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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Jun 17. 2020

가성비 갑, 외국어 배우기 방법? (2)

효율성 따지다가 망합니다.

앞의 글 https://brunch.co.kr/@mandpark/24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좋게 말하면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고, 나쁘게 말하면 엄청 게으르다. 그 덕분에 자기가 편한 방법을 이미 알고 있으면, 또다른 새로운 방법을 터득하는데 저항이 심하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나에게 가장 익숙한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착각하게 되는데, 이건 그저 우리의 뇌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습득한 서바이벌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이런 우리의 뇌가 외국어를 어떻게 배우는지 알아 보자. 보통 한국 사람들이 한국어 다음으로 처음 배우는 외국어가 영어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에는,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은 새로운 경험, 새로운 활동이라고 뇌가 인지하기 때문에 그 배우는 과정이 시간도 걸리고 어렵더라도 뇌는 열심히 그 새로운 길을 만든다. 하지만 그 다음 외국어, 제 2외국어 (중국어라고 치자)를 배울 때에는 교과서를 딱 펴는 순간, 뇌는 바로 '아, 이거? 외국어네. 자, 내가 해 보니 외국어는 이렇더라고!' 하며 영어를 배울 때 만들었던 그 길을 통해 정보를 처리하게 된다. 또한 '외국어는 자고로 이렇게 배워야지!'라는 생각으로 외국어를 배우는 방법은 물론, 외국어였던 영어의 문법까지 가져와서 중국어를 끼워맞추려고까지 한다. ('L2 status factor'라고 한다*.) 이걸 transfer (전이)라고 하는데, 이런 행위의 결과로 중국어 문법에 많은 오류가 생긴다.

특히 제1외국어와 제2외국어가 비슷한 경우, 이런 오류는 더 심해진다. 사실, 제1외국어나 자기의 모국어와 비슷한 제2외국어를 배울 때 초반에는 굉장히 쉽게 느껴지고 전에 배운 언어 지식에 큰 도움을 받는 듯 하다. 하지만 실제로 중급 이상 올라가면서는 실제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어떤 언어든지 2개의 언어가 모두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일상에서 우리가 의존하는 휴리스틱이 여러 개의 외국어를 학습할 때에는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자면, 나는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의 순서로 언어를 배웠다. 중국어를 배운 후에 일본어를 배우니까 처음에는 한자 배우기도 너무 쉽고, 처음부터 교과서의 긴 문장을 생각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야, 일본어 이거 날로 배우겠는걸!'하는 생각이 들어 우쭐했다. 하지만 아차! 말하기 할 때에는 중국어가 독이 되더라. 똑같은 한자를 써놓고 발음이 다르다 보니 너무 헷갈리는데다가 나의 뇌는 자연스럽게 자꾸 일본어 발음을 배우는 데에 너무나 저항을 하는 것이다. 일본어 교과서에 써 있는 학교, 学校 를 보면 '각고'라는 일본어 발음을 생각해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자꾸만 나에게 너무나 익숙한 '쉬에샤오'라는 중국어 발음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안 돼! 일본어 발음을 다시 확인해 봐'라고 나의 뇌를 설득시킬 수 있었지만, 점점 갈수록 피곤해지고 일본어 단어의 패턴을 파악하게 되면서 대충 '이럴 것 같은 발음'으로 비슷하게 뭉개서 말하고 넘어가려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따라서, 언어를 배울 때에는 휴리스틱의 작용이 이렇게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인지할 수 있고 뭔가 제어가 가능한 활동이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겠지만, 문제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뇌가 이렇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한데,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이걸 초인지라고 부른다. 초인지 능력을 가동하는 건 정신적으로 아주 피곤한 일이지만 훈련이 잘 되면 언어를 넘어서 다른 무언가를 배우거나 정보를 처리할 때 아주 도움이 된다. 언어심리학에서는 외국어를 여러 있는 멀티링구얼의 executive function (실행 기능)이 언어 하나만 하는 사람보다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를 이미 많이 발표했다. 


결론은, 외국어를 배울 때, 또는 뭔가를 배울 자꾸만 후다닥, 빠르게, 효율적으로 배우려고 하다가는 다칠 있다는 것! 뇌에다가 새로운 정보 처리의 길을 내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데너무 야박하게 굴지 말자. 우리가 춤이나 운동을 배울 때 맞는 동작을 익히기 위해서 100번, 1000번 연습하여 몸이 자세를 기억하게게 하는 것처럼, 뇌에도 새로운 생각의 길을 내기 위해서는 100번, 1000번의 (정보 처리)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하는 동안, 안 쓰던 근육이 아프고 온 몸이 쑤시는 것처럼 전두엽도 쑤실 수밖에 없겠지만, 장담컨데 분명 효과가 있다. 가성비 높은 외국어 학습 방법이란 건 없다, 배움의 시간을 즐겁게 보낼 방법을 고민하시길...


Bardel C. and Falk Y. ( 2007The role of the second language in third language acquisition: The case of Germanic syntax. Second Language Research 23: 45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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