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일

by 맨디

- 최갑수 작가의 '밤의 공항에서' 라는 책을 읽는데, 책의 말미에 작가 스스로 여행 작가로 사는 일에 대한 소회를 밝힌 문장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이 일을 20년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할 수 있는 일이 이것 밖에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언제나 불평하고 있었지만 나는 누구보다 이 일을 사랑하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일. 어느 겨울 밤, 이 일을 사랑하고 있다고. 이 일을 하며 늙어가고 싶다고 누군가에게 고백했던 적이 있다."


이 문장을 보며 나는 작가에게 '여행 작가'라는 직업 처럼, 나에게도 언제나 불평하지만 누구보다 사랑하는 대상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이 문장을 내가 생각하는 그 대상을 넣어 다시 소리내어 읽어보았다.


"그러면서도 나는 사는 일을 계속 해오고 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언제나 불평하고 있었지만 나는 누구보다 사는 일을 사랑하고 있었다. "


아주 잠깐, '사는 일'이 '인생' 아닐까 싶어 '인생'이라는 단어를 넣어 문장을 다시 읽어보다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문장의 단어가 '인생'일 수는 없는 이유들은 이미 내게 생겨버렸다. '인생'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곳에 나를 데려다 놓기도 했던 내 운명까지도 포함하는 일이라 그 모든 것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나로 하여금 기대하고, 희망을 갖게 하고, 그래서 내가 헌신했던 일들 중에 한순간 그 모든 노력을 절망으로 만들었던 일들을 생각하며 나는 그 모든 시간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사는 일'은 달랐다. 폐허가 된 것 같던 마음을 다시 추스르고, 다시 앞으로 한 발 내딛을 수 있게 내가 나를 끌어왔던 일만큼은 나는 그 일을 힘들다 어쩌다 말은 했지만,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것만큼은 운명과 전혀 상관없이, 오로지 나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때로는 쉬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뛰어가기도 하며 다음을 향해 나를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왔던 그 일만큼은 내가 정말 사랑하는구나 싶었다.


그걸 전혀 모르고 살다 우연히 알게 되었다. 내가 사는 일을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을. 그래서 나도 이곳에서 고백한다. 벌어 먹고 살기 힘들다, 인간들 꼴도 보기 싫다 하긴 했지만 그런 나를 달래가며 다시 또 다음 하루는 잘 보내보자 다짐하던 나는 '살아가는 일'을 사랑하고 있었노라고. 내게 찾아오는 모든 운명을 다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말할만큼 배포가 큰 사람도 못되고, 아직은 젊어 내게 남아 있는 시간이 지나온 시간보다 많으리라는 희망 때문에서인지 인생이 안겨준 고통마저도 아름다웠다는 말은 차마 못하지만 내가 만났던 어려움 속에서 아등바등 살아내고자 했던 나의 노력에 대해서만큼은 내가 참 많이 사랑하고 있었다고 이제서야 나에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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