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계속 어디론가 가고 있다

by 맨디

- 3년만에 돌아온 오클랜드에서 다시 만난 친구 캐롤. 다음 달 결혼을 앞둔 그녀의 환한 얼굴을 보고 예비 신랑에 대한 이야기를 마침내 직접 듣는 설레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3년만에 보는 그녀는 살이 좀 빠졌고, 여름 볕에 좀 탄 모습이었다. 주말마다 러닝을 해서 그렇다며 요즘 건강하게 지낸다고 그녀는 환히 웃는다. 커피 한잔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몸은 좀 어때?' 라는 캐롤의 질문에 가볍게 요즘의 내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마음은 좀 어때?' 라는 질문에 순간 멈칫해졌다. 그녀는 단 두 가지 질문으로 나의 3년을 총 망라해 물어봤고, 두번째 질문에 3년전 그 날들이 다시 떠올랐다.


- 3년 전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나 커피를 마시던 그때, 캐롤의 당시 남자친구의 림프암 치료차 스페인으로 갑자기 떠나게 된 캐롤을 위로하며, 곧 스페인에서 보자는 인사를 했지만 결국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 전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다음 스텝을 꿈꾸며 내가 한 걸음 떼었을 때, 우리의 관계는 낭떠러지로 추락했다. 그렇게 캐롤과 마지막으로 본 날로부터 채 몇 주가 되지 않아 이제는 캐롤이 나를 위로하기 급급했었다. 참, 한 치 앞도 모르는게 사람 일이라는 말에 서로가 목격자이자 당사자였고, 그래서 그 위로가 더욱 진정성 있었다.


- 마음은 좀 어떠냐는 캐롤의 질문에 이제는 다 괜찮지만, 헤어지고 몇달이 지나서도 작정하고 울던 새벽이 기억 난다고 말했다. 캐롤은 'Oh...' 하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다, 그래도 그 헤어짐 덕분에 사람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말하니 다시 빙긋 웃어준다. 맞아, 캐롤은 내 이야기를 잘 끄집어내주고, 어떠한 판단 없이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sunset.jpg Massey © 2024 Mandy. All rights reserved.


- 캐롤과 나, 당시의 친했던 친구들 중 3년간 아무런 변화를 겪지 않았던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환호할 만큼 기쁜 이야기가 있기도 했고, 내심 크게 놀랐는데도 내색하기 힘든 이야기도 있었다. 3년이 흐른 뒤 다시 만난 캐롤과 나는 이제는 무색해진 3년 전 그 날들을 복기했다. 캐롤은 당시 남자친구의 림프암이 완치된 후 그와 함께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헤어졌다. 그 후 현재 남자친구를 만나 다음 달에 결혼을 앞두고 있다. 나 역시 우리가 헤어질 일이라고는 결코 없을 것만 같았던 당시 남자친구와 너무나 우리의 문제로 헤어진 후, 한국에서 쉬다, 다시 다음 커리어를 찾아 뉴질랜드로 돌아와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나는 당시의 많은 것들은 그저 당시의 바람이었고, 계획이었을 뿐이었다는 걸 배웠다고 했고, 캐롤은 우린 그렇게 계속 어디론가 가고 있을 뿐이라 했다. '계속 어디론가 가고 있다.' 맞다, 캐롤은 한 번씩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한 마디를 내게 남겨주는 사람이었다.


- 헌신해온 시간이 무색하게 막다른 길을 만났던 우리는 또 하루씩 살아내어 그 날과는 다른 곳에서 다시 만났다. 내가 하는 이야기에 그녀는 언젠가 자신이 겪었던 어느 날을 생각 했을 것이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우린 함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계속 어딘가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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