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영화 라라랜드를 집에서 봤다. 한창 TV에서 영화 좋다는 얘기를 들을 때는 '뮤지컬 장르의 멜로 영화 아니야?' 라며 조금은 시큰둥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났더니 좀더 일찍 보지 못한게 아쉬워지는 좋은 영화였다. '라라랜드'는 내 예상과 달리 내게청춘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다음의 노래 가사가 그걸 대표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City of Stars, Are you shining just for me?'
'별들의 도시여, 당신은 나를 위해서 반짝이나요?'
사진: Unsplash의Yohan Cho
나는 내 낮은 자존감에 찌질대던 시절이라 생각하던 시기에 대해 어느 날 친구 꾸꾸는 그랬다. '그때의 너는 너를 정말 사랑했었지. 너는 너 자신에게 취해 있었어.' 이에 나는, 내가 나 자신에게 취해 있었다기 보다는 그 시절에 취해 있었던 것 아니겠냐고 했었다. 뭐 어찌됐든 우리 둘 다 내가 그 시절 무언가에 취해 있었다는데는 동의했다.
돌이켜 보면 내 20대의 한 시기에는 마치 온 세상 불빛들이 나를 위해 반짝거리고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믿었던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마치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고, 나만 열심히 하면 숨막히는 경쟁률 따위는 가뿐히 넘을 수 있을거라 믿던 때가 있었다. 경쟁률이 100대 1이라면 나는 당연히 1이 될 수 있는 사람이지, 99명 중의 1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어쩌면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 수도.) 지금은 '그렇게 자기중심적인 믿음을 내가 갖고 있었다고?' 싶기도 한데 그때는 정말 그랬다.
내가 노력하는만큼 내가 바뀌고, 내가 바뀌는만큼 인생이 바뀔 것 같아서, 또 그만큼 내가 세상을 주무를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마음이 급하고 동동거렸다. 그 덕에 어찌됐든 많은 걸 시도해볼 수 있었다. 떨어져도 계속 오디션을 보는 라라랜드의 미아처럼. 그때의 나는 바깥 상황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바깥 상황이 나를 주무를 일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걸 그때는 미처 몰랐다.
이제는 나를 중심으로 뒀던 축이 세상쪽으로 조금은 이동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은 세상의 불빛들은 각자의 이유로 반짝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또 그 사람만의 상황과 사정이라는게 있고, 열정과 노력만으로는 안되는 일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사진: Unsplash의Adam Walker
꾸꾸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꾸꾸는 자신의 지나온 20대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자신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신념이라 부르던 생각들이, 변하지 않을 줄 알았던 사랑과 우정이 변해오는 걸 지켜봐온 시간이었다고. 라라랜드 속 '왜 더 이상 꿈을 좇지 않는거냐고. 꿈을 포기한거냐고.' 세바스찬에게 묻던 미아의 대사가 생각났다.
우린 왜 그렇게 변하지 않는 것에 집착했던 건지. 어쩌면 '치기어리다' 할 수 있는 그 때의 신념을 우린 왜 그렇게 순수하게 지켜내고 싶어했던 건지. 근데 그게 바로 청춘의 모습이 아닐까.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에 대해 순수하면서도 고집스러운 열망을 품는 시기.
라라랜드 끝부분에는 그들이 결국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해 '만약 우리가 그 길을 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그들의 막연한 질문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그걸 보다 그랬다. 어떤 길을 택했다해도 아쉬움은 남았을 것이고어떤 길을 택했다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없고, 저 도시의 불빛이 결코 나를 위해서만 빛나는 건 아니라는걸알게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