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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디 May 01. 2023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

그래서 재밌고, 그래서 무서운 걸

2021년을 열흘 정도 남긴 때였다. 2021년을 뒤돌아보며 나는 '올해는 드물게 참 좋은 해였지.' 했었다. 갑자기 외부에서 생긴 일이 내 일상을 크게 헤집어 놓은 적도 없었고,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 있어도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었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고 어울릴 수 있게 됐던 한 해였다. 그때가 처음으로 맨 처음 뉴질랜드에 와서 꿈꿨던 '여유로운 뉴질랜드 생활'을 많이 접했던 해였다. 그리고 그 해, 간혹 나는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이렇게 좋은 때가 또 올 줄 알았더라면 그때 너무 힘들어하지 말껄.'


사진: Unsplash의Alessio Patron


2021년 연말 친구들과 캠핑을 다녀왔다. 차가 없던 나는 한 친구의 차를 얻어 타고 캠핑장으로 향했다. 캠핑장을 가는 3시간 동안 그 친구와 차 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됐다. 26살의 그 친구는 자기 인생이 꽤 마음에 든다고 했고,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라 했다. 인생은 아름답다고 말하는 그의 말에는 한 치의 의심이 없는 듯 보였다. 나는 인생의 어떤 점 때문에 인생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냐고 물었고, 그 친구는 인생의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자신이 처음 17살에 인도를 떠나 캐나다로 갈 때만 해도 뉴질랜드에서 살게 될 줄 몰랐고, 당장 1년 전만 해도 지금의 친구들과 함께 캠핑을 가게 될 오늘을 알지 못하지 않았냐고 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조용히 어떤 생각에 잠겼다.


'26살, 지금보다 패기있던 나도 그 인생의 불확실성이 인생을 더 재밌게 만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33살의 나는 바로 그 점 때문에 많은게 두렵고 무서워졌구나.'




캠핑장에 어둠이 찾아왔다. 저녁을 다 먹고 친구들과 나무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나는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좋은 한 해였고, 이렇게 좋은 때가 또 올 줄 알았으면 참 힘들었던 시기에 좀 덜 힘들어할 걸 그랬다고 친구들에게 말했다. 그때 한 브라질 친구가 그런 얘기를 했다.


자신도 브라질에서 전남편과 함께 운영하던 식당이 망하고, 전남편은 외도중이라는 걸 알게 되었던 10여년 전 쯤, 달려오는 트럭에 뛰어들까 생각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정말 그랬으면 어쩔 뻔 했냐고 요즘은 생각한다고. 그때를 지나 자신은 더 단단해졌고, 지금 남편을 만난 후로 인생이 또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리고 그 친구가 그랬다.


'난 그래서 인생이 재밌고 아름답다고 생각해.'


사진: Unsplash의Jack Anstey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인생은 불확실하지만 사람마다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다르다. 누군가는 세상 가장 설레는 모험을 떠나는 것처럼 이 불확실성에 즐겁게 몸을 맡겨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렇게 떠났던 모험에서 상처를 입은 뒤 이 불확실성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 상처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불확실성이야말로 인생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라고 믿게 되기도 한다.


나는 아직 인생이 아름다운 그 나름의 이유를 찾지 못했고, '인생은 아름답다'는 말에 100% 동의하지도 못한다. 인생의 불확실성을 생각하면 신나고 즐거운 일보다는 두렵고 무서운게 먼저 떠오르고, 언제고 나를 또 시궁창에 처박히게 할지도 모르는 인생을 내가 다시 믿어봐도 되는 건지에 대해서 아직도 의문이 있다. 하지만 모두에게 공평한 불확실성을 알고있음에도, 누군가는 이를 즐겨보겠다는 용기를 내는 것을 보고,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일을 겪었음에도 그럼에도 누군가는 여전히 인생은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나도 조금은 인생에게 마음을 놓아도 되지 않나 생각해봤다.


나도 여러번 인생의 내리막과 오르막을 겪다보면 언젠가 인생은 아름답다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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