 (accessed on 25 April, 2020)


이 기사에서는 아주 교묘하게 사실을 왜곡했다. 3월 24일에 집단 감염이 발생한 곳은 '방학이 지난 후 개학한 유치원'이 아니다. 이 곳은 SPARKLE TOTS 라는 정부가 운영하는, 정부 아파트 (HDB) 1층에 있는 동네 '돌봄센터'에 가까운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따라서 이 보육 시설을 이용하는 아이들 (태어난지 2개월 부터 갈 수 있음)이 방학 후 개학하여 학교에 갔는데, 이 개학 결정 때문에 집단 감염이 되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https://www.straitstimes.com/singapore/coronavirus-pcf-sparkletots-teacher-tests-positive-for-covid-19-centre-closed-for-a-day

 

 즉, 사람이 모여 있는 집단이니 집단 감염이 되었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개학이 결정되었기 때문에'라는 이유는 틀렸다는 소리다.

자꾸만 싱가포르의 개학 결정을 핑계로 한국 교육부의 대처가 이렇다느니, 저렇다느니 말하는 것을 보다 보니 황당할 따름이다. 며칠 전 발표된 전국민 자가 격리 연장 (-6월 1일까지) 선상에서 결국 학교의 온라인 교육에 한계를 느끼고, 공식적으로 방학을 한 달 앞당겼고 (6월 1일에서 5월 4일로), 결국 아이들은 집에서 자가 격리하면서 방학을 보내다가 6월 1일에 자가 격리가 끝나면 모두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이것이 모두 온라인 교육에 대한 한계를 느껴서 그런 것인데, 이런 부분에 대한 기사는 왜 한국에서 보도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심지어는 내가 일하는 대학교는 설 연휴가 지난 2월부터 바로 온라인 수업을 권장했고 시작했다 (과마다, 과목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하지만 학교 내에서 감염된 사례가 여러 번 있었고 (보도가 적극적으로 되지는 않아서 싱가포르 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결코 온라인 수업, 개학 시기 따위가 바이러스 확산과 일대 일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봤을 때 싱가포르의 갑작스러운 발병 증가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결코 '개학했다가 바이러스가 확산됐대.' 같은 카더라 식의 내용이 아니다. 이 나라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노동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에서 크게 발병했다고 해서 결코 바로 내치거나 치료를 함에 있어 다르게 할 수 없다. 하지만 어디 싱가포르 국민들이 느끼는 바가 그러할까? 일단 이 의료비가 하늘 높은 이 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무료로 치료받고 있다는 사실, 20만이 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실제로 격리되어 일을 못 하는데도 싱가포르인 고용주들이 월급을 꼬박꼬박 줘야만 한다는 사실을 이 나라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관광 관련 산업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 방학 일정을 바꿔서 자가 격리 중 (관광이 허용되지 않는 동안) 방학을 형식적으로 지내 버리고, 사람들이 자유로워지는 시점에 개학을 해서 여행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 이 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지금 싱가포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아마도 전혀 외부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부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바이러스 확산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기반에 대한 문제일 수 있다고 우리는 느낀다 (우리=나+남편). 


제발, 시사점을 찾으려면 제대로 알고 기사를 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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