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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Sep 13. 2020

운동과 외국어 공부의 공통점

나는 학자로서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왔다.

무라카미 하루키 식으로 말하자면 내가 지금 학자로서 하는 많은 일상의 루틴은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왔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운동을 일상으로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 처음엔 동네 검도장에서, 지금은 거리에서 (로드 랠리) 날마다 운동을 한다. 방금 7킬로미터를 뛰고 난 후 커피를 마시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새로 발견한 이 코스를 다섯 번 연속으로 뛴 참이다. 사람도 적고, 차도 적지만 신호등을 여러 번 건너야 한다는 것이 단점. 하지만 오늘 같은 토요일 아침엔 차가 별로 없어 무단 횡단해서 몇 번 멈추지 않고 여기 동네 카페까지 무사히 완주. 하지만 연속으로 같은 코스를 뛴다는 건 달리기의 끝에 '어, 벌써 다 끝났네'라고 느끼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달리면서 새로운 걸 발견하거나 헤매는 느낌은 사라지고 익숙하게 한 발 한 발 움직이는 것에만 집중을 하다 보니 도착점에서는 결국 그냥 몸을 움직여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는 정도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내일은 다시 오르막이 많은 길로 다른 코스로 바꿔야겠다. 나는 집 근처에 몇 가지 로드 랠리 코스를 정해 놓고 돌아가며 뛴다.


외국어 공부도 마찬가지. 한 가지 방법을 고수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나는 다양한 방법, 책을 번갈아 가며 보는 편이다. 하지만 계속 새 방법을 찾기보다는 나에게 맞는 책이나 방법 서너 가지를 고른 후 돌아가며 한다. 나에게 가장 맞는 공부 방법은 달리기를 하면서 찾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외국어 공부만 할 기회는 많지 않지만 아무튼 연구를 위해 영어나 중국어로 글을 읽어야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글을 읽는 게 뭐 그리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냐 하겠지만 글을 읽는 장소를 바꾸는 것만으로 나에겐 상당히 다른 느낌을 준다. 난 공간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2009년판 문학사상 출판본

무라카미 하루키도 말했다시피 훈련은 절대 멈추지 않는 것이 러너의 원칙이다. 휴식은 이틀 이상 하지 않는다고 하루키는 말했다. '주의 깊게 단계적으로 부담을 늘려 나가면, 근육은 그 훈련에 견딜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적응해 나간다.... 물론 시간은 걸린다. 무리하게 혹사를 하면 고장 나 버린다. 그러나 시간만 충분히 들여 실행하면, 그리고 단계적으로 일을 진행해 나간다면 군소리도 안 하고 인내심을 발휘해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113쪽, 문학사상] 이것이 나의 운동과 공부 철학이다. 

내가 처음 5km를 혼자서 조깅해냈을 때의 감동을 아직도 기억한다. 나름의 비장한 각오로 시작했건만 탄천 길에 표지 된 거리를 따라 5km를 뛰고 보니 그 길의 끝에서 생각보다 난 너무나 멀쩡했다. 그리고 점차 거리를 늘려나가고, 코스의 난이도를 올리고, 속도를 올리는 등... 여러 가지 목표를 정해 달리기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공부도 마찬가지. 회사에 잠시 다닐 때 사내 일본어 강좌를 듣기 시작한 지 세 달만에 JLPT를 신청하고 시험을 목표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하는 이 사내 강좌는 처음에 10명 남짓으로 시작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며 나 혼자 개인과외처럼 듣는 날도 있고, 때로는 같은 것만 반복하는 날도 있었다. 어차피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열심히 한다고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철저히 자기 자신의 의지로 일본어 공부를 계속해 나가야 했다. 나 역시 아침에 더 자고 싶은 유혹을 겪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니 나름의 강수를 두어 시험 신청을 한 것이다. 시험을 신청했으니 봐야 할 것이고, 시험을 보려면 공부를 해야 했으니까... 결국 그렇게 공부해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 지 5개월 후에 본 JLPT에서 3급을 받았다. 목표를 정하고 중간중간 작은 목표를 정해 휴식하지 않고 날마다 훈련하다. 이런 방법으로 어떤 시험을 준비했을 때 난 분명히 효과를 보았다.


마지막으로, 운동과 공부는 끝이 있는 것이 아니다. 평생 가져가야 할 생활 습관. 그렇다 보니 가끔은 쉬어가지도 하고, 가끔은 보상도 해 가면서 함께 살아간다고 생각하고 날마다 한 발자국씩 가고 있다. 외국어 공부도 어떻게 끝이 있을 수 있을까? 운동도 건강을 위해서 하는 평생의 생활 습관이다. 좌절할 것 없이 그저 하루하루 운동과 공부와 함께 한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다. 그것이 내가 길 위를 달리면서, 책을 읽으면서 배워온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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