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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Oct 12. 2020

책에 관한 책

나는 독서에서만큼은 잡식성이다. 한국에 살 때에는 일주일에 한 번은 서점에 가서 신간 체크를 한 다음 몇 권을 훑어보고 그때 그때 구미에 당기는 책을 골라 사곤 했었다. 온라인으로 사면 할인을 하는 책도, 서점이라는 공간이 주는 즐거움을 누리는 대신 내가 당연히 지불해야 할 대가라고 생각하며 꼭 서점에서 책을 사곤 했다. 몇 백 원 당장 할인받는 것의 즐거움보다 서점이라는 공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으니까...

(이 기회를 빌어 서점을 운영하시는 분들과 서점에서 일하시는 분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마구잡이로 책을 사들인다고 생각했었는데 집에 꽂힌 책을 보다가 나도 몰랐던 나의 취향을 알게 되었다. 이리저리 이사하며 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책장 정리를 하면서 두 가지 주제에 대한 자그마한 북 컬렉션이 생겼는데, 그중 하나가 도서관&책에 대한 컬렉션이다. 처음에는 책을 읽고 보관하는 공간 자체에 대한 로망, 그 공간이 나에게 주는 심리적인 만족감 때문에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 (헤이리에서 2006년에 구입)이나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와 같은 다른 나라 도서관 투어에 대한 책을 구입했다. 사실 이 전에 유럽에서 여행할 때 각 나라의 유명한 도서관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향수를 되새기며 이런 책을 즐겨 읽었다. 하지만 이후 도서관 화보집을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면서 더 많은 도서관에 대한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Umberto Eco가 에세이를 담은 도서관 화보집 & 2019년 국제도서전에서 만난 '사회평론'에서 번역 출판하신 '세계의 도서관'


사실 이런 책들은 싸지 않다. 'Libraries'는 2008년도 싱가포르에서 200 달러가 넘었고, '세계의 도서관'은 역시 사회평론에서 판권을 사서 번역하여 낸 책으로 영어판보다 훨씬 싸게 출판해 주셨지만 도판 때문에 값이 센 편이었다. (한국은 정말로 책값이 싸고 책의 질이 좋은 나라로 세계 3위 안에 들 것이다. ) 그러나 이 책들은 장서로써 가치가 있고, 또 도판의 화려함과 좋은 품질 덕분에 그 값어치를 넘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세계의 도서관'은 도서관의 역사나 책 출판의 역사까지도 아우르는 내용도 함께 읽을 수 있어서 너무 흥미롭다. 또한 한국의 해인사에 보관되어 있는 팔만대장경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어서 우리에게는 특히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멋지고 아름다운 도서관들의 사진을 보다 보니 자연스레 나도 그런 도서관을 갖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면서 개인 도서관이나 서재 화보집, 또는 집안 곳곳에 멋지게 책을 보관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책들에 눈이 가게 되었다. 이런 책들은 일부러 찾아본다기보다는 사실 서점 어딘가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책들이다. 그럴 때에는 망설임 없이 책을 구입하고 보관을 하게 된다. 이 책들을 종종 꺼내 보면서 앞으로 내가 꾸미고 싶은 서재를 상상해 보기도 하고, 또 나중에 한국의 작은 마을 어딘가에서 도서관을 운영하는 꿈을 꾸기도 한다.


책 사랑에 대한 고전 하면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 시키기'를 빼놓을 수 없다. 동생이 나의 서른 살 생일 선물로 사 준 책인데 진심으로 공감하며 읽은 책이며, 지금도 자주 꺼내 보는 책이다. 또한 'A passion for Books'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공감할 만한 우스운 상황들 (책을 살 때 한 권은 독서용, 한 권은 보관용으로 꼭 두 권씩 사는 사람의 이야기 등)을 공유한 책인데 남들이 보면 정말 돌았나 할 정도의 사람도 있다.


한국은 책이 정말 싸다. 독서량이 적다고는 하지만 절대로 책값이 비싸서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https://news.joins.com/article/10484983 이 신문 기사만 봐도 나라의 소득 수준 대비하여 우리나라 책값은 정말 싸다. 게다가 책이 다양하게 출판된다고 할 수 있다. 책을 싸게 공급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더 책을 많이 읽을 거라고?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 다시 뉴스에 나오고 있는 '도서 정가제'에 대한 논쟁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사실 책은 인간의 본성을 바탕으로 시작된 기록물이라는 측면에서 그저 사고파는 어떤 하나의 물건으로 치부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특히 책이 주는 즐거움이라는 것은 1차적인 소비나 일회성 소비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그 가치는 남다르다. 또한 나에게는 어떤 소유함으로써 느끼는 만족감, 책장에 꽂힌 책들을 바라볼 때 느끼는 시각적 자극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나는 창작물은 쓰지는 않지만 연구 결과를 쓰고 발표하고, 출간하는 일을 하는 사람 중 하나로써 책이 나오기까지 작가가 거쳐야 하는 여러 가지 시간적, 체력적, 정신적 노력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에 대한 접근성이 고민이라면 작은 동네 도서관을 좀 더 지원해 주는 것이 어떨까? 책에 대한 책을 읽어 보자. 책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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