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두부인 Dec 19. 2023

가까운 매장이라도 집 앞은 안돼요.

엄마는 마트에서 일한다 (10) 

매장 근무를 지원하는 사람은 40-50대 이상이 많았다. 아이들이 크면서 낮시간을 활용해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코로나 때 하루종일 가족들과 붙어 있는 게 힘들어서 출근을 시작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직장을 다니다가 육아나 결혼 기점으로 사회 활동을 쉬었던 소위 '경력 단절' 여성이 많았다. 운영하던 피아노 학원을 정리하고 매장일을 시작한 한 직원은 학부모 상대하는 게 힘들었는데 오히려 마트에서 일하는 게 편하다고 했다. 마트에 적성이 맞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매장 매니저는 집안 살림을 해 본 아줌마가 물건을 잘 이해하고, 고객과 소통도 잘한다고 아줌마 지원자들을 선호했다. 그렇게 아줌마가 잘할 수 있는 일이지만, 마트 근무는 우리가 원하는 직업인 것일까. 


매장 지원과 관련해서 매장 근무 지원자에게 연락하는 일도 했다. 어디에 사는지, 지금 어느 매장에 사람이 필요한데 그쪽으로 출근 가능한지 등을 먼저 조율했다. 많은 지원자들은 이 단계에서 집에서 가깝거나 원하는 매장에 자리가 없으면 근무를 포기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집에서 가까워도 집 앞 매장은 싫다고 했다. 


- 아무래도 친정이 가까워서 안 되겠어요. 

- 아이들 학교가 근처라서 어렵네요. 가깝지만 너무 가깝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매장에서 일하는 것을 친정엄마나 아이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싶은 마음. 하기는 나의 친정엄마도 내가 마트에서 일한다는 것을 친척들에게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일을 하고는 싶지만 이 일이 자랑스럽지는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경력 단절 중년 아줌마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돈도 벌고 자랑스러운 일은 무엇일까. 내가 커리어우먼으로서 야망을 불태울 때, 선망했던 유능한 회사의 여성 임원들은 50대에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초개인화 시대, 내가 좋아하는 일, 나만의 일을 가져야 한다고 말을 한다. 50대 여성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지인들에게 자랑스럽게 '돈도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직업에 대한 나의 시각부터 바꾸어야 하는 게 아닐까. 영원히 늙지 않을 것 같던 내가 50대를 맞이하면서 하는 고민이다.   





홍보물 그리다가 내가 사게 된 제품



  




이전 09화 다시는 마트에서 일 안 할 거예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