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마트에서 일한다 (11)
마트에서 근무하면서 만났던 사람 중에 좋았던 사람도 있지만, 어머? 어머머?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느 지점에서 내가 고객으로 물건을 살 때였다. 할인률이 잘못 적용되어 카드취소를 하고 다시 계산을 하게 되었다. 계산을 잘못한 직원이 다른 직원에게 짜증을 내었다.
- 이 할인스티커 누가 붙인 거죠? 아래에도 붙였어야지~
-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 그거 제가 한 게 아닌데요.
할인률 스티커를 잘못 본 건 본인일 텐데, 불만 가득한 얼굴로 동료 직원에게 지적질을 하는 유형, 이 지점에도 있구나. 오래 근무한 사람은 새로 온 사람의 여러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가르쳐주다 보면 지적이 나오게 된다. 문제는 말투와 에너지. 짜증이 섞인 투로 말을 하는 분들이 있다. 성격이 세거나 오래 근무한 직원이 이러면 지적이 맞더라도 기분이 나빠진다. 고객한테는 웃으면서도, 직원에게 찡그리며 지적을 하는 유형, 자신은 상황에 따라 맞고, 다른 사람은 잘못했다는 유형은 함께 일하기 싫다. 더군다나 직원에게 전화로 소리까지 지르는 매니저는 너무 무서웠다. 피하고 싶다.
입사 1달 차에 엄청난 실수를 했다. 고객은 계산을 하고 이미 떠났는데 회원가 할인 적용을 안 한 것이다. 선임이 급히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서 실수를 말씀드리고 다시 방문해서 재결재를 해 주십사 여쭈었다. 그 와중에 설명하는 어조와 문구가 거슬렸나 보다. 매장에 오자 마자 고객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 내가 누구인 줄 알아? 똥개 훈련 시키는 거야 뭐야! 김앤장 변호사 사무실에 연락할 수도 있어. 저기 있는 건물도 내 거야! 내가 우스워 보여?
고객의 화는 전화를 걸었던 매니저에게 집중 포화되었지만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나는 150도 폴더 인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내가 잘못했으니 사과의 행위를 하는 것은 당연했다. 다만, 그분이 이 일로만 화가 난 것일까, 다른 곳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던 걸까.. 생각하게 되었다.
근무하는 직원 중에서도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대학원을 나왔는데, 내가 어느 기업에 다녔는데, 내가 어디에 사는데 등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 대부분 마트 동료로서는 환영받지 못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과거의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을 했는지 잊고 지금, 이곳의 일에 집중하는 게 필요했다.
매장 직원은 손님이 없어도 분주히 움직이게 된다. 자주 바뀌는 야채와 과일의 가격이 맞는지, 상한 물건은 없는지, 재고는 충분히 있는지 등등을 살펴봐야 한다. 물건을 많이 만지고, 챙길수록 매출이 높아진다고 했다.
다들 새로 온 물류 제품을 정리하고 있는데 손님 없는 계산대에 서 있거나, 뒷짐을 지고 천천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힘들어서 그럴 테지만, 그런 사람들은 함께 일하기 꺼려졌다. 반대로 뭐 더 필요한 일이 없나 살피는 사람들,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은 커졌다.
사실 어느 일터나 나와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힘들고 피곤할수록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일의 능률이 달라졌다. 돈을 벌기 위해 나오는 일터지만, 그래도 고마움과 즐거움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 긍정에너지가 고객에게도 전달되지 않을까. 그런데 말이다. 혹시 나도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떳떳한 사람인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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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니, 위에 말한 내가 싫어하는 행동들을 사실은 나도 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집안일과 학습에 대해 지적하며 화를 냈고, 동네 가게의 작은 잘못에 분노했고, 사회의 약자들과 친구들에게 무심했다. 휴.. 어쩌면 이 모든 행동을 내가 또 다른 대상에게 하고 있었다. 결국 타인으로부터 나의 부족함을 본다. 어느 곳에서 일하든 늘 배움은 있다. 내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