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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디 Apr 12. 2023

세상에는 두 종류의 맛집이 있다

도가니탕을 먹어본 적 없는 사람에게 도가니탕 맛집이란

좌골 신경통 치료차 서울에서 한의원만 다니던 2022년 7월, 3개월간의 치료 끝에 마침내 몸은 조금 나아진 듯 했다. 내 몸의 변화를 알아차리자 '서울을 여행하듯 지내보고 싶다!' 는 마음이 내 안에서도 슬그머니 올라왔다. 여행이라면 역시 맛집 탐방! 인터넷에서 ‘서울 미슐랭 맛집’을 검색했다. '미슐랭 빕구르망'이라는 가성비 좋은 미슐랭 맛집 리스트가 주루룩 나왔다. 그 중 한 식당은 ‘도가니탕’ 맛집이었다. 한번도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이지만 그 음식이 연골에도 좋다고하니 도전 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서울 독립문역을 찾았다.

     

날씨가 흐렸는데도 식당의 웨이팅이 좀 있었다. 15분쯤 기다려 자리를 배정 받고 도가니탕 한 그릇을 시켰다. 한 술 떠서 먹고, 또 먹다보니 문득 '샤오롱바오' 생각이 났다. 샤오롱바오를 먹어본 적 없던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샤오롱바오를 맛본 건 2019년 6월 뉴욕을 여행할 때였다. 당시 블로그에서 추천받은 뉴욕 차이나타운의 한 중국집을 방문했었다. 그 식당에서 샤오롱바오와 볶음밥을 시켜 혼자 열심히 먹는데, 내게는 이 샤오롱바오가 좀 짜게 느껴졌다. 그래서 '아, 여기는 맛집인줄은 잘 모르겠다.' 고 생각을 하고 그 식당을 나섰다.


근데 그 다음부터 샤오롱바오를 먹을 일이 생길 때마다 뉴욕에서 먹었던 그 '샤오롱바오'가 계속 생각 났다.


사진: Unsplash의DJ Chuang


세상에는 두 종류의 맛집이 있는 것 같다. 첫 술을 뜨자마자 ‘와, 여기 맛있다!’ 하는 맛집이 있는가 하면 당시에는 그저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다른 식당에서 같은 음식을 먹게 됐을 때 뒤늦게 생각나는 맛집이 있기도 하다.


‘아, 그 집이 맛있게 잘하는 집이었구나!’     


사진: Unsplash의Brooklyn Morgan


사회로 나오고 알게 됐다. 내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다른 의도 없이 나를 챙겨주고 걱정해주는 유일한 사람들은 나의 부모님 뿐이었다는 걸. 심심하면 맥주 한캔 들고 가볍게 올랐던 남산이 어느 순간 에베레스트처럼 느껴지게 되었을 때, 건강할 때는 몰랐던 건강의 가치라는 건 어마어마했음을.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면 뭐든 이룰 수 있고, 실패는 하더라도 훗날 교훈이 될 것이고,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아물게 될 것이라 철썩 같이 믿었던 20대의 나는 어쩌면 지금보다 무모했을지언정 더 큰 사람이었음을. 그래서 화수분 같은 부모님의 지지와 나의 젊음, 그 속에서 꿨던 천진했던 그 시절의 꿈은 오직 그 시절에만 꿀 수 있는 꿈이었음을.


인생 초반에 아주 좋은 걸 받았음에도 그걸 힘들이지 않고 받아서 난 그 가치를 몰랐던 건 아닌지, 당연하다 여겼던 것들의 가치는 왜 생을 살아가며 뒤늦게 알게 되는건지 도가니탕을 비우며 생각했다. 마치 도가니탕을 먹어본 적 없는 사람이 도가니탕 맛집을 찾은 것처럼. 그것의 진가를 알기에는 경험이 부족했던거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처럼 우리가 노인으로 태어나 시간이 흐를수록 젊어진다면, 그래서 뒤늦게 알게되서 조금은 아쉬운 가치들이 앞으로 자연스럽게 얻게될 것들이라고 한다면, 그런 생을 살아가는 마음은 또 어떤 마음일까?


그나저나 그 누가 알았을까. 내가 '연골'에 좋다는 말에 도가니탕을 찾아 먹게 되는 날이 30대에 찾아올 줄. 아, 참고로 이 도가니탕 맛집은 음식이 맛있기도 했지만, 왠지 앞으로 도가니탕을 다른 식당에서 먹으면 먹을수록 더 생각나게 될 맛집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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