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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Jul 07. 2020

반대 방향으로 달려 보기

왜 한 방향으로만 달렸을까?

일주일에 네 번 정도 밖에서 로드 릴레이 달리기를 한다. 집 근처에 있는 주택가 + 공원을 한 바퀴 돌거나 토요일 오전에는 아이들을 토요 한국학교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은 혼자 달려서 오기로 한다. 한국 학교에서 집까지 오는 길은 7km 정도인데 완만한 경사가 계속 되는 오르막으로 뛰는 일방 루트이다. 토요일 아침이라 거리에 사람이 적고, 적당히 운동도 된다. 그리고 집 근처 다다르면 싱가포르 카야 토스트 집에서 멈춰 카야 토스트, 수란, 달달한 커피로 토요일 아침,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보너스도 참 매력적이다. 


반면 평일 아침은 집에서 출발하여 집에 도착하는 8.5km의 서클 루트이다. 보통 새벽에 뛰기 때문에 사람도 적고, 중간 2km는 산을 오르는 (해발 60m의 언덕이지만 느낌만은 산을 오르는 듯...) 코스도 있어서 업힐을 오르는 성취감도 맛 볼 수 있다. 

평일 서클 루프 (Strava 지도)

오늘 아침에도 간단히 준비 운동하며 뛸 코스를 머리 속에 그려 보던 중 문득, 나는 항상 이 서클 루프를 한 방향으로만 뛰어 왔다는 걸 깨달았다. 항상 이 지도를 기준으로 왼쪽으로만 달려왔던 것이다. 사실 이유는 있다. 처음 이 코스를 뛰기 시작할 때에는 오르막 달리기 연습을 위해서 오르막이 더 긴 왼쪽 방향으로만 출발을 했던 것이다. 사실 오른쪽으로 달려도 중간에 경사는 더 낮지만 그래도 긴 오르막 구간이 있기는 하다. 어제 하루 종일 아이들이랑 바다에서 보냈던 터라 피곤하던 차에 게으름이 발동하여 오늘은 오른쪽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그저 오르막이 좀 더 낮다는 이유로 출발했지만 뛰는 내내 항상 뛰던 구간이 너무나 낯설게 다가왔다. 길을 건널 때에도, 주택가에서 방향을 틀어야 할 때에도, 평소에는 아무 생각없이 뛸 수 있었던 반면 오늘은 뛰는 동안 내내 순간순간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했다. 이렇게 주의가 다른 데로 돌아간 덕분에 다리도 빨리 움직이고 폐도 덜 괴로워하는 기분이 들어서 결과도 좋았다.



집에 돌아와 샤워하며 생각해 보았다.

난 나에게 익숙하다는 이유로, 처음에 결정했다는 이유로 다른 방향으로 가 볼 생각을 아예 접고 사는 건 아닌지... 마침 다음 학기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 요즘, 안 그래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모두 바꾸면서 사실 '아예 홀딱 바꿔야겠다'에서 '그래도 이건 꼭 가르쳐야 하니까', '너무 바꾸면 학생들이 따라오기 힘들 테니까'... 등등의 이유로 망설일 때가 많다. 아예 새로운 길을 가지 못할지언정, 반대 방향, 다른 방향으로 그 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지... 아마도 내일은 새로운 코스를 생각해서 달려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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