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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Apr 21. 2021

달리는 사람들의 일상에서의 회복력

달리기가 주는 또 하나의 선물

토요일마다 아이들은 한국 국제학교로 토요학교에 간다. 그 핑계로 나도 집 근처를 벗어나 다양한 루트를 뛰어 보는데, 오늘은 이번 학기 수업 마친 것을 기념하여 평소에 달리지 않던 시내까지 가 보기로 했다.

Robertson Quay는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쇼핑 거리 오차드 근처에 형성된 강가 부촌인데, 강가를 따라서 카페, 펍 등이 즐비하다. 평소에는 잘 오지 않는 곳이지만 오늘은 for a change! 이곳까지 달려 보기로 했다. 한국 국제학교에 Robertson Quay (로버슨 키)까지는 10Km 남짓, 공원도 지나고, 주택가도 지나고, 숲길, 오차드 쇼핑거리도 지나가서 지루할 새가 없다. 아침 일찍이라서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토요일 아침인 관계로 운동하는 사람들도 꽤 보인다. 처음 가는 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익숙하지는 않아서 나름 긴장감을 가지고 뛰다 보면 평소에 보지 못하는 것들도 보이고, 신기한 건물들도, 재미있는 풍경도 볼 수 있다.

오늘은 숲길을 뛰어가는데 갑자기 앞에서 닭, 그것도 수탉이 나무에서 다른 나무로 4-5미터 높이에서 푸드덕 날아가는 것이다. 완전 깜짝 놀라서 설마 닭일까 하며 다시 보니 역시 닭이다. 야생닭이라서 그런가? 힘도 좋네, 닭이 날다니... 저 닭은 날개 맛이 어떨까 궁금하다.

보태닉 가든 입구에는 사이클족들이 길가에 있는 카페에 모여 사이클을 마치고 아침을 먹고 있다. 그런데 어떤 백발의 코가 빨간 아저씨는 그 아침부터 맥주를 시켜서 드시는 중!!! 낮술은 많이 봤지만, 아침부터 라이딩하시고 맥주 드시는 저분, 정말 최강이다. 그래, 나도 할 수 있다! 뛰면서 이 사람을 보니 나도 로버슨키 도착하면 맥주 마실까? 맥주 급 땡김!

아침 9시의 오차드 거리에는 나름 러너들이 많다. 싱가포르에는 10-20대들도 거리에서 많이 뛰는데 (한국에선 주로 중년들이 더 많이 달리는 것 같았는데...) 7km가 넘어간 데다가 이미 문 연 브런치 카페들이 즐비해 이젠 멈추고 그 카페로 들어가서 시원한 스파클링 음료를 마시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신호등도 많아지고 공사하는 구간에서 돌아가기도 짜증 나고... 그만 뛰고 싶은 마음이 계속 삐죽삐죽 튀어나온다.

하지만 그 마음을 꾹꾹 누르며, 나에겐 목표가 있다는 걸 상기시키며 한발 한발 계속 뛰어나갔다. 그렇게 달려서 도착한 로버슨키. 아침부터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강가에 있는 카페 중 하나에 들어가서 보니 푸짐한 소시지, 계란, 버섯, 샐러드로 구성된 아침 식사나 각종 과일이나 야채 셰이크, Healthy bowl (다양한 종류의 샐러드 볼)도 너무 맛있아 보였지만 이미 29도 정도의 날씨에서 뛴 후라 입맛이 없어 그냥 간단히 커피와 크루아상 하나를 시켰다.

오늘 아침, 한국국제학교 앞에서 Robertson Quay 까지 10KM 달린 후 즐긴 커피와 크루아상

오늘 달리기를 돌아보며 강가 커피숍에서 커피와 크루아상을 먹고 있자니 천국이 따로 없다. 마치 대단한 일을 해낸  즐기는 달콤한 보상과 같은 느낌! 여기까지 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달리기란  매일 해도 매일 힘들지만,  오늘도 나의 목표를 달성했다.

얼마 전에 읽은 Women’s Running 잡지에 보면 달리기가 우리의 회복력 (Resilience)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내가 조깅을 좋아한다고 해서 뛰러 나가는 발걸음이 항상 가벼운 건 아니다. 힘들지 않은 것도 아니다. 뛰는 동안 항상 생글생글 웃으며 뛰지도 않는다. 그저 나 스스로 뛰기로 하였으니 이를 악물고 뛰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나는 계속 뛴다. 중간중간에 몇 번이나 닥치는 걷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야 한다. 이런 경험이 쌓여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가 강해지고, 결승점에 도착하는 순간 (그저 아침 조깅이라고 해도) 나는 언제라도 승자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나는 달리면서, 내 페이스대로 달려도 포기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결승점에 언젠가 도착하다면 나는 괜찮다는 것을 배웠다. 결국 이런 경험이 쌓여 강해진 회복력은 살아가면서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살다 보면 재미있는 일도 많고, 다른 사람들을 보며 배우기도 하고, 힘든 순간이 닥치기도 하지만 길 위에서 겪었던 비슷한 과정을 반추하면서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다. 한 발자국의 힘을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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