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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디 Sep 29. 2024

마음이 가벼워진 이유

요즘 부쩍 마음이 가벼워진걸 느낀다. 과제가 많은 것도 여전하고, 취업이라는 산이 남아 있는 것도 여전한데 뭐가 달라진걸까.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닌 일에 죽기 살기로 달려들지 말자고 했던 최근의 다짐 탓일까,

한창 나를 괴롭히던 불편함이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던 어느날 문득, 어쩌면 나를 괴롭힌건 나라는 사람의 예민한 성격, 그 예민한 성격으로 날이 퍼렇게 서있을 때의 나는 작은 불편함도 쉽사리 넘겨버리지 못한다는걸 자각해서 일까,

아니면 그 예민함이 내 건강에 해로우니 나를 너무 몰아붙이지도 말고, 너무 애쓰지 말고, 적당히 그럴 수도 있는거라고 나를 달래는 것이 나에게는 정언명령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이제서야 크라이스트처치에, 대학원 생활에 어느정도 적응을 한것일까.


이 모든 것들이 주는 영향도 있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내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이곳 날씨가 따뜻해진데 있었다.


Lancaster Park © 2024 Mandy. All rights reserved.

따사로운 볕 아래서 산책을 하면 오롯이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이 태양 빛은 어떤 강력한 힘이 있기에 홀로 날뛰던 내 감정을 가라앉혀 주는 건지, 무작스럽게 하나의 생각만 골똘히 하던 나를 그 속에서 꺼내주는 건지 그 효능에 감탄하기도 했다. 그렇게 충만한 기분으로 걷다보면 긴장이 풀어진 마음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지금에 감사하다는 생각에 머물러 있었다. 그렇게 감사한 순간에는 걱정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렇게 흡족한 마음으로 볕을 쬐며 걷던 날, 문득 인생이 나에게 레몬이라는 시련을 줄 때, 긍정의 태도를 잃지 말고, 레모네이드를 만들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When life gives a lemon, make lemonade. "

근데 인생이 나에게 시련을 줬으니 이걸 내가 꼭 되갚아주겠다! 뭐 그런건 아니지만, 시련과는 별개로 오늘을 충분히 즐기고 감사하는 것이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자 인생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복수가 아닐까 싶다. 내 날카로움을 둥글게 만들어주는 최고의 안정제인 태양 아래서의 생각이라 이 또한도 계절이 바뀔 때까지 유지될 수 있는지 지켜보긴 해야겠지만, 한동안은 태양 볕 아래서 자주 내 생각들을 비춰보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불안과 걱정은 말려버리고, 밝고 좋은 날들에 대한 확신으로 힘차게 걸을 수 있으리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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