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가장 잘한 일

by 맨디

2024년을 보내며.


1. 스스로 '나는 좋은 사람이야!' 라고 믿는 집주인 안나와 산지 어언 6개월이 넘어간다. 그녀의 그 믿음이 진실이건 아니건, 그 믿음으로 그녀 자신이 얼마나 짓눌리건 말건, 나는 그녀라는 울타리를 만나 평화롭게 지냈다. 나는 번잡스러워서 붙들고 싶어하지 않는 그 믿음을 붙들고 사는 그녀 옆에서 덕을 본 하반기였다. 근데 알고 있다. 그녀가 좋은 사람이어서 내가 편하게 지낸게 아니라 두 사람이 만나 플랫메이트로 살아가는데 있어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평화가 깨지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던 것 뿐이라는 걸.


2. 평화, 그러니까 내가 살면서 이것 정도는 최소한으로 지켜져야 되는 가치라 생각했으나 살다보니 이게 유지되는 것만큼 좋은게 없다 싶은 내 지상 최대의 가치. 매일이 좀 지겨워도, 똑같은 일의 반복이어도 난 재미쯤 없는 것은 아무렇지 않으니 부디 평화만은 지켜지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는 걸 (그런 사람이 되었다는 걸) 느낀 한해였다.


감사하게도 대학원은 이전의 내가 머물렀던 다른 곳들과 비교했을 때, 나만 잘하면 그 평화가 유지될 수 있는 곳이었다 (역시 돈을 쓰는 일이 평화와 가깝다). 대학원을 다니며 한정된 시간과 내 에너지는 중요한 자원이었고 난 해야하는 것들을 하고, 건강을 챙기고, 내게 해로운 것들을 멀리하고, 굳이 많은 사람과 알고 지내려하지 않았다. 그렇게 지냈더니 헉헉대는 와중에 평화가 조용히 따라왔다. 이렇게 살면 평화롭겠다는 계산에서 시작된게 아니었던 실험이었는데 말이다.


Harry Ell Track © 2024 Mandy. All rights reserved.


3.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고민이 많던 때에 이렇게는 도저히 못 살겠다고 하던 내가 느끼던 '이렇게'의 고통스러움과 평화로운 와중에 앞으로도 이렇게 살면 내가 사는게 좋겠다고 느끼겠다 싶은 내 감에는 큰 차이가 있다. 내가 지나온 시간안에서 내가 찾은 답이라 오직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그것. 그것이 큰 확신으로 다가오던 어느 날이 있었다. 그리고 그 날은 올 한해 내가 가장 큰 수확을 거둔 날이라고 기억하는 날이 되었다.


'이렇게 살면 앞으로도 사는게 좋다고 말할 나를 만난 날.'


다시 취업준비를 앞두고 있는 내년이면 흐트러질지도 모르는 얄팍한 나 혼자만의 느낌일지라도, 이제는 이것만 잘 넘어가면 평화가 조용히 나를 다시 찾아오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날까지 희망을 품고 사는 일에 한치의 의심이 없는, 올 한해 또 다른 수확인 안나의 울타리안에서 감사히 지내야겠다.


4. 난 올초 분명 성장을 의도했는데 평화의 가치를 배운것 처럼, 내년의 나는 무엇을 의도하고 무엇을 배울런지.

keyword
이전 11화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